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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 가능성 】 공존

나스티시즘 2023. 9. 20. 04:35

 
■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또는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밀레니엄개발목표(MDGs)를 종료하고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새로 시행되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 목표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 와 지구 환경 문제(기후 변화, 에너지, 환경 오염, 물, 생물 다양성 등), 경제 사회 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등)를 2030년까지 17가지 주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해결하고자 이행하는 국제사회 최대 공동 목표다.

https://youtu.be/p7LDk4D3Q3U?si=3cpE-FTpoq8sViyS


 ■"우리가 재빨리 대응하고 책임감 있게 새로운 기술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보다 더 큰 존재, 즉 진정한 글로벌 문명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르네상스의 시대를 활짝 열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를 로봇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전통적으로 의미를 찾는 대상인 일, 사회, 가족, 아이덴티티를 망가뜨릴 수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우리는 공통의 목적에 기반을 둔 도덕적 의식과 새로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후자가 현실이 되도록 할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은 지금 더 커졌다. 많은 연구 개발의 결과로 첨단 기술들은 더욱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으며 기업들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노동 시장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정치적 시스템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경험적 증거가 등장하면서 우리의 목소리는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아래와 같다.
 
① 4차 산업혁명은 1800년대 이후 수십 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희망의 원천을 나타낸다.
 
② 4차 산업혁명의 모든 혜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세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파괴적 기술 발전에 의한 편익의 공정한 배분, 외부성의 최소화,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능력과 권한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③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은 많은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연결 지점들은 디지털 능력을 확대하고, 우리 삶 속에 스스로 스며들어 의미를 찾으며, 서로 결합되어 능력과 혜택을 증폭하고 현존하는 거버넌스 시스템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④ 4차 산업혁명의 모든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손쉽게 장악 가능한 '단순한 도구'로 여겨서도, 우리가 전혀 걸드릴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 대신 우리는 인간의 가치가 어떤 새로운 기술에 어떻게 심어져 있는지, 그리고 이런 기술이 공공의 선, 환경에 대한 의무, 그리고 인류의 품위를 강화하는 데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⑤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기술이 우리 세게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고 이 지구상의 모든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과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에서 종종 소외되는 세 조직들이 보다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 세 조직은 개발도상국, 환경 관련 기구, 모든 소득/세대/교육 수준을 대변하는 일반 시민들을 뜻한다.
 



【 기후 위기 】

 

■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이 발표한 지구생태보고서 '리빙 플래닛 리포트'에 따르면 지구의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이 심각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2030년에는 또 하나의 지구가 있어야만 생존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https://youtu.be/0a7y1DEuASM?si=tdlZQ561NoaC5ars

https://youtu.be/Z9F_o51B6Rs?si=tX1caCkU_IS2-4Fa

https://youtu.be/I5eX3Bh6uc4?si=PFAz8Emfxy6k66SI

https://youtu.be/R8D64WD02DQ

https://youtu.be/QOj9X1sPSio

https://youtu.be/1GOwi-7XyqU?si=h5_tYzWStli6zY1F

https://youtu.be/fvrzJXQDf0U

https://youtu.be/gw5PdqOiodU

https://youtu.be/fHJ-Nc2X758

https://youtu.be/y-Grx4Syvrk

https://youtu.be/Wdlxed988iA?si=GOCo5njB3EfeAsy_

https://youtu.be/MNrImyDV328?si=zqxcUEuAQj3OQvPI


 【 환경적 리셋 】

 
【 환경적 리셋의 의의 】

 
언뜻 보기에 팬데믹과 환경은 먼 친척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으나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도 이상으로 훨씬 더 가깝고 서로 얽혀 있다. 전염병 출현으로 가속화된 생물다양성 감소부터 코로나19가 기후변화에 미칠 영향까지 팬데믹과 환경은 예측 불가능한 특이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인류와 자연 사이의 위험하리만큼 미묘한 균형과 복잡한 상호작용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세계적인 위험 측면에서 봤을 때 코로나19는 두 가지 핵심적 환경 위험인 기후 변화생태계 붕괴와 매우 유사하다. 이 세 가지는 정도는 서로 다르더라도 본질적으로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본격적인 기후 변화와 생태계 붕괴로 초래될 수 있는 사태를 경제적 관점에서 엿보거나 예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본다. 수요와 공급의 동반 충격뿐 아니라 무역과 공급망 붕괴, 그로 인한 지정학과 사회 문제와 기술 등의 다른 거시적 범주의 위험(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회)을 증폭시키는 파급 및 연쇄 효과를 겪을 수 있다. 기후 변화, 생태계 붕괴, 팬데믹이 전 세계적 차원의 위험과 그토록 유사해 보인하면, 실제로 이 셋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기후 변화와 생태계 붕괴, 팬데믹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상당한 차이점도 보여준다.
 
주요 공통점은 다음 다섯 가지다. 첫째, 이 세 가지는 우리가 사는 상호연결된 세계에서 매우 빠르게 전파되는 시스템적 위험(반복되어 오는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화이트 스완의 성격을 띤)으로 알려져 있고, 그렇게 빠르게 전파됨으로써 서로 다른 범주의 다른 위험들을 증폭시킨다. 둘째, 비선형적이라 특정 임계점이나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팬데믹의 경우 특정 장소에서 일어나는 '슈퍼 전파'와 그로 인한 의료 시스템 붕괴가 한 가지 예가 될 수 있다. 셋째, 그 영향에 대한 확률과 분포는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측정하기가 아주 힘들다.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 늘 수정된 가정 하에서 재고되어야 하므로 정책적 관점에서 관리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넷째, 본래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 세계적 차원의 조율을 통해서만 적절히 해결이 가능하다. 다섯째, 가장 취약한 국가들과 인구 부문에 불균형적으로 더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그들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후 변화와 생태계 붕괴는 축적되면서 생기는 위험인 데 반해 팬데믹은 전염성이 있는 위험인 것처럼 개념적, 방법론적 차원의 차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차이 중 하나는 시간 지평(time-horizon)의 차이(이 차이는 정책과 완화 조치와 중대한 관계가 있다)고, 나머지 하나는 인과관계 문제다(이것은 완화 전략을 대중이 수용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① 팬데믹은 위급함과 위험이 모두의 눈에 보이는 준準즉각적 위험이다. 팬데믹 발발은 개인이나 종種으로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위험에 직면했을 때 즉각적이고 단호히 대응한다. 반면에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로 인한 자연 손실은 점진적으로 쌓이면서 일어나서 대부분 중장기적으로 가시적인 영향이 나타난다. 그리고 기후와 관련되고 '예외적인' 자연 손실 사건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사람들은 기후 위기의 신속한 해결 필요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 팬데믹의 시간 지평과 기후 변화 및 자연 손실의 시간 지평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는, 팬데믹이 가하는 위험은 신속한 결과로 이어질 즉각적인 조치를 필요로 하는 반면에 기후 변화와 자연 손실도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긴 해도 그 결과, 즉 경제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미래 보상(future reward)'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생긴다는 점이다.
 
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이자 현 유엔 기후행동, 금융 특사인 마크 카니(Mark Carney)는 이러한 시간의 비동시성(asynchronicity) 문제가 '지평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즉각적이고 관찰 가능한 위험과는 달리 기후 변화 위험은 시간과 지리적 측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심각한 관심을 쏟아야 하는 위험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위험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이 해변 휴양지 같은 물적 자산이나 호텔 그룹 같은 회사에 가하는 실질적 위험이 투자자들에게는 그만큼 실질적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② 인과관계 문제는 각각의 정책을 실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만큼이나 이해하기 쉽다. 팬데믹의 경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코로나19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바이러스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백하다. 환경 위험의 경우에는 특정 사건에 대한 직접적 인과관계를 찾기가 훨씬 더 어렵다. 과학자들은 종종 가뭄이나 강력한 허리케인 같은 특정 기상 사건과 기후변화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지적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인간의 활동이 멸종 위기에 처한 특정 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과학자들 사이에 항상 의견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이로 인해 기후 변화와 자연 손실 위험을 완화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팬데믹의 경우 대다수 시민들이 강압적인 정책 시행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증거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환경 위험의 경우 시민들은 그런 식의 정책을 거부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팬데믹과 싸우기 위해서 우리의 기본적인 사회, 경제적 모델과 소비 습관의 대폭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환경 위험과 싸우려면 그렇게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바이러스와 환경 】


자연과 동물 매개 감염 질병 】

 
■ '동물 매개 감염 질병'이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질병을 말한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환경보호 활동가들은, 특히 탄소 배출량 증가와도 연관이 있는 삼림 벌채로 인해 인간과 동물의 밀접한 접촉이 늘고 감염 위험이 높아진 탓에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종류의 질병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데 동의한다. 다년간 연구원들은 열대림 같은 자연환경과 그곳에 많이 모여 사는 야생동물들이 인간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곳에서 열대 전염병인 뎅기열과 에볼라와 에이즈 바이러스(HIV)처럼 인간에게 새로운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과 바이러스가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정반대의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점에서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수 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Spillover : Animal Infections and the Next Human Pandemic)>의 저자인 생태 및 자연사 저술가 데이비드 콰먼(David Quammen)은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많은 바이러스를 가진 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사는 열대림과 다른 야생의 풍경을 침략한다. 우리는 나무를 베고, 동물을 죽이거나 우리에 가두어 시장에 보낸다. 우리는 생태계를 교란하고, 바이러스를 그들의 자연 숙주로부터 풀어놓는다. 그럴 때 바이러스에게는 새로운 숙주가 필요한데, 종종 우리가 새로운 숙주가 된다."
 
이젠 코로나19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퍼진 이유가 사실은 인간에 의해 야기된 생물 다양성의 파괴 때문임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인간과 다른 생물종과 전체 생태계의 안녕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하고 복잡한 연관성을 연구하는 '지구 건강(planetary health)'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중심으로 뭉쳤고, 연구를 통해 생물 다양성 파괴가 팬데믹 수를 증가시킬 것임을 분명히 밝혀냈다. 야생동물과 환경 관련 100개 단체는 최근 미국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 50년 동안 동물 매개 감염 질병이 네 배가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1970년 이후의 토지 이용 변화가 자연에 상대적으로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그 과정에서 인공 배기가스의 4분의 1을 유발했다. 농업은 지상에 있는 토지의 3분의 1 이상을 이용하고 있는, 자연을 가장 심하게 파괴하는 경제 활동이다. 최근 발표한 한 학술 연구는 농업 관련 운전기사들이 동물 매개 감염 질병의 50% 이상과 연관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농업은 광업, 벌목, 관광과 같은 많은 다른 활동들과 함께 자연 생태계에 침입해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병이 퍼져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동물의 자연 서식지 상실과 야생동물 거래는 특히 더 그렇다.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개체로 거론되는 박쥐와 천산갑 등 특정 질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동물들이 야생에서 밀려 나와 도시로 유입되고, 이는 야생 질병 숙주가 인구 밀도와 높은 구역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추정되는 중국 우한의 시장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을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이후로 야생동물 거래와 소비를 영구적으로 금지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인구가 더 늘어나고, 우리가 환경을 더 어지럽히고, 동물이나 식물의 질병 확산을 막는 적절한 바이오보안(biosecurity) 없이 농업이 집약적인 될수록 새로운 전염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동물 매개 감염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현재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핵심 해결책은 자연환경을 존중하고 보존하며 생물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자연과의 관계를 재고하고, 왜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그렇게 소외되게 됐는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 대기오염과 팬데믹 위험 】

 
지구 온난화에도 영향을 주는 배기가스로 인해 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이 당뇨와 암에서부터 심혈관과 호흡기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강 상태와 관련된 '침묵의 살인자'라는 건 오랫동안 알려져 온 사실이다. WHO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90%가 안전 지침을 충족하지 않는 공기를 호흡함으로써 매년 700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WHO는 대기오염을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간주했다. 우리는 이제 대기오염이 현재 유행하고 있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한 코로나 바이러스라도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03년 초, 사스가 한창 유행하던 때 발표된 한 연구는 대기오염 정도가 심할수록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주면서, 대기오염이 치사율의 변화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로 오염된 공기를 평생 들이마시면 어떻게 해서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더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한 의학 논문은 공기 오염도가 높은 지역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이 더 높다는 데 결론을 내렸는데, 이는 오염도가 높은 미국 카운티들에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가 더 많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계와 공적 사회에서는 대기오염 노출과 코로나19 발생 가능성 사이에 시너지 효과가 있어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더 나쁜 결과를 낳는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현재 이런 연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다만 대기오염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그리고 그 심각성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건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오염, 특히 미세먼지는 폐의 첫 방어선인 기도에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오염이 심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나이 불문하고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할 위험이 더 커진다. 이것이 유럽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지역 중 하나인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이탈리아 다른 지역의 감염자보다 사망 확률이 두 배나 높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 봉쇄와 탄소 배출 】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에너지 리뷰 2020(Global Energy Review 2020)>에서 2020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수치는 역사상 최대 연간 감소율에 해당하지만, 일회성일 수 있는 만큼 계속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유엔이 2019년 9월 "전 세계가 글로벌 온난화를 1.5℃ 이하로 제한하려면 탄소 배출은 2030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7.6%씩 감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걸 고려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사실 봉쇄의 심각성으로 볼 때 8%란 수치는 다소 실망스럽다. 소비를 줄이고,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지 않는 등 개인의 작은 행동들로 줄어드는 탄소 배출량이,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봉쇄 상태에서도 운영을 지속하는 '대규모 탄소 배출처'인 전기, 농업, 산업이 내뿜는 탄소 배출량에 비해 큰 의미 없는 수준임을 시사한다.
 
또한 우리가 흔히 탄소 배출 주범이라고 여기는 곳이 사실은 탄소 배출의 최대 범죄자가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 의하면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하고 기기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필요한 전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항공 산업의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인가? 심지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한 달 이상 집에 갇혀 있는, 전례 없고 엄격한 봉쇄 조치조차도 글로벌 경제가 계속해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한 결코 성공정인 탈脫탄소화 전략이 될 수 없다는 게 결론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이런 엄청난 규모의 도전은, 에너지 생산 방법에 대한 급진적이고 대대적인 시스템적 변화와 소비 행동의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추진했을 때에만 극복 가능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예전처럼 차를 몰고, 같은 목적지로 비행하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방법으로 집에 난방을 하면서 예전 방식대로 살려고 한다면 기후 정책에 관한 한 코로나19 위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팬데믹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익혀야 했던 일부 습관이 행동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진다면 기후에 미치는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출퇴근 횟수를 줄이고, 원격근무를 늘리고,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걷고, 집 근처로 휴가를 간다면 이런 모든 행동들이 합쳐져서 탄소 배출량의 지속적인 가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이 결국 기후변화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 중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질문을 던져볼까 한다.
 

【 코로나19가 기후변화와
기타 환경 정책에 미치는 영향 】
 

코로나19 팬데믹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환경 관련 의제를 뒤로 밀어낼 만큼 심각한 위협을 가하면서 정책 구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일화를 말하자면, 2020년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릴 예정이었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컨벤션센터가 4월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으로 바뀌었다. 이미 여러 기후 협상이 연기되고 정책 구상도 지연되면서 앞으로 오랫동안 정부 지도자들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야기된 당면 문제들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일부 국가 지도자, 고위 경영진, 그리고 저명한 여론 형성자들은 좀 다른 주장을 했는데, 요지는 코로나19 위기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으므로 지금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기후변화와 싸울 때 정반대 방향의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다루기 버겁고 감당하기 복잡해서 전 세계 대부분의 정부가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느라 지구 온난화에 대한 걱정을 '일시적으로나마' 뒤로 미뤄놓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엔 화석연료 및 탄소 배출 산업을 보조하고 지원하고 활성화할 것이다. 또한 빠른 경제 회복의 길에 놓은 장애물로 보이는 엄격한 환경 기준을 철폐하고,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촉구할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가 대다수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생긴, 삶이 예전과 달라질 수 있다는 새로운 사회적 양심으로부터 용기를 얻고, 운동가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다른 논리에 자극을 받는 경우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을 우리 사회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보다 지속 가능한 경제로 재설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의 창'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두 가지 현상의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당연히 결과는 나라와 지역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두 나라도 같은 정책을 채택하거나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덜 탄소집약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추세를 받아들어야 한다. 단, 왜 이것이 기정사실이 아닌지, 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하면 환경에 대한 관심이 퇴보할 수 있는지는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① 정부는 실업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집단적 이익에 최선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② 기업은 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심하게 받다가 일반적인 지속 가능성은 물론이고 특히 기후에 대한 고려를 후순위로 밀어놓을 것이다. ③ 높은 가능성만큼 실제로도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 탄소집약적인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려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이유는 충분히 타당하긴 하지만, 성공적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만들어줄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특히 다음 네 가지 이유로 인해 인류는 더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다.
 
계몽된 리더십 : 진작부터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선두에 서 왔던 일부 지도자와 의사결정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기회로 장기간 유지되는 광범위한 환경 변화를 시도하고 싶을 수 있다. 그들은 사실상 이번 위기 동안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음으로써 팬데믹을 '잘 활용'할 것이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HRH The Prince of Wales)부터 앤드루 쿠오모(Andrew Cuomo) 뉴욕 주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도자들은 '더 나은 재건(build it back better)'을 권고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댄 요르겐슨(Dan Jorgensen) 덴마크 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 장관과 함께 했던,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 '동시 선언'도 마찬가지다.
 
선언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은 현재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준비 중이다. 이런 부양책 중에는 경제 활성화에 단기적인 힘을 보태는 안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청정에너지를 이 계획의 핵심으로 삼음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시스템을 보다 회복력이 있으면서 오염은 덜한 방향으로 반드시 현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계몽된 지도자들이 이끄는 정부는 이처럼 친환경적 약속을 내걸면서 경기 부양책을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저탄소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들에게 좀 더 관대한 금융 조건을 제시할 것이다.
 
위험 인식 :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집단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훨씬 더 극명하게 깨닫고, 우리가 사는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줌으로써 '위험을 인식하게 해주는(risk-awakening)'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위험하게도 과학과 전문지식을 무시하고 있고, 우리의 집단행동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실존적 위험의 진정한 의미와 그것이 초래할 결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이러한 몇 가지 교훈들이 이제 기후 위험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 모든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우리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우리는 다른 팬데믹이 발발할 것임을 인식하고 더 잘 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더 심각하고도 큰 위협이며, 또한 매우 시급하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는 니컬라스 스턴(Nicholas Stern) 그랜섬 기후변화 및 환경연구소(Grantham Researh Institue on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 소장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걱정해온 우리는 깨끗한 공기에 집착하게 될 것이다. 봉쇄 기간 중 많은 사람들이 대기오염 감소 효과를 직접 보고 느꼈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몰고 올 최악의 결과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몇 년밖에 없는 집단적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사회적(집단적, 개인적)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행동 변화 : 전술한 대로 사회적 태도와 요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대규모로 '지속 가능성'을 향해 진화할 수 있다. 봉쇄 기간에 우리의 소비 패턴은 극적으로 변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면서 '친환경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생활이 이어지면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 모두 무시되고 친환경적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가능한 경우 재택 근무가 환경과 개인 모두에게 좋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출퇴근은 우리의 웰빙을 파괴한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하고, 소비하고, 투자하는 방법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구조적인 변화는, 실직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널리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추세의 방향과 강도다. 중국은 시인이자 철학자 노자老子가 말한 대로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우리는 길고도 고통스러운 회복을 시작하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사치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상황이 개선되기 시작할 때쯤이면 누구나 대기오염과 코로나19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걸 기억할 것이다. 그러면 지속 가능성은 더 이상 부차적인 주제가 아닐 것이고, 대기오염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니 기후변화는 우리가 가장 관심을 쏟아야 할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사회과학자들이 말하는 '행동의 전염(behavioral contagion)', 즉 어떤 태도나 사상이나 행동이 인구 전체로 번져나가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행동주의 : 일부 분석가들은 코로나19로 행동주의(activism)의 기세가 꺾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지만, 그와 정반대의 결과가 사실로 입증되리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 학자들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화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화시켰고 사회적 행동주의 차원에서 새로운 도구와 전략을 탄생시켰다. 불과 몇 주 만에 이 학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행동주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뒤 물리적, 가상적, 복합적 행동을 포함한 거의 100가지의 확실한 비폭력적 행동 방법을 찾아냈다. 이후 그들이 내린 결론은 "비상사태는 종종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주조하는 대장간임이 입증됐다. 기술과 인식이 발달함에 따른 장기적인 효과가 무엇일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민중의 힘(people power)'이 줄어들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대신 원격 조직화, 교두보 구축, 선명한 메시지 개발, 향후 전략 수립에 적응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들의 평가가 정확하다면, 봉쇄 기간과 다양한 물리적, 사회적 거리두기 방법 시행 중 필요에 따라 억제된 사회적 행동주의는 봉쇄 기간이 끝나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봉쇄 기간 중 대기오염이 줄어든 걸 목격하고 용기를 얻은 기후 운동가들은 기업과 투자자들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또한 투자자들의 행동주의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될 것이다. 이는 사회 행동가들에게 강력한 추진력을 불어넣어주고 명분을 강화해줄 것이다. 일례로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자. 녹색 운동가 집단이 석탄 화력발전소 앞에서 오염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할 수 있고, 투자자 집단은 이사회에서 발전소에 대한 자금줄을 끊어버림으로써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 네 가지 이유 모두 결국 친환경 추세가 우세할 것이라는 희망을 선사한다. 증거가 등장하는 영역이 저마다 다르더라도 미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더 푸르러질 수 있다는 결론으로 수렴된다. 이런 확신을 뒷받침해주듯, 다음 네 가지 관찰 결과는 방금 제시한 네 가지 이유와 교차한다.
 
① 2020년 6월, '초거대(supermajor)기업'으로 불리는 세계적 석유, 가스 회사인 BP는 코로나19로 청정에너지로의 세계적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후 최대 175억 달러 규모의 자산 상각을 단했다. 다른 에너지 회사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려고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같은 정신에서 2030까지 '탄소 배출 마이너스(carbon negative)'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② EC가 추진하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은 코로나19 위기를 헛되이 낭비하게 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낸 계획이다. 이 계획은 2050년까지 EU를 순배출량 기준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들고, 자원 의존도가 높은 경제성장 구조에서 탈피하겠다는 걸 목표로 탄소 배출량을 낮추고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에 투자하기 위해 1조 유로의 지원을 약속했다.
 
③ 전 세계적으로 실시된 다양한 조사 결과는 전 세계 대다수 시민들이 코로나19 위기로부터 회복 시 기후변화 문제를 우선적으로 처리하길 원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G20 국가 시민 중 무려 65%가 친환경 회복을 지지한다.
 
④ 서울과 같은 일부 도시들은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포장한 '그린 뉴딜'(Green New Deal :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면서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정책) 정책 등을 시행하면서 기후와 환경 정책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의 방향은 명확하지만,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 경영자들은 궁극적으로 코로나19 부양책을 활용하여 자연 친화적 경제를 활성하려는 시스템적인 변화를 추진할 것이다. 이것이 단지 공적 투자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민간 자본을 자연 친화적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원천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열쇠는 한층 광범위한 경제 리셋 차원에서 주요 정책 기조와 공공 재정 인센티브를 전환하는 것이다. 공간 계획과 토지 이용 규제 공공 재정과 보조금 개혁, 연구개발(R&D) 외에 그것의 확대, 전개를 추진하는 혁신 정책, 혼합 금융(blended finance : 공적 재원과 민간 재원이 혼합돼 개발도상국에 유입되는 방안)과 핵심 경제 자산으로서 토지 같은 자연 자본의 가치에 대한 평가 개선에 더 강력하게 나서야 할 명분은 탄탄하다.
 
많은 정부들이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했지만, 시스템을 자연 친화적인 새로운 규범에 맞추고 전 세계 대다수 사람들이 이거이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기회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뭔가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자문해온 싱크탱크 기업 시스테미크(Systemiq)가 세계경제포럼(WEF)과 공동으로 작성한 정책 논문은 자연 친화적 경제를 건설하면 2030년까지 경제적 기회와 경제적 비용 회피 측면에서 연간 10조 달러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한다. 단기적으로, 약 2,500억 달러의 부양 기금을 쓰면 상당히 비용 효율적 방식으로 최대 3,700만 개의 자연 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환경 리셋에 대한 비용이 아니라 경제활동과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투자로 간주해야 한다.
 
기후변와로 인한 위협과 기상 이변은 가까운 미래뿐만 아니라 그 이후까지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기후 위험은 코로나19 위기보다는 더 느리게 전개되고 있지만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 심각성은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경제활동을 되살리려고 취해진 모든 조치들은 생활 방식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분 아니라 탄소 배출, 나아가 지구 전체에 걸쳐 여러 세대에 걸쳐 평가될 환경적 영향에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여러 선택을 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우리다.
 

【 자연과 웰빙(Nature and Well-being) 】
 

■ 코로나19 팬데믹은 엄청난 혼란과 불확실성의 시기에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을 어떻게 통제하면 될지에 대한 실시간 연습임이 증명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가 도출됐다. 자연이야말로 오늘날의 많은 병을 치료해주는 엄청난 해독제라는 것이다. 최근에 다방면에서 진행된 연구는 이를 이견의 여지 없게 설명해준다.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의사, 생물학자, 미생물학자, 신체 기능 전문가, 경제학자, 사회과학자 등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자연이 왜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고, 어떻게 육체적·심리적 고통을 완화해주고, 왜 신체적·정신적 측면에서 그토록 많은 혜택을 선사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또 야생동물, 나무, 동식물 등 풍부하고 다양한 자연과 분리되면 왜 우리의 마음, 몸, 정서적 삶과 정신건강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지도 보여줄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이라도 건강 관리 차원에서 매일 걷거나 운동하라고 보건 당국은 끊임없이 권고하고 있다. 봉쇄 기간 중 나온 무수한 증언들도 마찬가지다. 그 증언들은 도시 사람들이 숲과 공원과 정원, 나무 등과 같은 녹지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심지어 프랑스처럼 가장 엄격한 봉쇄 조치가 시행된 나라에서도 보건 당국은 매일 바깥에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생활 속에서 자연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할을 무시하는 사람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코로나19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인식을 갖게 해줬다. 이제 전 세계 모두가 자연의 역할을 더 잘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앞서 생태계를 보존하고 환경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생산하고 소비할 필요성에 대해 했던 주요 지적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훨씬 자주 언급될 것이다. 이제 우리가 자연과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제공해야 할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다면 인류가 신체적·정신적 웰빙을 누릴 가능성도 심각하게 손상될 것임을 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내내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같은 규칙(추가하자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배려한 자가 격리도)이 코로나19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표준 도구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노출 여하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두 가지 필수 요소인 면역력염증 또한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적 회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 다 우리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지만, 면역력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반면에 염증은 늘어난다. 바이러스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키우고 염증을 억제해야 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자연은 어떤 역할을 할까? 과학이 알려주는 바에 따르면, 자연은 시나리오의 주인공이다. 우리 몸이 낮은 수준의 염증을 계속해서 경험하다 보면 심혈관 질환, 우울증, 면역력 저하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잔류 염증은 도시나 산업화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보편적이다. 숲에서 2시간만 보내도 사이토카인(cytokine : 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 조절제) 수치를 낮춰 염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자연과의 접촉부족이 염증을 키우는 한 요인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뿐만 아니라 먹는 것, 잠자는 방법, 운동하는 시간 등 생활 방식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치사율이 올라가는 건 아니라는 고무적인 관찰 결과를 암시해주는 선택이다. 자연, 식이요법, 운동이 생물학적 퇴화 속도를 늦춰주거나 심지어 퇴화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이미 충분하다. 생물학적 퇴화는 절대로 숙명이 아니다. 운동, 자연, 가공하지 않은 음식 등은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염증을 억제해주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우리가 방금 소비 습관에 대해 말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새로 발견한 이 모든 증거들은 책임 있는 소비로 이어질 것이다. 최소한 환경에 대한 약탈을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소비 추세가 이동할 것은 명확해 보인다. 코로나19는 자연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앞으로 우리가 가진 자연 자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예술·문화적 관점 】
 

■ 에미상 수상작인 리넷 월워스(Lynette Wallworth)의 가상현실 영화 <흔적들(Collision)>의 주인공은 호주 서부 사막의 원주민 장로 니아리 모건으로, 그는 지금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영상을 보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개발에 기여한 미국의 물리학자이다. 1950년대 중반 니아리는 버섯 모양의 구름을 직접 목격하였다. 그 경험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처음에는 그것이 신의 계시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영국 정부가 자신의 땅에서 핵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에도 니아리는 핵실험으로 황폐화된 그 땅에서 수십 년을 살아갔다. 그날 이후 60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자신의 트럭에 연결된 프로젝터로 오펜하이머의 영상을 보게 된다. 오펜하이머는 인류 최초의 핵실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라는 비슈누 왕자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다. 니아리는 천천히 스크린으로 다가간다. 우리는 같은 장면 속 두 남자를 보며,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의 삶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흔적들>은 콘텐츠와 형태 모두를 통해 예술과 문화가 인간과 기술의 관계, 기술이 지난 세기 동안 인류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세계경제포럼이 제작자로 참여하고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공개되었다. <흔적들>은 최신의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우리의 행동이 만들어낸 예기치 못한 결과 ― 여기에서는 기술 진보에 대한 인류의 열망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 ― 를 다룬다. 인간은 모든 코드를 해독할 수 있으며 우주의 모든 존재는 철학자 하이데거의 표현처럼 ‘부품(standing reserve : 인간이 착취할 수 있는 잠재적 자원들)’에 불과하다는 욕망 또는 신념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기술의 오만함이 얼마나 간과되었으며, 그 영향력의 범위가 얼마나 과소평가되었는지 고찰한다. 마치 고대 희극처럼, 이 가상현실은 인류의 협소한 시각으로 세상을 어떻게 제한적으로 바라봤는지를 보여준다. 그리스의 희극은 인간에게 자연과 맞서지 말라고 하며, 우리의 운명은 우리 행동의 결과라고 말한다. 과거 많은 문명은 과학적인 분석만큼이나 풍부하고 가치 있는 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각자의 세계관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현대의 기술은 인간이 세계를 다스려야 한다는 사고방식, 그리고 자연을 극복하고 운명을 정복해야 한다는 세계관을 심어주었다.
 
본래 기술(techné)이라고 불리던 예술(the arts)은 우리에게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예술은 우리의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가치가 기술에 함몰되기 전에 이를 표현하고 비판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술의 역할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고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인지적·감정적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감성 지능은 미지의 세상에 적응하며, 긍정적인 사고를 잃지 않고, 복잡한 환경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며, 우리의 지적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을 갖추기 위한 역량으로서 필요하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헤더 듀이 하그보그(Heather Dewey-Hagborg)의 실물 사이즈 인물 사진인 ‘이방인의 모습(Stranger Visions)’을 예로 들어보자. 하그보그는 이 작품을 위해 공공장소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껌으로부터 추출한 DNA를 분석하여 그 주인의 얼굴을 재구성하였는데, 이 작품은 우리의 개인정보와 무분별한 유전자 검사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직 기술적으로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예술적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면 어떨까?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쓰레기를 무단 배출하는 사람들의 DNA를 수집하여 초상화를 만들어 이들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프로젝트에 대한 움직임이 있다. 이 사례는 기술과 가치관이 각각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 즉 기술의 회색 지대가 형성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예술은 어떠한 기술이 실제 도입되어 일어나는 결과를 보기 전에 그 기술에 대한 우리의 감정적 대응을 미리 발견하게 해준다. 우리는 예술과 문화를 통해 우리와 다른 이들을 대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른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우리의 사고방식에 도전하고, 바꾸도록 노력하며, 생소하고 불편한 것들에 익숙해질 수 있다. 예술은 ‘다름’을 위협이 아니라 대인관계의 확장으로 볼 수 있게 해주며, 다른 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길러준다.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보다 충격에 강해지는 법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현실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운다.

영화 <흔적들>은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라는 생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 작품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일반적인 세계관 외에 다른 가치 있는 관점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리넷 월워스가 이 작품을 호주 의회에서 상영하고 몇 주가 지난 후, 호주 의원들은 50년대 영국의 핵 실험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이들을 위한 의료 보호 예산을 배정하였다. 관련 시민운동이 시작된 지 50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 경우 예술은 굉장한 보상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만약 오펜하이머와 니아리가 핵실험 전에 서로 만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의 만남이 역사를 바꿀 수 있었을까? 위 경우 예술적인 가상현실 경험은 사람들이 원주민들의 감정에 몰입하여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때 예술은 기술을 이용하여 기술력에 대한 맹목적 추구와 기술만능주의를 경고하였다. 이처럼 기술과의 복잡한 관계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기술은 우리의 물리적 세계와 이에 대한 관념적 지식까지 모두 파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의지가 있으며 창의적이고 배려심 깊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예술과 기술은 공감을 확대하고 서로 다른 세계관을 연결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오펜하이머와 니아리의 이야기에서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문화와 자연을 신성시하는 문화가 충돌하였다. 예술은 우리의 가정과 예상들이 충돌하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무한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해준다.

 
개척해야 할 환경의 최전선 】

 

【 에너지 확보, 저장, 전송 】

1차, 2차 산업혁명은 증기와 전기로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지금,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다시 역사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저장 기술의 발전은 연구 단계를 지나 생산, 판매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또한 다수의 국가들이 연합하여 핵융합에너지와 같이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에너지의 미래가 열리려 한다. 깨끗한 에너지의 확산은 친환경적이며, 특히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부족한 개발도상국 국민들에게 희소식일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에너지기술은 기업과 소비자의 비용을 줄이고 지난 세기에 배출한 배기가스로 인해 파괴된 환경을 되살릴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장기적 계획, 이해관계자 간의 대화를 통해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 이에 실패한다면 잠재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공동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청정에너지, 효율적인 배분과 대량 저장 】


■ 4차 산업혁명의 많은 기술들에는 장단점이 있다. 가능성이 높은 기술들이지만 잠재적으로는 불평등, 실업, 사회적 분열,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분야는 보다 낙관적이다. 올바른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새로운 에너지 기술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며, 1차 산업혁명에서 비롯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모든 계층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생산과 분배의 발전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에 접근 가능해졌다. 사람의 몸은 전구 하나를 켤 수 있을 정도인 약 100와트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운동선수들은 서너 배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적으로 1인당 평균 8,000와트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선진국의 경우 3만 5,000와트를 넘는다. 문제는 이토록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되는 화석연료가 지구에 주는 영향이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2040년까지 글로벌 전력 소모량은 지금의 두 배인 39조 킬로와트까지 증가할 것이며, 현재 부족한 인프라를 갖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의해 대부분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반영된 것과 같이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낳았고, 2015년에는 투자액이 무려 2,650억 달러에 이르렀다. 2016년에는 이보다 감소한 2,260억 달러였다(도표23). 2016년에는 최초로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전력 생산의 50퍼센트를 차지했지만, 아직까지는 세계 전력 소모의 10퍼센트에 불과하다.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고, 화석연료 소모를 감소시키며,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서 에너지 분야에서는 더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 긍정론자들은 에너지 저장 능력을 혁신함으로써 에너지 생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따라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액체 연료 가격에 균형을 맞추어 투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2017년 기준 재생에너지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는 80~90억 달러로, 이는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와 비교하였을 때 1:27 규모이다. 옥스퍼드 마틴 스쿨의 INET(Institute for New Economic Thinking) 지속가능경제학 처장인 캐머런 헵번(Cameron Hepburn)에 따르면 이상적인 비율은 1:1에 가깝다.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바이오배터리, 에너지 효율성 나노소재, 모듈형 그리드 저장 장치, 합성에너지 바이오폐기물, 조석에너지 같은 신기술이 발전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다른 기술들도 에너지 분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너지 그리드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고, 효율을 높이며, 에너지 가격을 낮춰준다. 탄소 나노 튜브, 나노 기공성 거품·젤과 같은 나노기술생산부터 사용까지의 에너지 순환 구조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자율 주행 차최적의 경로 운행과 에너지 사용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생명공학생물 연료 전지 생산을 위해 박테리아 유전자 변형과 광합성 활용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가능성은 핵융합에 있다. 만약 계획대로 개발된다면, 핵융합에너지는 깨끗하고, 풍부하며, 지속가능할 뿐 아니라 저렴하다. 35개국 연합은 2035년에 프랑스의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에서 핵융합 시설이 성공적으로 본격 가동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현재 가장 선도적인 핵융합 개발 프로젝트로 산업, 경제, 지정학에 대한 영향력은 막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80억 달러 규모의 이 투자가 성공할지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에너지원의 다원화를 꾀하는 것이 현명하다. 조석에너지와 태양전지판부터 극초단파 전송까지 보다 실험적인 아이디어들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의 에너지원이 무엇이 되든 효율적인 저장 기술이 병행되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는 특히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기 어려우므로 에너지 저장 기술을 혁신해야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늘릴 수 있다. 배터리기술 연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향후 15~20년 안에 나노기술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이다. 크기 또는 중량에 비해 배터리 전력량이 커지면 간헐적인 에너지원의 가치와 효용성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현재 에너지 빈곤 계층인 12억 인구에 대한 전력 공급이 용이해질 것이다.
 

【 잠재 에너지를 찾기 위한 협업의 필요성 】

 
https://youtu.be/xOKtE2ehO9w?si=2Xl5kx3PtXZEMc7i


■ 현재 석유와 가스 중심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정학·경제적 구조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청정에너지를 위한 협력에 따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지금의 인센티브 시스템은 너무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 의존도를 재조정하면 체제 차원의 위험이 촉발될 수 있다. 이미 유가 하락은 베네수엘라,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 산유국에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영향을 끼쳤다. 일례로 배터리 기술의 혁신은 국가 재정 시스템과 고용 시장에 영향을 주어 지역 안보에 중대한 지정학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야기할 위험을 생각하면 이러한 리스크는 감수하여야 한다. 중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투자를 늘리기 시작하였으나, 성과를 얻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국가들이 협력한다면 기술을 통해 제로 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긍정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있어 가장 심각한 위협 요인은 전환 과정이 지체되는 것이다. 과거 에너지 체제의 전환은 과학, 인프라, 규제, 제품 생태계가 모두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세대를 거쳐 이러한 체제들이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물질 집약적인 과학기술 사용이 장시간에 걸쳐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도움 없이 단기적 목표에만 집중하는 시장에 에너지 전환을 맡기면 에너지 전환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1960, 1970년대 정부 주도 투자로 형성되어 지난 20년간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어온 실리콘 밸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투자와 함께 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ITER의 생산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에는 유럽 전력 생산의 절반이 재생에너지로 채워질 것이다. 에너지 저장 기술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관련 인프라에 20여 년간 투자가 지속된다면 설령 ITER에 투입된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수포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지속가능성을 향한 확실한 로드맵을 갖출 수 있다.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배분을 통해 에너지 시장을 통합하고 비용을 낮추는 국제 협력과 스마트 그리드(기존 전력망에 정보 통신 기술을 더해 전력 생산과 소비 정보를 양방향·실시간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전략망) 사업 등 에너지 생산에 대한 다른 참신한 접근법이 존재한다. 아직 우리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배출가스 감소, 개발도상국에 대한 에너지 공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향후 100년간 세계 인구가 110억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볼 때, 청정에너지의 생산과 배분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많은 고성장 국가들이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주도한다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더욱 현실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도표24). 물리적 인프라 구축 결정에 있어 통신, 통제 시스템, 측정, 관리 등의 문제들과 국제 에너지 시장의 통합 등에 대한 정보를 장기적으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관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완전한 탄소 제로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향후 20~30년을 위해 저탄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전 세계적인 위험이 가중됨에 따라 다양한 이해당사자 합의에 대한 정부들의 안정적인 보증이 필요하다. 많은 연구들이 대대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자본 집약적인 전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기업과 정부는 정책과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확보될 때에만 에너지 네트워크에 큰 투자를 해왔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 보호 조약, 중재 절차, 국가 간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국제 기준에 대한 국가 간 에너지 정책의 조율 등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출처 IEA (2016)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17>에 따르면 새로운 에너지 기술 분야는 가장 적은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됨과 동시에 가져올 혜택 분야에서는 2위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잠재적 가능성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 공동의 중대한 책임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 산업혁명들로 형성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 및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에너지 생산 체제를 끝낼 수 있다. 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기후변화의 영향이 더욱 분명해지며,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2040년까지 두 배가 될 것을 감안할 때 에너지 전환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되어야 하며 보다 많은 분야에 더욱 빠르게 확산되어야 한다. 미래에 혜택을 거두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지금부터 이루어져야 하며, 고성장 국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에너지 생산을 위한 배치 지출보다는 재생에너지 연구 개발에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에너지 저장 기술이 함께 발전한다면 목표 에너지량만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석에너지와 핵융합에너지, 첨단소재 및 나노기술까지 새로운 에너지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손실을 낮춰준다. 인공지능과 접목된다면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대규모 시스템 차원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획기적인 전환은 화석연료 산업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지정학적 안보의 위험을 초래한다. 협력을 통해 에너지 전환이 가져오는 사회적, 정치적 파급 효과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확신을 갖고 장기적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과 글로벌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예측 가능한 정책과 규제 체계는 협력을 위한 신뢰 형성에 기여한다.
 

【 미래의 배전망 】

 


■ 모든 경제 체제는 현대화와 더불어 전력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최선진국에서는 전체 에너지 공급의 50퍼센트가 전기로 변환되어 최종 수요자에게 공급된다. 에너지 시스템의 청정화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전기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래의 전력 구조는 과거 100년의 모습과 같을까? 오늘날 배전망(grid)을 보면 대규모 중앙 발전소와 재생에너지 생산 집단(풍력발전소 등)이 전기 공급 사업자 등 중앙 통제에 의해 관리되는 장거리 송전선과 복잡한 배전망을 통해 수요자들과 연결되어 있다. 미래의 배전망은 보다 탈중앙화될 것이고, 전력 생산자와 수요자가 결합된 프로슈머(prosumer)가 등장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급속한 기술 발전은 서로 경쟁하는 다른 형태(중앙집권화와 탈중앙화)의 배전망을 모두 실현 가능하게 한다. 중앙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선의 성능의 엄청난 발전은 중앙집권적인 배전망을 더욱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으로 만든다.(일례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100만 볼트 송전선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더욱 흥미로운 발전은 프로슈머를 위한 탈집권적 과학기술의 진전이다. 산업용 건물이나 캠퍼스에 알맞은 소형 터빈과 마이크로 그리드, 극도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소형 히트 펌프가 여기에 포함된다. 저렴한 센서, 고도의 연산 처리 능력, 빅 데이터 분석이 결합함으로써 이러한 탈중앙화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작동하게 되며, 소비자들이 에너지 서비스를 구입할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또한 전력 저장과 분배를 위한 배터리 시스템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두 진영 간 경쟁에서 어느 쪽이 이길지는 모르지만 보다 우세한 탈중앙화 기술을 통해 미래의 전력망은 오늘날보다 탈집권적일 수 있다. 중앙 전력 발전소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많은 전기 사업자들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즉각적으로 지역 통제가 가능한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폭설이나 다른 천재지변으로 전력망의 일부가 멈춘다면, 지역 시스템이 자동으로 설정을 변경하여 전력 공급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프로슈머 혁명과 함께 마이크로 그리드에 대한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뉴욕 시의 에너지비전개혁(Reforming the Energy Vision)과 같이 일부 규제 당국은 중앙 시스템보다 지역 공급 및 통제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한 새로운 규정들을 제정하고 있다.
 
탈중앙화가 전력망에 이로울지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고도화된 지역 통제 및 탈중앙화를 통해 사용자는 전력망의 안정성 증대에 따른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수요자의 권한이 증가하면 현재 전력 시스템에 부재한 시장 논리가 작동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전력 시스템은 독점화 되어 있으며 공기업 또는 통제된 사업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에너지 공급의 세밀한 관리는 보조금이나 다른 혜택을 에너지 빈곤 계층에게만 제공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이는 또한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탈중앙화의 혜택들은 여러 환경에서 입증된 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가설에 불과하다. 탈중앙화된 통제 시스템은 잘못 운영된다면 오히려 더 불안정할 수 있다. 2015년 말 해킹에 의한 우크라이나 정전 사태 등 일부 사고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중앙집권적인 전력망은 해킹 등에 비교적 안전한 모습을 보인 반면, 탈중앙화 통제 시스템은 해킹의 위협에 더 노출되어 있다. 완전히 탈중앙화된 전력망은 보다 많은, 심지어 중앙 시스템에 대한 투자보다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좋은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탈중앙화는 청정에너지 기술을 이용하지만 이 중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은 배출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마이크로 그리드는 천연가스에 의존하는데, 천연가스는 깨끗한 연료 중 하나로 평가되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줄이기 위해서는 상당 부분 감축하거나 탄소를 제거하여야 한다. 수요자들, 사업자들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이 탈중앙화가 실제 도움이 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동안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정책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빅터David Victor -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교수
 

【 지구공학 】
 

지구공학은 인간이 계획적으로 지구의 고도화된 생물권을 통제하고자 한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생물권에 개입하는 기술력은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아도 미성숙하고 불안정하다고 평가하며,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하여 실존적 위협을 야기할 것이라고 비관한다. 이 장에 나오는 내용이 지구공학 사용의 정당화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종을 창조하거나 대규모 산림을 벌채하는 등 복잡한 생태계에 대한 대규모 개입은 대부분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필자들 역시 생태계 조절(trophic cascades)의 결과를 예상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 가뭄, 지구온난화 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과학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성층권에 태양 광선을 반사시키기 위한 대형 거울 설치, 인공강우 기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대형 기계 사용 등 지구공학적인 접근이 제시되고 있다. 생태계에 대한 기술적 개입이 가능할 수는 있으나 우리의 제한된 능력으로는 그 부작용을 짐작할 수 없으며, 결국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지구공학은 논쟁적인 이슈로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와 공유 자원인 지구 대기에 영향을 주는 어떤 행동에 대해서도 신중하고 반성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 과학기술의 힘으로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을까? 】

지구공학은 지구의 자연 시스템에 대한 의도적인 대규모 개입으로 정의된다. 가망성이 있는 응용 분야로는 강우 패턴 변화, 인공 태양광 생산, 생명공학을 통한 생물권 변형이다. 하지만 지구공학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기후변화 대응에 집중되어 있다. 지구공학은 또한 다른 행성의 식민화 같은 우주 활동[이 경우 ‘테라포밍(terraforming)’ 또는 ‘지구화’라고 불린다]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화성의 대기 성분을 바꾸어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 말이다.

대부분은 아직 이론에 불과하지만, 기후지구공학 기술은 생물권에 배출된 온실가스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 조치이다(도표25 ). 이러한 대응 조치는 탄소 격리, 해역 비옥화, 인공 섬 건설, 대규모 산림 조성을 통한 탄소 흡수원 구축을 포함한다(도표26). 최근에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도 제안되었다. 이는 대체로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여 온난화의 근원을 해결하는 것이다. 둘째, 태양 광선을 반사하여 온난화에 대한 일시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기술의 일부는 지난 산업혁명의 결과 개발된 것들로 대형 거울이나 에어로졸 등 이 있고, 새로운 접근법들은 나노입자와 신소재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의 결합으로 가능하다.

출처 Keith(2002)

 
지구공학의 긍정론자들은 이를 통해 1차 산업혁명에 의한 사회·경제적 발전의 부작용인 수백 년간의 대기오염과 환경 파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기후변화 리스크를 완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추가적인 부작용은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다 신중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의 한계로 잠재적 부작용을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하여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지구의 복사 균형에 대한 자연적 변화가 가져온 끔찍한 도미노 효과를 예로 든다. 1815년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 폭발로 인해 유럽은 2016년 ‘여름 없는 해’를 보냈으며 흉작, 기근, 질병에 시달렸다.
 

출처 Keith(2002)

긍정론이든 부정론이든 지구공학을 만능 해결책으로 볼 수는 없다. 안정적인 기후를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경제·사회적 체제가 제로 탄소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배기가스를 과감히 감소시키고 잔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여야 한다이를 위해 새로운 과학기술과 정책이 필요한데, 이때 기술만능주의적 접근 방식만으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일부 지구공학 옹호론자들은 정부가 양측 의견을 결합하여 기후변화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 글로벌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

이론적으로 지구공학은 일부 지역에 혜택을 주면서 다른 지역에는 가뭄, 홍수와 같은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는 관련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고, 손익의 균형을 맞추며, 피해 지역에 어떻게 보상을 할지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지구공학 옹호론자들은 관련 연구 및 잠재적 사용에 대한 정책 결정에 지침을 주기 위한 국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국제 사회의 협력이라는 원대한 계획과 달리 현재는 이러한 거버넌스의 체제가 제한적이고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과 발맞추어 완전한 프레임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국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구 전체가 잠재적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자노스 파스토(Janos Paztor) 카네기 기후 지구공학 거버넌스 이니셔티브(Carnegie Climate Geoengineering Governance Initiative)의 사무국장은 다자 조약의 부재로 인해 소수의 국가들, 또는 한 나라, 기업, 부유한 개인이 일방적으로 기후 변형 기술을 실행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만약 이에 반대하는 국가 또는 집단이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한다면 지구공학 군비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로부터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은 이들이 추가적인 환경 재해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기후공학의 잠재력은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지만 정책결정자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주제이다. 지구공학은 2013년 제5차 정부 간 기후변화 패널(IPCC) 요약 보고서에 등장하였다. 보다 최근에는 미국의 글로벌 변화 연구 프로그램(US Global Change Research Program)의 과학 자문관들이 의회의 연방 지구공학 연구 기금 설립을 촉구한 바 있다. 2017년 4월 하버드 대학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구공학 연구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2,000만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은 화산 폭발 후 발생하는 대기의 냉각 효과를 모의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연구할 예정이다.

통제와 정책 결정의 문제부터 이로부터 영향을 받는 집단의 효과적인 참여 방안까지 지구공학 기술들에 대한 거버넌스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구조상, 유엔 총회만이 합당한 국제 전문가 집단에게 지구공학에 대한 거버넌스 틀 개발을 위임할 수 있는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위임은 평화유지군이나 핵 비확산 문제 해결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다른 방안들도 존재할 것이다 다중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메커니즘은 다음의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 지구공학의 경우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떠한 사용도 금지해야 하는가?

  ― 다른 기후변화 대응 방안과 비교하여 지구공학의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 지구공학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실 시나리오 구축, 실제 대기에서의 실험 등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의 국제적 협력과 위임, 제한, 정책 지침이 마련되어야 하는가?

  ―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과, 국가 간, 세대 간 윤리 문제 및 정의와 인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지역의 불균형적 피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

  ― 장기적 목표를 갖고 지구공학을 사용해야 함을 감안하였을 때, 이에 대한 민주적인 감독 체제의 필요성과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탄력적 대응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지구공학 사용을 결정할 때 반드시 향후 수정 및 정지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단 태양 복사 관리 기술이 가동되면, 이를 정지시킬 경우 지구 온도가 급증할 수 있다.
 

【 요약 】

 
① 지구공학은 지구의 자연적 시스템에 대한 광범위한 개입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대기권 구조를 변경하기 위한 이론적 차원의 노력에 머물고 있다.

② 다수의 과학자들이 현재 우리가 가진 제한된 지식으로 대기권 시스템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수세기 동안 인류가 파괴한 환경과 대기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③ 안정적인 기후 체계를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노력과 이미 생산된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단순한 기술적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지만, 과학기술의 역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④ 지구공학에 대한 책임 있는 연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을 위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현재 관련 거버넌스는 파편적으로만 존재하며, 거버넌스가 지속적으로 부재할 경우, 공동의 지구에 대한 리스크는 증가할 것이다.
 
⑤ 지구공학이 정책결정자들에게는 새로운 이슈이며, 아직 관련 연구 기금도 소규모에 불과하고 실제 실험도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구공학에 대한 거버넌스는 기술 사용의 권한에서부터 초국경적 영향에 보다 안전한 대안 모색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고려해야 한다.
 

【 자연 정복의 윤리적 딜레마 】

 
- 웬들 월러치(Wendell Wallach) -
예일 대학교 생명윤리 센터 교수
 
기후를 조정하는 다양한 과학기술들은 서로 연관된 윤리·환경·정치·경제적 딜레마를 낳고, 장단점과 위협 요인 모두를 갖고 있다.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공급되는 만큼 기후변화는 완화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수요, 에너지원, 기후변화, 지구공학을 통한 기후 조절 요구는 모두 연결된 문제이다. 재활용, 숲 조성, 태양 광선 반사를 위한 흰색 페인트 지붕 칠하기와 같이 논란이 적은 방법들은 대규모로 이루어져야만 전 세계 평균 온도의 연 증가율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다. 대기 상층부에 황산염 또는 나노입자를 살포하는 새로운 기술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아울러 자연 보존 및 청정에너지 옹호론자들은 지구온난화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이나 청정에너지를 보급하려는 정치적 노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전략은 대규모 개입이 필요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일시적이며 국지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다. 대규모 산림 조성 노력조차 매년 발생하는 아마존과 다른 지역의 산림 파괴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일지 모른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격리하는 건축물들도 단기간 내에 극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대규모로 실행했을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했을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보다 오히려 높을 수 있다. 황산염 또는 특수한 나노입자를 대기 상층부에 살포하는 것은 비교적 저렴한데, 컴퓨터 모의 실험에 따르면 이와 같은 기술을 이용해 세계 연 평균 온도 상승을 50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온도 상승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그러나 성층권에 지속적으로 화학물질을 살포함으로써 기후 패턴이 왜곡되어 발생하는 피해가 기후변화 자체보다 파괴적일지 모른다. 관련 분야의 본격적인 연구 없이는 화학물질 살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다. 또한 소규모 실험을 통해서는 대기권의 복잡한 피드백 시스템을 이해하기 어렵다. 복잡한 시스템은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으며, 때때로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구공학 실험의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하였을 때, 국제적 합의 없이는 관련 연구가 진행될 수 없다. 그러나 대기권에 어떤 실험을 허용할지에 대해 국제 협약을 체결하거나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에 대해 합의를 이루기는 무척 어렵다. 국제 사회가 효과적으로 감독을 하지 못할 경우 불량한 국가 또는 행위자가 장기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 목적 달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지구공학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다. 화학물질의 대기 살포는 단순한 기술이기 때문에 한 국가가 주변국에 대한 고려 없이 기후 조절을 시도할 수 있다. 실제로 기후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그러한 시도가 감행될 수 있다. 일부 지구물리학자들과 환경 운동가들은 지구공학 전략을 시험해보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지구공학 연구를 허용하는 것이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불가하다고 설명한다. 첫째, 지구공학 연구에 대한 자원 배분은 자연 보존 조치 또는 청정에너지 개발 등 보다 친환경적인 기술 개발에 사용되어야 한다. 둘째, 관련 연구자들이 곧 이익 집단화 되어 그들이 개발한 기술이 어떤 형태로든 배치되어 사용되기를 촉구할 것이다. 셋째, 지구공학은 곧 ‘자연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 국가와 지역들이 기후 패턴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기후 조절에 대한 전 지구적, 지역적 요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기후과학에 대해 불완전한 지식을 갖고 지구공학을 시도할 경우, 무계획적이며 잠재적으로 재앙이 될 실험이 이어질 수 있다. 자연에 대한 완벽한 통제는 과학의 오랜 꿈이었지만 번번이 잘못된 생각으로 판명되었다. 기후를 관리하는 것이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가정한다 해도 다양한 지역과 국가 간 요구를 조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주도하기 】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생각의 틀 】


■ 4차 산업혁명은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이 현재 겪고 있는 변화와 앞으로 겪게 될 변화 전체를 말하는 것으로, 이제 우리 대부분은 이런 변화를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사실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흐름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분명 작은 변화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은 특별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상호작용 하면서 전개되고 있으며, 앞선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잇는 인류 발전의 새로운 장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새로운 기술은 이전 산업혁명에서 개발되고 축적된 기술에 기반을 둔다. 그중에서도 특히 3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역량이 핵심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술군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여기에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적층제조기술(3D 프린팅), 신경기술, 생명공학,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신소재, 에너지기술, 그리고 아직 우리가 모르는 개념과 기술들도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술 중심의 변화를 나타내는 개념이 아닌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은 강력하고 새로우며 융합된 기술들이 어떻게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논의하고, 기술 리더, 정책결정자부터 모든 소득 계층과 국가, 시민까지 전 계층에 도움이 되는 방법에 대한 여론을 형성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드는 강력하고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 논의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기술을 우리의 미래를 전적으로 결정할 완전히 외적인 요소로 생각해서는 안 되며, 동시에 우리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도구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 새로운 기술들이 서로 연결되어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인지하고, 투자, 디자인, 적용, 재발명을 할 때 인간의 가치를 반영하고 증폭시킬 수 있도록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사람과 기술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투자, 정책, 단체 행동 등에 협력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기회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나 필연적인 외적 요소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삶을 형성하는 시스템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가족과 조직, 커뮤니티를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이란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규범과 규칙, 기대, 목표, 제도와 인센티브는 물론이고, 인프라, 우리 경제의 근본이 되는 물자와 사람의 이동, 그리고 정치·사회적 구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우리가 건강을 챙기고, 의사 결정을 하며,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일하며 소통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더 나아가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 산업혁명의 역사를 통틀어 볼 때 4차 산업혁명의 전개로 이 모든 것들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되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 산업혁명, 성장과 기회 】


■ 지난 250년 동안 일어난 세 번의 산업혁명은 인간이 가치를 만드는 방식을 바꾸었으며 세상도 바꾸었다. 각각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술과 정치 시스템, 사회제도는 모두 진화했다. 산업혁명은 산업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방식과 서로 관계를 맺고 자연과 교류하는 방식까지 바꾸었다 할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 영국의 섬유산업에서 시작했는데, 특히 방직기술이 자동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촉발되었다. 그 후 100년 동안 1차 산업혁명은 공작기계에서 제강업, 증기기관에서 철도 산업까지 당시 현존했던 모든 산업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새로운 산업들이 태동했다. 신기술들은 협력과 경쟁의 방식을 송두리째 흔들었고 이런 변화는 완전하게 새로운 가치 생산과 교환, 확산 시스템을 만들어 농업부터 공업까지, 통신부터 운송까지 산업의 모습을 통째로 변화시켰다. 실제로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산업(industrial)’이라는 단어는 1차 산업혁명의 범위를 아우르기에는 너무 협소하다. 오히려 인간의 노력이 들어간 모든 활동들을 산업이라고 말했던 19세기 사상가인 토머스 칼라일과 존 스튜어트 밀의 사고방식이 더 적절한 생각의 틀일 것이다.

식민지 건설과 환경 파괴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1차 산업혁명은 세계를 부유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1750년 이전에는 영국, 프랑스, 프러시아, 네덜란드, 북아메리카 식민지와 같은 가장 부유했던 국가들도 기껏해야 연 평균 0.2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불평등은 오늘날보다 더 심각했고 1인당 소득은 오늘날 우리가 극심한 빈곤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1850년이 되자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앞에서 언급된 국가들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3퍼센트로 상승했으며 1인당 소득도 꾸준하게 높아졌다.

  1870년에서 1930년 사이에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새로운 물결의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1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성장과 기회가 더욱 증폭되었다. 라디오, 전화기, 텔레비전, 가전제품, 전기 조명은 사회를 변환시킬 수 있는 전기의 영향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내연기관의 발전은 자동차와 항공기 생산으로 이어졌으며, 궁극적으로는 현대적 제조업과 고속도로 인프라 같은 새로운 생태계를 가능케 했다. 화학에서도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열경화성 플라스틱과 하버 보슈법(Haber-Bosch), 즉 암모니아 합성법의 발전은 질소비료로 이어져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낳은 1950년대의 ‘녹색 혁명’의 길을 닦았다. 위생에서부터 항공 여행까지, 2차 산업혁명은 현대 세계의 시작을 알렸다.
 
1950년 즈음에는 3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되는 정보 이론과 디지털 컴퓨팅 분야에서 혁신적인 돌파구가 생겼다. 이전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3차 산업혁명이 가능했던 이유는 디지털 기술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경제 및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킨 방식에 있었다. 디지털 형식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며 전송하는 능력은 거의 모든 산업을 재편했고, 수십억 명의 일과 생활을 극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개의 산업혁명이 불러일으킨 누적 효과는 부와 기회의 엄청난 증가였다.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그랬다.
 

출처 세계경제포럼

 
오늘날 세계 인구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OECD 국가들의 1인당 소득은 1800년에 비해서 30배에서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도표1은 OECD 국가들의 UN 인간개발지수를 바탕으로 만든 도표로, 1차 산업혁명 이후 각각의 산업혁명이 삶의 질을 얼마나 꾸준하게 높여왔는지를 보여준다. 도표1은 지배적인 기술과 산업, 제도적 발전이 1750년 이래 인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대략적인 추정에 근거하여 작성한 것이다. 이 도표를 보면 기술적으로 선두에서 달리는 국가들도 발전의 가장 큰 부분은 전기,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 현대적 의료 관리 체계와 인공 비료의 발명에 힘입은 농업 생산성의 도약 등 2차 산업혁명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주장들은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과 많은 사회학자들이 설득력 있게 제기하였다. 기술 혁신의 과정, 즉 기술의 발명과 상업화, 광범위한 확산과 사용은 역사 시작 이래 부와 안녕을 가져다준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었다. 오늘날 평균적인 사람은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 더 오래 살며, 더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폭력으로 죽을 가능성도 현저하게 낮다. 1차 산업혁명 이후 OECD 국가들의 평균 1인당 실질소득은 2,900퍼센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출생 시 기대수명은 영국에서는 40세에서 80세로, 인도에서는 23.5세에서 65세로, 거의 모든 국가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미래 혜택과 도전 과제들 】
 

■ 이상적인 조건 하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이전 세 개의 산업혁명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운 좋은 사람들에게 도표2에서 볼 수 있듯이 우상향의 발전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기술 발전의 혜택과 제대로 된 공적 제도와 민간 제도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삶 또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만약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이 적절한 제도와 기준, 규범과 적절히 부합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자유와 건강을 누리고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가치 있는 삶을 살면서 불안과 경제적 불안정을 덜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퀀텀 컴퓨팅 기술은 복잡한 시스템을 모델링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제공하여 물류와 신약 개발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분산원장기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거래 비용을 극적으로 절감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에 내재된 가치 흐름의 원동력이 되어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사람이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한 디지털 신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통해 우리는 이 세상을 완전하게 새롭게 경험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하며 새로운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 만약 신소재가 개발되어 배터리 에너지 밀도(battery energy density)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이는 상업용·군사용 드론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취약 계층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교통 및 운송 시스템에도 대규모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출처 세계경제포럼

 
언뜻 봐서 이런 혜택들은 거의 전적으로 기술 혁신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언제 어떻게 이런 혜택들이 현실화되고 누가 그 과실을 따게 될 지 불분명하다. 불평등 상황, 증가하는 사회적 긴장과 정치적 분열, 악화 일로에 있는 취약 계층의 경제적 불확실성, 그리고 자연재해에 대한 높은 우려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도전 과제들을 만들어내면서 진화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룩하고, 이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사고방식과 제도가 필요할까? 공정하고 포용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고방식과 제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앞서 경험한 세 번의 산업혁명은 이런 새로운 기술들이 가져오는 다양한 혜택을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 세 개의 어려운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첫 번째 도전 과제는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이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앞선 산업혁명에서 만들어진 부와 번영은 균등하지 않게 배분되었고, 지금도 불균등하게 배분되고 있다. 신흥 시장의 등장과 함께 1970년대부터 국가 간 불평등은 줄어들었지만, 국가 내에서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2011년에서 2016년 사이, 선진국의 중간소득은 2.4퍼센트 하락했으며, 백인 노동 계급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면서 2015년 미국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기대수명이 줄어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런 혜택들을 종종 놓친다. 이런 혜택들은 실제로 흔하지 않고, 대가가 크며 때로는 삶과 무관하다. 또 과거의 산업혁명들이 만들어낸 시스템이 특정한 방향으로 편향되었을 수도 있으며, 혜택을 사유화하고 부와 기회를 소수의 손에 집중시키려고 하는 제도로 인해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은 경우도 있다.

두 번째 도전 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외부효과가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와 피해를 관리하는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 변화의 비용, 간접 영향이나 의도적인 오용으로 피해를 줬던 취약 계층을 비롯해 자연환경과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의 파급력과 현대사회처럼 복잡한 사회 및 환경 시스템이 받을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면 이런 외부효과와 의도치 않은 결과는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경계할 내용으로 생물권을 갑작스럽고도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훼손할 수 있는 지구공학, 최적의 솔루션을 찾도록 설계된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다양하고 혼란스러운 인간의 삶과 충돌할 때 발생할 리스크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현존하는 모든 암호화 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듦으로서 퀀텀 컴퓨팅은 사생활과 보안 문제에 있어 새로운 유형의 거대한 리스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개인 소유의 자율 주행 자동차의 확산 때문에 도시의 교통체증은 더 심해질 것이다. 가상현실의 등장은 온라인 괴롭힘(online harassment)을 증폭시켜 피해자의 심리적 피해를 악화시킬 수 있다.

세 번째 도전 과제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이 주도하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혁명이 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는 값을 매기거나 경중을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다. 인간 중심의 산업혁명이란 인간이 이 세계에서 의미 있는 대리자로서 권한과 힘을 부여받는 것을 뜻한다. 이 세 번째 도전 과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이전 산업혁명 기술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특히 더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지금까지 사적 공간이라고 여겨졌던 공간에 침투하여 우리의 생각을 읽고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들은 인간이 처리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서 판단을 하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삶의 구성 요소를 바꿀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과거의 그 어떤 기술 발전보다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 사고방식 】

 
■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도전 과제들, 즉 혜택의 공정한 분배, 외부효과의 관리, 인간 중심의 미래는 정부의 규제나 정책을 통해 상의하달 방식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현재의 국제 제도와 국가 제도, 시장경제, 조직적이고 자발적인 사회 운동과 개인들의 인센티브는 해악에서 완전하게 자유롭지도 않고, 또 모든 사람들에게 완전한 권한을 주는 새롭고도 강력한 기술들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중간 소득이 정체되었거나 줄어들고 있으며, 개발도상국들에서는 경제 성장의 과실이 포괄적이며 지속가능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다. 아직까지 열 명 중 한 명이 극빈층에 속할 정도로 세계는 이전 세 번의 산업혁명들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과제들과 씨름하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19세기 제도와 20세기 마음가짐으로 21세기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제도적 변화는 이런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우리가 직면한 21세기 도전 과제들에 적합한 사고방식 역시 중요하다. 과거 산업혁명의 역사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들의 역학 관계를 종합해서 살펴보면, 다음에 나오는 네 가지 원칙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①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

우리는 단순히 기술에만 집중하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안녕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정치적인 의지와 적절한 투자, 그리고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협력이 뒷받침되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됨으로써 더 많은 것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요소가 없다면 새로운 기술은 현재의 시스템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②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주기

우리는 흔히 기술 변화는 통제하기 어려울뿐더러 기술 발전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인간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쉽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의 의사 결정을 가치 있게 여기면서 새로운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더 많은 선택과 기회, 자유, 그리고 삶에 대한 통제를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은 사람이 작동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며, 명백하면서도 감지하기 힘든 방식으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기술임을 고려할 때 특히 중요하다.

③ 의도를 가지고 개발하기

정치와 사회 시스템의 복잡성으로 인해 그것들을 변혁하려는 시도는 오만하고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기술은 ‘원래 그런 것(default options)’이라는 생각에서 우리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개발 사고방식 ― 특히 인간 중심의 개발 철학을 기술에 적용하는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 과 시스템적 사고방식(systems thinking)은 세계를 이끌어 가는 구조를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이 현존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전환시키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④ 가치를 기술의 필수 요소로

기술은 단순히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활용되는 가치중립적인 도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기술은 초기 아이디어부터 개발과 배포 방법에 이르기까지 암시적으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뿐만 아니라 혁신의 모든 단계에서 가치를 논의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원칙들은 과학자, 사업가, 시민사회 리더, 정책입안자, 기업의 고위 임원, 언론사 등과 진행한 수백 번의 인터뷰를 통해 정리된 내용이다. 이 원칙들은 오늘날 기술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미래를 형성하는 방법을 평가·논의·구체화할 때 판단의 틀이 되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당신의 역할 】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적 규범, 규제, 기술적 기준, 기업 활동이 전 세계에서 현재도 논의되고 생성되기 때문에 위 원칙들은 더욱 중요하다. 알고리즘 편향(algorithmic bias) 사례에서부터 노동자들이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노동시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까지, 위에서 언급된 세 가지 도전 과제들은 이미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많은 파괴적 기술들이 전 세계의 실험실이나 차고, 연구개발 부서에서 생겨나고 있고 관련 규제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개정되는 현재 상황에서, 시민들과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에게는 4차 산업혁명의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우리의 부는 더욱 공정하게 배분될 것이고, 불평등은 완화될 것이며, 사회 갈등과 정치 양극화를 완화할 사회적 신뢰가 다시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들은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 것이고, 더 높은 수준의 경제적 안정과 신체적 안전을 보장받을 것이며, 지속가능한 환경 속에서 더욱 의미 있고 성취감 있는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4차 산업혁명을 구성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점을 잇듯이 서로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 요약 】


■ 4차 산업혁명은 지난 세 차례의 기술 혁명에서 파생된 기술들을 발판 삼아 만들어진 신기술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생겨난 인류 발전의 새로운 장이다.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인류는 일상을 영위하고 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더 유연한 거버넌스와 긍정적인 가치를 형성하는 기회와 책임을 갖고 있다. 새로운 기술들은 다양한 산업과 사회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세 차례 산업혁명의 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이런 혜택을 완전히 누리기 위해서 인류는 도전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더 풍요로운 미래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아래와 같다.

①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②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리스크와 피해와 같은 외부효과를 관리해야 한다.
③ 4차 산업혁명은 인간 주도의, 인간 중심의 산업혁명이 되어야 한다.

급격한 기술 변화가 초래하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전 세계의 리더들에게 있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미래 예측이 아니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이 시스템에 끼치는 영향, 개인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기르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며 다양한 당사자들 사이의 공통된 가치와 부합해야 한다. 따라서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할 때 다음에 나오는 네 개의 원칙을 생각해야 한다.
 
①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
② 기술 결정론이 아닌 권한의 부여
③ 사고하는 기술 개발
④ 가치 지향적 기술 개발

강력한 신기술에 대한 규제와 규범, 구조가
전 세계적으로 생겨나고 실행되고 있다.
지금은 행동을 해야 할 때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 점들을 연결하기 】


■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강력한 기술들의 영향력을 파악하고 긍정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줌인, 줌아웃(zoom-in, zoom-out)’ 전략이 요구된다. 여기서 줌인이란 특정 기술의 성격과 그 잠재적 파괴력을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줌아웃하여 여러 기술들을 연결하는 패턴과 이런 패턴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변화를 공부할 때 ‘기술이 아닌 시스템’에 집중하는 리더가 그러지 않는 리더보다 우위에 설 것이다. 기술 자체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기술이 비즈니스, 정부, 사회 시스템처럼 우리와 밀접한 제도를 어떻게 바꾸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바로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직면한 도전 과제다. 이 문제는 두 갈래 접근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 각각의 기술들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필요한 만큼만’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이 접근법은 전문가들과 지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가치가 어디서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탐구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 챕터는 두 갈래 접근법 중 두 번째 접근법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점들을 연결’해 새로운 기술들의 발전 추세와 상호 연결성을 살펴봄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역동성을 이해하고 이런 기술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오늘 등장한 기념비적인 기술은 내일의 기술 발전과 새로운 적용 방식으로 인해 그 빛을 잃게 된다. 때문에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는 새로 등장하는 필수 기술을 반드시 습득해야 한다. 줌아웃 해서 점들을 연결하다 보면 이런 새로운 기술들은 디지털 시스템에 의존하는 동시에 그 시스템을 확장하고, 디지털 기술의 상호 운영성(interoperability)으로 인해 빠르게 확대되어 우리 스스로를 포함한 물리적인 제품으로도 표현될 수 있으며, 또한 예측 불가능하거나 파괴적인 방식으로 결합되면서 유사한 혜택과 도전 과제를 낳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측면은 디지털 시스템을 크게 확대하고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은 3차 산업혁명 시대에 구축된 디지털 역량과 디지털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3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네트워크가 2차 산업혁명의 전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축되었듯이 말이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모든 기술들은 지난 60년 동안 세계를 바꾼 정보 처리 기술과 정보 저장 및 통신기술의 발전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신기술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때로는 신기술이 단순히 디지털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은 오늘날의 디지털 시스템을 파괴하고 완전하게 새로운 가치의 원천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오늘날 모든 조직들이 이해하려고 애쓰는 디지털 기술의 충돌은 내일에는 당연하게 여기는 핵심 비즈니스 인프라가 될 것이다.
 
인터넷이 전기 신호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서 인터넷을 단순히 전기 네트워크의 응용 기술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하지만 2차 산업혁명의 사고방식으로는 인터넷이 완전하게 새로운 가치 창출의 생태계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미래에는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단순히 디지털 컴퓨팅의 어플리케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3차 산업혁명의 사고방식으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가치 생산의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

두 번째 측면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물리적인 제품으로도 등장해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우리는 그 기술의 파괴적 영향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3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구축되고 확산되기 때문에 과거 산업혁명의 기술보다 훨씬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지식과 아이디어의 확산을 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만들기 때문에 물리적 제품들이 신속하게 등장하고 확산된다. 한편 순수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의 경우 극단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복제 가능하다. 도표3에서 볼 수 있듯이 전화기 사용자가 1억 명에 도달하는 데에는 75년이 걸린 반면 인터넷 사용자가 1억 명이 되는 데에는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 기술이 투자, 생산성, 조직 전략, 산업 구조와 개인의 행동양식에 끼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다. 도표4에서 볼 수 있듯이 인공지능 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등장하고 인수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한 알고리즘을 사용함으로써 직원 생산성은 빠른 속도로 향상되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고객 관리 업무에서 챗봇은 직원들의 고객 상담을 도와주고(그리고 빠른 속도로 직원들을 대체하고) 있다.
 

출처 Boston Consulting Group ITU; Statista; BCG research; mobilephon ehistory. co.uk; Scientific American, Internet Live Stats; iTunes; Fortune; OS X Daily; VentureBeat; Wired; Digital Quarterly;TechCrunch; AppMtr.com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디지털 세상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가상 세계에만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제품을 코드로 바꿈으로써 비물질화를 가능케 했다. 아날로그적인 카세트테이프에서 디지털화된 CD, 그리고 온라인에서 공유 가능한 디지털 음원 파일로 바뀐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이와 반대되는 과정, 즉 데이터를 활용해서 다양한 물리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 또한 가능케 한다. 예를 들면 3D 프린터는 엔진 부품이나 식품, 심지어 살아 있는 세포까지 만들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의 등장으로 우리는 거실 조명을 끄거나 난방을 켜도록 가상의 개인 비서에게 말할 수 있다. 로봇과 드론, 그리고 자율 주행 자동차는 어느덧 자연스럽게 세계에 스며들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새롭게 출시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경험이 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운송 회사 UPS는 생산 전문 업체와 협업하여 고객사들이 값비싼 컴퓨터와 절단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도 스스로 시제품을 만들고 기계를 실험하며 개인 장비를 만들 수 있도록 미국 전역에 있는 100여 개 매장에서 3D 프린팅과 스캐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CB Insights(2017)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우리를 둘러싼 물리적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이미 스마트폰을 자기 신체의 일부처럼 느낀다. 웨어러블 컴퓨터에서 가상현실 헤드셋까지, 오늘날의 많은 기기들은 향후 우리의 뇌를 비롯해 몸에 삽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외골격과 인공 보철은 우리의 신체 능력을 강화할 것이며 신경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유전자와 우리 자녀의 유전자를 더 적극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발전은 심오한 질문을 제기한다. 인간과 기계 사이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한단 말인가? 인간이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서로 결합해 혁신을 거듭하면서 그 기술력이 더욱 증폭되리라는 점도 또 다른 측면이다. 증기력이 공장 자동화와 철도에 영향을 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은 발전하고 상업화되면서 다른 기술에 영향을 준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다양한 산업 및 지역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소수의 기반 범용 기술과, 그 기본 범용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 기술과 응용 기술이 대거 등장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떤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반 범용 기술이 될까? 그 누구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신기술 분야 글로벌 리더들과 100차례가 넘는 인터뷰 끝에 인공지능, 분산원장기술, 새로운 컴퓨팅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반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에너지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은 다른 분야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향력이 있지만 종종 과소평가되는 기술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핵심 요소인 신소재가 있다. 세계를 또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기술들이 더 뛰어난 알고리즘과 더 강력한 컴퓨터, 새로운 특성을 가진 신소재를 활용하여 발전한다는 점에서 이런 결과는 타당하다. 또 이들간의 잠재적인 상호 연결성과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s)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우수한 인공지능이 탑재된 컴퓨터는 신소재가 보다 빠르게 개발되도록 도움을 주고, 이렇게 개발된 신소재는 다시 더 좋은 컴퓨터를 만드는 데 사용될 것이다. 또한 신소재는 무게에 비해 성능이 훨씬 우수한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어 로봇과 드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이런 예는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다. 가장 영향력이 크고 깜짝 놀랄 만한 발전은 기술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직적이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조직구조를 가진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도태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비슷한 혜택과 도전 과제를 만들어낼 거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학자이자 저자인 돈 부드로(Don Boudreaux)가 지적했듯이, 100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도 TV, 대서양 횡단 비행 티켓, 콘택트렌즈, 피임약, 항생제를 살 수 없었다. 오늘날 이 모든 것들은 선진국에서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금전적인 가치를 산출하기란 어렵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폭을 급격하게 확대시킴과 동시에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술들이 창출할 부가가치를 정량화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렵다.

아마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가장 큰 우려는 가치가 균등하게 공유되지 않아 불평등이 증가함으로써 사회적 결속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는 바로 독점이다. 예를 들어 이미 구글은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에서 90퍼센트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모바일 소셜 트래픽의 77퍼센트,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의 7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OECD가 경고한 것처럼 미래에는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이 서로 담합하여 불법 행위가 절대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일반적 인공지능이 ‘초지능(superintelligence), 발전된 형태의 인공지능으로, 옥스퍼드 대학교의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교수는 초지능을 ‘창의성과 지혜, 그리고 사회적 능력’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인간 전문가를 뛰어넘는 인공지능이라고 정의했다)’으로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면, 이 선점자 효과(first-mover advantage)로 수많은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이 잠재적인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창출하는 많은 기회들을 보면 어떤 형태로든 분산화를 제공한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은 투명한 익명 거래를 가능케 하는 분산화된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3D 프린팅은 장기적으로 제조업을 대중화할 수 있다. 심지어 유전자 교정을 가능케 하는 생명공학은 이제 적절한 가격으로 대중화되는 추세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중화란, 세계적인 규모로 디지털 인프라가 확산되고 지식이 공유되면서 기술이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의 대중화가 기술을 사용하고 경제와 사회에서 기술의 역할을 정하는 의사 결정의 대중화와 동일하게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우리는 기술 개발 과정에 사회적 가치를 녹여 규범을 구축하고 의사 결정 과정을 대중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며 이 문제를 다룰 것이다.
 

출처 Autor, Levy and Murnane(2003); Blackrock Investment Institute(2014)

 
4차 산업혁명이 고용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도표5와 도표6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분야의 많은 일자리에서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이전 산업혁명으로 기존 일자리들이 대체된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성장 속도는 일자리 소멸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오늘날 최첨단 기술 산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속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일자리가 만들어진 속도보다 느리다. 새로운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비인지적 능력을 요구함에 따라 저숙련 노동자들은 더욱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했다. 선진국에서 대부분의 새로운 일자리는 비정규직, 파트타임, 임시직, 또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일자리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법적 보호와 각종 편익을 누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2005년과 2015년 사이 미국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일자리의 94퍼센트는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고 기본 노동권 역시 보장되지 않는 ‘대안적 형태의 일자리’였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인간의 기술과 관심사를 의미 있는 일에 적용할 수 있는 선택과 능력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으며, 이로 인해 불안정하고 분열된 노동의 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관련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며 평생 교육 및 선제적 고용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우리는 사회보장제도와 ‘자금 이전(transfers)’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도표7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 지출과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자금 이전이 시장 임금의 분배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미국, 싱가포르, 멕시코, 터키보다 구조적으로는 더 불평등하지만, 세금과 자금 이전 이후 스웨덴의 지니계수는 위의 국가들보다 낮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로봇세에 기반한 기본소득과 같은 다양한 옵션이 제안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하는 <포용 성장과 개발 보고서 2017(Inclusive Growth and Development Report 2017)>에 의하면, 각국 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어떻게 더 강화할지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내 구조 개혁의 범위는 세금과 자금 이전보다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세계경제포럼(2017)

 
경제적 불평등에 끼치는 잠재적 영향력 외에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심각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다음의 부정적인 외부효과는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에서 조사한 전문가들의 언급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생물무기를 포함하여, 대량파괴무기들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대중화할 수 있다.

  ― 신소재(예: 나노기술)는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악영향은 널리 사용되기 전까지는 이해하거나 알기 어렵다.

  ― 청정에너지기술의 발전은 화학연료를 생산하는 국가들의 안정성을 훼손함에 따라 지정학적인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 지구공학을 통해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가져와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퀀텀 컴퓨팅의 발전은 기존 온라인 보안 프로토콜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 블랙박스 인공지능(black box AI : 인풋이 아웃풋으로 나오는 과정이 불분명한 인공지능의 정보 처리 과정)의 광범위한 도입은 경제 시스템을 보다 취약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의사 결정의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 신경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이 링크를 클릭하거나 물건을 구매하거나 또는 행동을 할 수 있게끔 ‘조종’하는 능력으로 이어지면서 인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느리고 후진적인 경향이 강한 지금의 거버넌스 모델에만 의존한다면 이런 외부효과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례로 미국의 연방항공국이 아마존에 특정 유형의 드론을 실험할 수 있는 ‘운항 허가 증명서’를 발급하는 데 8개월이나 걸렸다. 8개월을 기다리는 동안 해당 드론은 이미 구식이 되었다. 그 결과 아마존은 캐나다와 영국에서 실험을 해야만 했다. 규제, 규범, 표준의 내용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것들을 만들어내는 전반적인 절차에 대해 재고할 민첩한 거버넌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새로운 접근 방식은 공공의 이익과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기술을 통제할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인류가 진정한 의미로 세계 문명의 한 부분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기술과 관련하여 인간의 욕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긍정적인 인간의 가치가 세계를 바꾸는 기술 변화에 어떻게 통합되고 협력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 요약 】

 
■ 4차 산업혁명을 보다 깊게 이해하는 생산적인 방식은 ‘줌인, 줌아웃’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갈래 접근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두 갈래 접근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① 다양한 기술의 잠재력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이런 기술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다양한 기술군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 갖기

② 기술과 그 기술이 촉진하는
시스템적 변화 사이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점들을 연결하기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시스템적 변화와 관련하여 몇 가지 일반적인 측면을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네 가지 특징을 고려하면 더 크고 시스템적인 그림을 볼 수 있다.

①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중대한 방식으로
디지털 시스템을 확대하고 변화시킨다.

②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며
물리적인 제품으로도 등장해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③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혁신의 힘은
서로 결합해 혁신을 창출하면서 증폭된다.

④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비슷한 혜택과 과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기술이 제공하는 혜택과 과제는 불평등, 고용, 민주주의, 주권, 보건과 안전, 그리고 경제개발과 같은 중요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끼치는 영향력의 속도와 규모를 적절하게 관리하려면 민간 분야와 사회적 당사자, 그리고 정부와 전통적인 규제 기관을 포함한 새롭고 더 기민한 거버넌스 모델이 필요하다. 이 거버넌스의 목적은 규범, 표준 그리고 실행을 포함하여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유연하게 적응하며 다양한 당사자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기술에 가치 심기 】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생활 수준과 안락함을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은 골칫거리와 원치 않은 결과를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이런 원치 않은 결과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많은 디지털 플랫폼이 세계의 부를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시키면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졌고 어려운 상황에 노출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대주주의 배는 불러만 갔고, 천연자원 추출 기술은 환경을 계속해서 오염시켰다. 1990년 이후 자본 설비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83퍼센트가 사라져 많은 공동체가 해체된 예도 빠질 수 없다.

이런 외부효과는 최근 30년 동안 서서히 일어났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불러일으키는 변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복잡하며 파괴적인 기술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17>은 인공지능, 생명공학, 지구공학, 그리고 사물인터넷을 특히 우려되는 포인트로 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유했다.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18>은 데이터, 인프라, 개인정보 및 신원정보와 같은 디지털 정보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지고 그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작년 한 해 동안 그 피해가 눈에 띄게 부각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이 과연 세계와 우리 삶을 발전시킬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오는 경제적인 혜택을 비롯해 다양한 혜택은 인간의 희생을 감수할 만큼 값어치가 있을까? 관련 위험을 완화할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이런 기술로부터 무엇을 얻어야 할까?

궁극적으로 여러 기술들은 편리함, 즐거움, 권한, 생산성 등을 우리에게 약속할 수 있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가 기술로부터 원하는 것은 인류의 안녕을 증진하고 건강한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술에 대해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주기’, ‘인간을 위한 의도를 가지고 개발하기’, ‘가치를 기술의 필수 요소로 대하기’를 주장했다. 쉽게 말해서 4차 산업혁명은 인간 중심의 산업혁명이 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불평등, 빈곤, 차별, 불안정, 혼란, 환경 파괴를 야기하거나 기술로 인해 인간 존재의 가치가 떨어지고 하찮게 취급되는 것은 결코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불행히도 기술 발전과 경제성에 눈이 멀어 정말로 중요한 것을 우리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과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 같은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기술로 인해 임금과 생산성 사이에 생기는 ‘탈동조화(great decoupling)’ 개념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 그리고 기술로 인해 발전하는 긱 이코노미는 2020년까지 모든 일자리의 40퍼센트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OECD 국가들의 소득에서 노동 소득 비율 감소분의 최대 80퍼센트가 기술로 인한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많은 연구 보고서에서 불평등 심화가 기술과 연계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많은 정책들이 사회적 결속이나 인류의 안녕보다는 경제 발전을 우선시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 변화를 통해 어떤 결과를 얻고 싶은지 물어보기 전에 원치 않은 결과에 우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기술에 대한 가치 기반적인 접근 방식은 우리가 기술에 압도당하지 않고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 기술의 정치적인 본질에 대해 명확히 밝히는 것은 책임감 있고 빠르게 대응 가능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사회적 가치에 거버넌스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누구에게 혜택이 가도록 할지를 관리할 수 있다. 셋째, 기술이 어떻게 기술 체계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지 명확히 하는 것은 가치를 기술 개발의 단계에 통합시키는 최적의 전략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술의 정치학 】


■ 기술과 가치의 관계는 쉽게 정의할 수 없다. 가치는 추상적이고 무형한 자산이며 사회마다 다르고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언어에서부터 로켓까지 기술의 범위는 넓고 광범위하다. 이와 관련하여 익숙하지만 잘못된 두 가지 관점을 소개하려 한다.

잘못된 관념 1 : 기술이 미래를 결정한다
 
기술은 우리에게 인센티브와 권한을 주고 행동 방식을 제한하며 기술 발전은 외생적이고 우리가 바꾸거나 멈출 수 없는 결정적인 강력한 흐름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이 관점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기술이 역사를 움직이고,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우리의 가치를 구성하며, 기술 발전을 멈추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잘못된 관념 2 :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다

기술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준다는 것을 부정하는 관점이다. 대신 기술은 중립적인 도구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기술 활용 방식을 선택하는 개인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사용자들의 도덕적 특성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개발자들과 확산자들의 역할도 이런 논의에서는 제외된다) 기술이 무엇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간과해버린다. 이 두 관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적절하지 않다. 분명 어느 정도 일리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더욱 빨리 확산되고 사용자들에게 힘을 더해주는 현 상황에서 이 두 관점은 매우 위험하다.
 
첫 번째 관점은 사회가 기술을 통제할 수 없다고 보는 반면, 두 번째 관점은 기술이 끼치는 영향과 사회적 책임을 별개로 구분한다. 하지만 두 관점 모두 기술과 사회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형성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핵기술은 이런 관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핵기술은 분명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핵기술은 핵에너지의 원천 기술이기도 하면서 잠재적인 파괴력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회에 엄청난 압박을 준다. 예를 들어 최근 지정학적 긴장은 핵 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으며 2017년 노벨평화상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에게 수여되었다. 하지만 핵기술은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회는 어떤 기술이 개발되고, 어떻게 개발되며, 누가 결정권을 갖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를 결정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 정부가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한 발표23에서 볼 수 있듯이, 점점 더 많은 사회가 핵기술 사용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성공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기 위해서 우리는 기술의 속성을 이해하면서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동시에 기술이 내포한 목적, 위험, 불확실성에 대해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기술은 정치적이다’라는 제3의 시각이 필요하다.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비유적인 의미다. 기술이 정부를 대변하거나 특정한 정치색을 보인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술은 사회적 절차에 따라 개발된 솔루션, 제품 또는 도구로서 사람들을 대변하고 제도를 지탱하며, 내포된 가치와 원칙은 사회 내의 권력과 구조, 지위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결국 기술은 우리가 아는 것,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연관되어 있다. 이처럼 기술은 우리의 정체성과 세계관, 잠재적인 미래에까지 연결된다. 기술은 핵기술에서부터 우주 경쟁,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자동차, 의료, 인프라까지 정치적으로 만든다. ‘개발 완료’ 국가(developed nation : 선진국)라는 개념도 기술 채택과 그것이 경제·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많은 과학자들과 기술 전문가들은 이미 기술의 정치적 측면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전기공학연구소(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는 인공지능을 ‘사회·기술적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가치를 깊게 생각해야 할 필요성은 학계, 정부, 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적 담론으로 이어져왔다. 비슷하게 너필드생명윤리위원회(Nuffield Council on Bioethics)는 다음 내용처럼 생명공학을 ‘지식과 실행, 제품과 응용의 조합’으로 정의했다. 이 정의에 의하면 기술은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존재이다.

생명공학은 엄청난 다양성의 기술 분야다. 그럼에도 특정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특정 생명기술의 조합으로 이어지는 조건들은 공통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이런 조건들에는 자연적 한계(natural constraints)와 자발적인 선택이 모두 포함된다(하지만 이런 자발적인 선택이 언제나 인정되거나 명백한 것은 아니다). 이런 선택은 가치, 신념, 기술과 기술 활용에 대한 기대감이 포함된 복잡한 판단에 달려 있다. 이런 선택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 서로 다른 가치, 신념, 그리고 기대가 평가되고 통합되었는지 ― 중대한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을 가진다.

새롭게 발명된 기술은 가치와 목표, 타협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기술이 강력할수록 이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많은 경우 어떤 기술이 만들어지고 어떻게 설계되며 활용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경제적 논리에 따른다. 그리고 이런 경제적 인센티브는 사회적 영향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에 대항하기 위한 디지털 콘텐츠 필터링 윤리에 대한 최근의 논의는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경제적 논리와 플랫폼 개발, 그리고 콘텐츠를 추적·분류하여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기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디지털 소셜미디어 산업에서는 ― 신문, TV, 라디오 등의 전통 미디어와 같이 ― 경제적 인센티브와 제품 관리가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무엇을 알고 어떻게 아는 것에 영향을 끼친다. 핵기술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과제를 야기한다. 차이점은 인터넷의 개방성이 소셜미디어 기술의 급격한 확장을 가능하게 하여 ‘반사회적’으로 여겨지는 콘텐츠를 감시하기가 매우 어려워지리라는 점이다.
 
기술이 특정한 사회적 태도와 이해관계, 목적을 수반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변화를 시작하는 데 더 큰 힘을 준다. 원치 않은 결과를 기술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고, 기술이 우리의 의사 결정에 끼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게 되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책임감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① 특정 기술과 관련된 가치를 파악할 책임

② 기술이 우리의 선택과 의사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할 책임

③ 적절한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가장 좋은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도록
영향을 끼칠 책임

사회, 기술, 그리고 경제 사이의
정치적 협상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사회적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기 】

 
기술은 사회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는 기술 발전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기술은 설계와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 가치를 지니는 경향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를 내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항상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IEEE의 존 헤이븐스(John Havens)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리가 스스로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기계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우리의 이상향에 부합하는 기술을 만들기 전에 시간을 갖고 우리의 집단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간의 안녕을 결코 증진시키지 못할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과 사회들은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니며, 또 기술에 어떤 사회 및 문화적 관점을 투영할지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인다.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로 인해 우리의 우선순위는 각각 다르다. 하지만 이런 차이점에도 가치에 기반을 두고 기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할수록 우리는 어떤 가치가 정말로 사회에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기술이 이런 가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더 잘 알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높게 여겨지는 몇몇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사회 협약(A New Social Covenant)>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통해 세계경제포럼의 산하 조직인 ‘글로벌 어젠다 위원회 가치분과(World Economic Forum Global Agenda Council on Values)’는 ‘서로 다른 문화, 종교, 관점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존경받는 개인, 서로에 대한 헌신, 다음 세대에 대한 존중이라는 강력하고 통일된 이상향이자 공통된 인류의 열망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이고도 일관된 가치에 합의하는 것은 첫 단계일 뿐이다. 이런 가치들은 실제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유연하면서 책임감 있는 거버넌스를 통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제도는 기술 변화의 속도와 폭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많은 법률 제도는 새로운 리스크에 대처할 준비가 부족하다. 실제로 세계는 환경에서 인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더욱이 어떻게 설계·활용·관리·통제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외부효과가 무엇인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서로 다른 기술군들이 융합하면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위험이 등장하기도 한다. 거버넌스 전략은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지 않으면서 이런 외부효과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개입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 가치에 대한 새로운 사회 서약 】

 
■ 우리의 소명은 무엇일까? 가치에 대한 고찰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고민거리다. 그런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새로운 사회적 협약(New Social Covenant)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과거에는 개인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 집중했다. 개인의 권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국가 내부적으로든 아니면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든, 어떤 빚을 졌는지에 집중하고자 한다. 가치에 관해서는 매우 큰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 종교, 관점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도 공통된 인류의 열망에 대한 포괄적 합의 역시 존재한다.   

  ― 인종, 성별, 배경 및 신념에
구애받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

  ― 개인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공동선의 중요성

  ― 스튜어드십(stewardship) :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후세를 위한 노력

이런 가치를 촉진하는 것은 개인적 과제이면서 집단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열망과 현실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가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지 토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모든 행위에서 전환적인 가치 기반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에서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우리는 새로운 모델을 조성하고 존중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효과적이고 생산적이며 치유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들, 다시 말해 보다 공정하고 관대하며 지속가능한 세계를 구축할 사람들을 이 작업에 참여시켜야 한다.
 
가치 기반의 거버넌스는 지금도 존재한다. 2018년 중반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대표적인 예다. 개인정보보호규정은 투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을 요구함으로써 사용자 동의에 대한 규정을 바꾸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회사들은 보안 위반 사례가 생길 때마다 사용자들에게 알려야 하며,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잊힐 권리’와 ‘정보의 이동을 요구할 권리’도 준수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관도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기술과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데이터 보호 관련 법을 준수해야 한다.

설계 단계부터 사생활 보호 대책을 강구하는 개인정보보호규정의 목적은 가치를 말뿐 아니라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두 번째 방식을 의미한다. 즉, 기술이 개발되는 단계에 가치를 접목해 기술이 기술자들의 가치가 아니라 사회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기술과 윤리에 자유방임적 관점으로 다가가면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바로잡고 보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보다, 기술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윤리와 가치, 사회적 영향을 사전에 고려할 때 우리 사회가 열망하는 집단적 안녕의 증진에 비로소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자율 시스템, 신경기술 및 알고리즘은 가치가 분명하게 정립되지 않은 분야에서 좁은 관심사를 가진 전문 커뮤니티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기술들의 예이다.

불행히도 특정 가치를 기술 개발 단계에서 접목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과제다. 그저 ‘윤리’라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도 않고,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조직 문화를 가꾸고 심지어 해당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시장경제의 사고방식에 도전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많은 기술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수많은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고 그 위험과 잠재적 영향력은 예측하기 어렵다. 기술이 내포한 위험이 예측된다 하더라도 기술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어떻게 블록체인기술이 범죄에 악용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잠재적인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사회 제도는 기술 설계 및 활용 방법 이상을 생각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은 시작부터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기술 개발과 제품 개발 단계에서 그들은 시스템적 인센티브와 기술적 요구 사항을 넘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잠재적인 영향력을 보다 폭넓게 파악해야 한다.
 
-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어젠다 위원회 -
 

【 기술에 가치 심기 】


사회적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하향식 규제로는 성공할 수 없다. 기술에 사회적 가치를 심기 위해서는 중요한 기술을 공론화해야 하며 사람들과 조직들이 새로운 행동양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리더들도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가치 심기는 이후에 소개할 가치변곡점(inflection points)에서 잘 설명되어 있듯이 다양한 단계에서 시작할 수 있다. 가치 심기를 어디에서 시작하든, 행동 변화와 기술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 제고, 그리고 사회적 가치의 우선순위화는 다음에 나오는 기술에 대한 접근 방식을 통해 더욱 개선될 수 있다.

첫째, 기술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술은 인간의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경제 발전을 도모하며, 우리의 몸과 환경에 영향을 주고 사회제도와 시민사회에 필요한 정보를 처리한다. 첨단소재와 의학기술과 같은 기술을 존중하는 환경은 충분히 조성되었다. 이제 검색엔진과 자율 시스템, 블록체인 등의 기술들에도 비슷한 수준의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기술의 수명이 아니라 우리 삶에 미치는 집단적인 영향력을 기준으로 측정하면 겉으로는 단순해 보였던 기술들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둘째, 개인과 조직의 목적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기술에 반영함으로써 기술 발전과 활용에 대한 명확한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과학 발전과 기술 개발을 추구하려면 한계에 도전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사회의 안녕과 같은 목적과 의미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능력을 길러나가야 한다. 한 예로, 1945년 원자폭탄이 최초로 투하된 이후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Oppenheimer)는 과학자의 목적은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과학의 순수한 내재 가치를 위해 지식을 공유하고 배우는 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시작으로 오펜하이머는 과학자의 호기심, 야망, 그리고 집단 책임을 옹호하면서 원자력위원회의 발족,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 폭탄 제조 금지를 주장했다.
 
셋째, 가치 또는 가치와 기술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신념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가치에 대한 조직의 내부 규정은 매우 큰 도움이 된다. 기술에 대한 목적 의식이 있고, 가치 중심적 사고방식 강화를 위해 윤리 강령이나 조직의 입장을 공표하면, 회사나 조직 또는 전체 산업군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학 연구와 분석 그리고 의학기술의 개발에 있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생물공학 산업도 의료계의 영향을 받아 비교적 상당한 자기반성과 억제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기술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가치가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가치변곡점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한 의도와 책무를 갖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제품 개발 과정의 결정적인 확산 포인트(critical amplifying points)를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면 더 많은 것을 도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윤리 교육을 할 때 합리적 의사 결정의 문제를 부각하기 위해 ‘트롤리 문제(다섯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를 종종 사용한다. 이 윤리적 질문은 인간에게 어려운 의사 결정은 종종 무형이면서 값을 매기지 못하는 삶의 특징을 내포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기계가 이런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이런 측정되지도 않고, 측정할 수도 없는 기준도 코드화되어야 한다. 가치변곡점을 통해 리더들은 기술 형성 과정에서 가치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다.


왜 가치인가? 】


■ 세계는 전례 없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지구와 생태계의 한계에 맞닥뜨렸다. 어쩌면 한계를 이미 넘었는지도 모른다. 동시에 인구 성장과 빠른 기술 변화 때문에 2050년까지 약 15억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새로운 일자리는 현재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더욱이 탄소를 포함해 생태계적으로 중요한 자원들이 고갈되는 속도를 고려하면 우리는 일자리 창출과 생태계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의 삶 사이에서 잠재적인 갈등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점점 심해지는 지정학적 안보 문제와 대륙을 넘나드는 난민과 경제적 이주자, 계속해서 심화되는 글로벌 부와 소득의 불균형,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하는 다양한 외부효과까지 더해진다. 우리는 파멸적인 후퇴 혹은 긍정적인 진보라는 변화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압도적인 시스템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많은 잠재적인 솔루션이 있겠지만, 이러한 솔루션을 채택하고 시스템 변화가 긍정적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치다.

가치는 명확한 목적지와 거기까지 가는 수단을 제공한다. 서유럽의 산업혁명 뒤에는 창의성, 신뢰, 그리고 기업으로의 가치 이동이 있었다. 노예제도 폐지와 민권운동의 배후에도 가치 이동이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20세기 서구 경제에서 일어났던 두 가지의 주요한 변화 뒤에도 가치 이동이 있었다. 20세기 중반에는 케인스주의로의 가치 이동과 신자유주의(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21세기 첫 10년까지)로 투박하게 알려진 가치 이동이 있었다. 가치는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한다. 이런 모든 사례에서 가치의 변화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가치 이동은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선봉대와 명확하고 긍정적이며 영향력 있는 담론이 수반되어야 달성된다. 그 이후에야 규범과 법의 변화는 일반적인 사람들 속에서 더 큰 가치 변화로 이어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술 변화와 사회 변화의 전례 없이 빠른 속도를 감안할 때, 올바른 결과를 내기 위해서 법률과 경제적 인센티브에만 의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법률이 제정되고 실행되는 시점이 오면 이미 구식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지속적인 가치 혁명이다. 기술이 끼치는 영향력이 복잡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비슷한 논쟁은 신문의 헤드라인에 매일같이 등장한다. 하지만 가치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기술 개발의 각 단계에 필요한 상황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을 갖추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기술 개발의 어떤 단계에서 우리는 효율성과 미적 감각과 같은 특정 가치와, 존엄성과 공동의 선과 같은 더 큰 사회적 가치를 고려할 수 있을까? 다음에 나올 아홉 개의 가치변곡점은 시작일 뿐이다. 기술 개발자와 기업가, 정책입안자와 소셜 인플루언서 같은 리더들은 이 점을 활용하여 가치를 되돌아보고 기술 구현을 광범위한 맥락에서 논의하며 행동을 취함으로써 진정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① 교육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기술뿐만이 아니다. 사람들도 책임감 있게 성장해야 한다. 최근 들어 일부 교육기관은 윤리 과목을 기술자들이 반드시 수강해야 할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런 과목들조차 내부 규정과 전문가다운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고 쉬운 지름길을 취하거나 요구 사항을 회피하는 것이 얼마나 대가가 큰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빈번해지는 사기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많은 MBA 프로그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환경 인식과 함께 윤리를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엔지니어를 위한 교육 과정에서도, MBA 교육 과정에서도 가치가 기술, 사회,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② 자금 조달과 투자

기업가와 투자자는 기술 개발과 가치 기반의 접근 방식을 결합하는 데 있어 선봉에 서 있다. 기업가들은 특정한 니즈와 욕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해결한다. 이런 사업가들이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폭포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기술 개발의 방향을 유도할 수 있는 당근을 가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사회적 영향력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가치에 기반을 둔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만약 그들이 기업가들로 하여금 가치 기반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인센티브를 준다면, 놀라운 결과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③ 조직 문화

기업가와 조직 리더들의 가치는 일자리와 기술 발전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다. 기업 리더들은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으며 사회 가치에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다. 스타트업들은 가치 설정에 특히 효과적인데, 초창기 멤버들은 비슷한 관심사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기업 리더십의 예로 코스타리카의 주류 제조 회사인 FIFCO를 들 수 있다. 이 회사의 CEO가 가졌던 가치는 알코올 섭취량을 일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직원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기여했다. CEO를 비롯해 각 조직의 리더들은 이런 가치변곡점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 목적의식이 강하고 사회의식이 높은 조직을 만들 수 있다.

④ 의사 결정과 우선순위 선정

예산 편성, 연구 의제 결정, 시장 선택 등의 기업 활동을 할 때 업무의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이렇게 정해진 우선순위는 명백한 연쇄효과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기술과 비즈니스 프로젝트 단계에서 내리는 의사 결정은 효율성, 사업의 확장성, 이익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전제로 한다. 이런 인센티브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은 어떤 근본적인 가치가 이런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고, 기술 개발과 응용 절차에 있어 조직과 개인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든, 비밀 군사기술을 개발하든, 이런 의사 결정 과정을 분해하다 보면 의사 결정 과정의 가치 구조가 드러난다. 리더들은 이런 기회를 활용해 더 큰 사회적 우선순위와의 관계를 재평가할 수 있다.
 
⑤ 업무 방식

1970년대부터 사회학자들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실험실에서 일하는 방법과 과정은 그들 사이에 녹아든 가치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구조화된 가치는 과학자들이 만들어내는 물리적 제품과 과학이라는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 절차와 과정, 그리고 프로토콜에 대한 논의는 가치 인식을 높이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또 리더들은 기술 개발 과정에 개입할 수 있고, 실험도구와 제품의 제한도 암암리에 기술 개발 방식에 영향을 줘 특정 가치를 심을 수도 있다. 작업 환경을 면밀하게 조사하면서 리더와 실무자들은 어떤 가치와 편향이 결과물에 삽입되는지를 찾아낼 수 있다.

⑥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

모든 경제 체제는 사회 가치와 목표에 영향을 주는 인센티브를 만든다. 주주 책임이나 생존 경쟁력과 같은 경제적 압박을 찾아내면 기술이 어떤 목적에서 사용되는지, 그리고 기술이 경제성과 가치 가운데 무엇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경제성이 특정 기술군의 발전을 가로막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투자 수익이 기대치보다 낮거나 시장이 크지 않은 경우 현재의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는 종종 사회적으로 이득이 되는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로봇 보철기술이 그런 기술의 한 예다. 경제성이 낮아 개발이 더딘 부분을 찾아낸다면 우리가 기술로부터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따라서 우리의 행동양식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⑦ 제품 개발

모양에서 기능까지, 제품 개발의 거의 모든 분야는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제품 개발 관련 부서는 생산물 책임제(product liability), 문화적 편향, 소비자의 감정 등 많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제품 개발자들이 가치를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하도록 권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는 ‘공학 및 물리과학 연구위원회(Engineering and Physical Sciences Research Council)’가 발표한 로봇 원칙이 있다. 총 다섯 개의 원칙으로 그 중 세 개는 로봇은 인간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된 제품임을 명시하고 있다. 임원, 발명가, 제품 개발자와 대중은 제품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각자 역할이 있으며 기술과 사회적 가치를 일치시키는 것이야말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다.

⑧ 기술 구조

다른 기술들 ― 인터넷, 군사기술 및 교통 인프라와 같은 ― 을 가능케 한 대규모 기술 생태계는 어디에 어떻게 구축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에 따라 스스로 가치를 삽입시킨다. 예를 들어 인프라 관련 기술은 데이터 흐름을 통제하고 인터넷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며 민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디지털 격차와 같은 현상에 기여한다. 이처럼 정책입안자와 산업 리더들은 대규모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동안에 기술 구조(technical architecture)가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고려함으로써 가치를 감안하고 사회의 우선순위에 관심을 기울인다.
 
⑨ 사회적 저항

가치는 수많은 협상 과정을 통해 기술에 삽입된다. 특정 관심사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자신들의 가치를 직접 개발한 기술에 접목한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은 등장하는 것이다. 기술의 특성이 사회의 우선순위를 침해함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이 밀어붙일 때 사회적 저항이 일어나곤 한다. 만약 이런 기술이 대중이나 특정한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경우, 무엇에 대한 반발인지를 면밀하게 조사하면 사회의 가치와 기술이 내포한 가치가 어떻게 다르고 서로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가치변곡점들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 윤리와 가치와 관련된 논의도, 기술 개발에 있어 윤리와 가치가 어떻게 가치 기반의 접근 방식을 만들어나가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투자자들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관여할 수 있지만, 불행히도 규제 당국이 개입하는 시기는 마지막 가치변곡점인 사회적 저항에 부딪혔을 때다. 사회적 저항이 존재하는 이유는 기술 개발 단계에서 기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가치를 내포하는지를 생각하고 고려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놓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가치변곡점에서 성공적으로 가치를 포함시키면 CEO, 정책입안자, 리더들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넘어 더 큰 관점에서 기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연함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올바른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기회도 가질 수 있다.
 
- 스튜어트 월리스(Stewart Wallis),
영국의 사상가이자 새로운 경제 시스템 옹호자 -
 

【 젊은 과학자들의 윤리 강령 】


■ 명확한 가치와 우선순위의 수립은 다양한 모습으로 이뤄질 수 있다. 어떤 가치는 굉장히 협소하지만 전문적일 수 있고, 또 어떤 가치는 보다 포괄적일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젊은 과학자 커뮤니티가 만든 광범위한 범위의 윤리 강령을 예로 들어본다. 다음의 윤리 강령은 학제적이며 글로벌하다. 이 윤리 강령은 계속해서 보다 정교해지고 발전하면서 과학자와 연구자가 스스로를 억제하는 가이드가 된다.

① 진실 추구 ― 연구 과정과 결과에 투명성을 유지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동료들에게 검증을 요구하면서 연구 결과를 수용할 것.

② 다양성 확보 ― 경험적 증거에 따라 다양한 집단의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평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

③ 대중과의 교류 ― 과학과 연구의 의미, 그리고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할 수 있게 양방향 소통 창구를 유지할 것.

④ 의사 결정권자와의 교류 ― 적절한 시간에 리더들이 근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려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게 할 것.

⑤ 멘토 되기 ― 다른 전문가들이 성장할 수 있고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경험을 공유하고 권한을 부여할 것.

⑥ 위험 최소화 ― 실험 과정의 일부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합당한 예방 조치를 취할 것.

⑦ 책임감 ―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책임감을 가질 것.


성공으로 가는 길 】


새로운 기술은 가치를 창출하고 교환하며 배포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열려 있는지, 그리고 어떤 미래가 살 만한 미래인지를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도 변화시킨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는 기술의 정치학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모든 변곡점에서 우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고려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모든 분야의 리더들이 기술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그들의 결정으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혁신의 생태계에 포용성을 집어넣기 위해서는 강력한 가치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는 리더들의 헌신이 요구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개인의 본질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려면 기술이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면 아래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깊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기술 발전에 대해 가치 기반의 접근법을 유지하는 것은 대중과 정부, 그리고 산업계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기술들이 만들어낼 올바른 미래를 위해 우리는 이런 기술들을 만드는 힘을 유지해야 한다. 문화의 르네상스가 일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하며 사회와 기술, 그리고 경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우리는 함께해야 하고, 또 바로 지금 해야 한다. 다양한 당사자들을 모으고 그들의 노력과 가치와 관점을 한데 어우르는 것은 포용적이고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첫 걸음이다.

  두 세대나 세 세대가 지나 오늘날 등장한 기술이 충분하게 발전한 뒤,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를 떠올리며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가 이런 기술을 공정, 품위, 그리고 공동의선을 위해 사용했다면 우리에게 감사함을 느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기회를 놓치면 원망의 시선으로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 요약 】
 

■ 기술과 관련하여 잘못된 관념 두 개가 있다.
이 두 관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 전략과 거버넌스를 도출하는 데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

잘못된 관념 ① : 기술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잘못된 관념 ② : 기술은 단순히
도구일 뿐이며 가치중립적이다.

이 두 관점은 기술과 사회에 내재된 정치적인 속성과 가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서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우리는 기술에 대해 보다 건설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을 가질 때에만 인간 중심의 기술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런 관점은 아래와 같다.

① 모든 기술은 정치적이다.
기술은 개발과 활용의 모든 단계에서
사회적 가치의 총체이며 타협의 결과물이다.

② 기술과 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며 형성된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제품만큼이나
우리 기술의 산물이다.

이런 시각으로 기술을 바라보다 보면 기술은 사회적 절차를 통해 만들어지며 우선순위와 가치가 깊이 밴 솔루션이자 제품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다음의 책임을 수반한다.

① 특정 기술에 연계된 가치를 파악하기

② 기술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인간의 선택과 의사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기

③ 적절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기술 발전에 최선의 방식으로 영향을 주기
 
이 장에서는 아홉 개의 가치변곡점을 설명했다. 이런 가치변곡점은 기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치가 삽입될 수 있는 지점들을 의미한다.

① 교육
② 자금 조달과 투자
③ 조직 문화
④ 의사 결정과 우선순위 선정
⑤ 업무 방식
⑥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
⑦ 제품 개발
⑧ 기술 구조
⑨ 사회적 저항


국제 인권 프레임워크 】


■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우리의 사회를 변혁시키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 또한 재편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 중심의 기술 개발과 인간 중심의 기술 활용을 위해서는 윤리적 프레임워크, 규범적인 기준, 그리고 가치에 기반을 둔 거버넌스 모델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거버넌스 모델은 물리적 지리와 정치적 경계에 구애받지 않는다. 인권은 결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국제 인권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근거가 된다. 1948년에 채택되고 전례 없이 192개국이 서명한 세계인권선언(UDHR)은 다양한 문화에 공통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원칙을 내포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되었을 때는 세계가 아직 홀로코스트의 후유증으로 움츠러들어 있을 때로,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한 열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세계인권선언은 작성분과위원회의 에르난 산타 크루스(Hernán Santa Cruz)의 다음 말처럼, 무엇보다 글로벌 가치를 선포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나는 진정으로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에 참여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했다. 이 역사적 사건은 세속 권력의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인간의 가치는 생겨난다는 것에 대해 합의를 이룬 것이다. 서명국들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대변한 세계인권선언은 국제형사법과 환경, 국제 개발과 무역, 안보와 이민과 같은 광범위한 사안의 법과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보편적 기준을 제시한다. 세계인권선언과 그 조항에 정교하게 담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들은 새롭고 더 강력한 기술이 주도하는 인류와 지구 중심의 혁신에서 평등, 공정, 정의를 증진하기 위한 민간 조직과 국제기구, 그리고 국가의 필수 기반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권리는 처음에는 국가가 스스로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채택되었지만, 점차 민간 부문에도 확장·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산과 공급 과정에서 노동권을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글로벌 기업들,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정보통신 기업들은 인권의 틀 안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유전자편집기술은 놀랍도록 새롭고 흥미로운 기술이지만, 인권은 고통의 완화라는 목적과 새로운 과학에 내재된 위험 및 불확실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거버넌스 문제의 기준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발전 방향은 우리가 꿈꾸는 사회에 대한 더 깊은 고찰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오늘날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극도로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인간, 일상, 그리고 인권에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인권은 더 이상 국가나 국제기구에서만 다룰 문제가 아니다. 민간 부분에서도 인권 문제에 있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 시작점으로 민간 단체와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세계인권선언에서 강조한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행동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권한 주기 】


■ 4차 산업혁명의 약속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이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다중 이해관계자(multistakeholder)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이해당사자들로 누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권한을 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찰할 것이다. 이런 이해당사자들 중에는 1·2·3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얻기 위해 아직도 노력하는 개발도상국이 있다. 과거 중에는 모든 산업혁명 기간 동안의 기술 변화로 다른 종(種)과 미래 세대의 희생을 치르면서 외부효과를 견뎌야 했던 환경과 자연도 이해당사자이다. 마지막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소득이나 정치력의 혜택으로부터 배제당하거나 간과되는 전 세계 대부분의 시민들도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다.

세계는 여러 전환적 변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도시화, 세계화, 인구통계학적 변화, 기후변화, 점점 고도화되는 파괴적인 기술 등이 있다. 젊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신속하게 많은 일거리를 창출해야 한다. 환경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후변화의 짐을 가장 많이 짊어지는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신속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신기술이 부의 분배와 사회적 결속에 끼치는 영향을 보면 우리의 정치 시스템과 경제 모델이 모든 시민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이런 모든 추세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영향력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국경 개념을 초월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역사는 의도와 행동 없이는 포용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만으로는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 기회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여 처음부터 사회적 가치와 포괄적 솔루션을 고려할 때만 찾아온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의사 결정은 단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사 결정자들은 당면 과제에 대한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더 연결되고 포용적이 되길 열망해야 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서 연결과 포용이라는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중한 행동과 헌신이 요구된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이 개발도상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에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다중 이해관계자 원칙의 핵심이다. 이 원칙에 의하면 복잡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기업, 정부, 시민사회 및 학계 리더들 사이의 협력, 젊은 세대의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새로운 기술들이 주는 사회적 혜택은 진정으로 혁명적일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세계경제포럼과 함께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심 지역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자동화된 교통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일 뿐 아니라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이동 속도를 높이며 사고로 인한 사망과 부상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감염성 질환을 관리하는 정밀의료기술의 등장은 ― 노화 진행 속도를 줄이려는 유전자편집기술을 제외하더라도 ― 손쉽게 전 세계의 평균수명을 1년에서 2년까지 늘릴 수 있다. 또한 유전자편집기술은 말라리아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을 종식시킬 수 있다. 블록체인기술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토지에 소유권을 가질 수 있도록 공공 토지 등록을 가능케 하고, 이렇게 획득한 토지소유권은 담보로 사용되어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같은 안전하면서도 몰입된 환경에서 신기술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게 하여 교육 성취도를 극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신기술이 생산성에 끼치는 간접적인 영향은 종종 직접적인 영향보다 더 중요하다. 2차 산업혁명의 결과로 전기가 각 가정에 보급되자 세탁기, 식기세척기, 전기 오븐, 진공청소기 등 많은 가전제품이 등장했다. 이런 제품들은 요리와 청소 시간을 대폭 줄여주었다. 그 결과, 여전히 불균형적으로 가사노동의 부담을 짊어지긴 해도, 여성들이 더 많은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가전제품들은 집안일의 총량을 줄였으며, 이어서 가족 구조를 변화시켰고, 집 밖에서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이런 이점들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회 주변부의 사람들, 특히 과거의 산업혁명의 혜택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동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약 6억 명의 소규모 자작농들은 1차 산업혁명 이전의 삶을 여전히 살고 있다.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24억 명)은 깨끗한 식수와 안전한 위생 시설의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다. 약 6분의 1(12억 명)은 2차 산업혁명의 발명품인 전기도 없이 살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사회적 저항, 제도적 변화는 많은 지역의 여성들을 가사 노동에서 해방했지만, 아직도 중동,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연안 지역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가사 노동에 묶여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조금 넘는 약 39억 명의 사람들은 아직도 3차 산업혁명의 가장 대표적인 발명품인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85퍼센트, 선진국에서는 22퍼센트다.

만약 이런 글로벌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전환적 잠재력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우리 앞에는 선택지가 놓여 있다. 하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소득, 기회, 자유라는 경제·사회적 가치를 분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뒤에 버려두고 가는 것이다. 포용성을 생각한다면 가난하고 소외된 공동체를 예외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의 특권은 그들의 고통과 같은 지도상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단순한 소득과 재정 지원 혜택을 넘어서는 것이다. 물론 이 둘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이해당사자를 포함시키는 것과 혜택을 균등하게 배분함으로써 모든 이들의 자유가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민주적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유는 ‘기본적인 목적이자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자유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준다. 그리고 자유는 그 사회의 부의 정도와 상관없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준다.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부와 혜택이 돌아갈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부와 혜택은 배분되어야 한다. 다중 이해관계자 접근법은 소수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세상을 발전시킬 논의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파생되는 긍정적 외부효과와 혜택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은 단지 윤리적인 과제만은 아니다. 정치 혁명의 역사를 살펴보면 불평등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민주주의 시스템이 그들의 경제 체제로 인한 부와 기회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실패하게 되면 분열과 불안정을 초래한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고착화되는 결과가 따라왔다.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17>에서는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는 경제·정치 시스템의 정당성의 토대인 사회적 결속을 해치고, 이는 여러 종류의 글로벌 위험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했다. 2016년 1월에 발효된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이러한 지속적인 구조적 분열을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빈곤 종식, 민주적 정치제도, 평화 구축, 기후 행동과 회복 탄력성, 불평등 감소와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 개발의 기회를 널리 확산하는 공동의 목표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도상국 】


■ 경제학자 리카르도 하우스만(Ricardo Hausmann)과 MIT 미디어 랩 교수인 세사르 이달고(Cesar Hidalgo)는 인류의 진보를 이끄는 신기술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집단적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불행히도 이런 능력은 국가들 사이에 균등하지 않게 배분되어 있다. 생산적 지식의 사회적 축적은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세계의 몇몇 지역에서는 생산적 지식이 축적되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지식이 축적된 곳에서는 놀랄 만한 수준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그러지 못한 곳의 삶의 질은 몇 세기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엄청난 소득 격차는 축적된 생산적 지식의 광대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성공적인 국가 경제는 기술과 아울러 이런 기술들을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지식과 능력, 소수가 보유한 지식을 다수에게 확산하는 시장과 제도가 결합되면서 높은 수준의 생활 수준을 보장한다. 모든 국가가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할 수도 없고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지식 경제 시대에 국가, 사회, 경제 발전을 위해서 모든 국가는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몇몇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에 적절한 제도적 개혁이 결합되면 개발도상국들이 전통적인 산업화 방식보다 더 빠르게 발전해 이전의 기술 발전 공식을 ‘껑충 뛰어넘을(leapfrog)’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3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광범위한 핸드폰 보급과 낮은 비용으로 이어진 것을 들 수 있다. 이 덕분에 개발도상국들은 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이상 막대한 지상 통신선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없어졌다. 비슷한 긍정적인 예로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과 백신을 제공하기 위해 민간 드론을 사용하는 것, 유전적으로 조작된 씨앗과 비료를 이용해 농업 효율성을 증대한 것, 저궤도 위성 기술을 기반으로 저비용의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이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하에서의 비약적인 발전은 여전히 희망 사항으로 남아 있다.

한 가지 우려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을 가속화하고 확대할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는 ― 국내외적으로 ― 디지털 격차를 없애는 것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만약 고속 디지털 네트워크와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전제 조건이라면, 지리적 또는 교육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소득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 있다. 그리고 소득과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언어 장벽이 있거나,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부족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소외되고 말 것이다.

모바일 혁명과 관련된 두 번째 우려는 이 새로운 인프라는 혁신과 발전을 촉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서 모바일 혁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기술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다. 모바일 혁명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발전을 위한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인접 기술을 유치하고 활용하는 데 크게 실패했다. 모바일 혁명이 산업 발전과 경제적 다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정책’은 혁신, 기업가 정신, 인프라 및 산업화 정책의 진화를 유발하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셋째로, 4차 산업혁명은 저비용의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그 후 투자와 기술 발전에 집중하는 전통적인 산업화 발전 방식을 뿌리째 흔들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지능형 로봇들로 운영되는 고정밀 공장이나 광범위한 3D 프린팅의 확산으로 생산 기지가 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리쇼어링’에서 볼 수 있듯이 보다 극단적인 시나리오인 노동 대체적 자동화는 저비용 미숙련 노동자들의 역할을 축소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화의 수준이 낮은 농업 국가는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획득하고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자체 개발까지 가능한 지식 기반 경제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을 효과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개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국가 차원의 연구 개발 투자가 절실하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교육 및 연구 역량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신기술이 이런 역량 개발을 가속화한다고 하더라도, 개발도상국들이 높은 수준의 연구와 교육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수십 년 동안 공을 들여야 하며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201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2억 6,300만 명의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던 국가들은 경제 발전과 사회 발전의 필요성이 가장 큰 나라들, 또 인구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었다. 지리적 격차 외에 교육 기회의 부족은 성별에서도 두드러진다. 가장 개발이 안 된 지역의 젊은 여성은 젊은 남성보다 학교에 다니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았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불리한 출발점은 그들의 기회를 박탈하며 산업화 노력을 억제하는 것과 같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은 첫 단계일 뿐이다. 세계가 더욱 다양해지고 경제가 복잡해지면서 충분한 연구 자금이 있는 안정적이고 공인된 교육기관을 더 필요해졌다. 오늘날 전 세계 학술지의 절반 이상이 미국과 영국에서 출판된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학교 대부분이 이 두 국가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물론 출판되는 지역이 저자들의 출신과 의도를 말해주지는 않지만, 새로운 지식의 대부분이 서양에서 생겨나고 출판되는 것은 이런 지식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활용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서양 국가들이 다른 지역과 협력해 로컬 지식을 파악하고 서로 연계해야 할 책임이 크다. 더욱이 글로벌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전체 GDP에서 연구 개발에 투자되는 비중 포함 ― 도표8 참고)는 북미 지역과 서유럽이 지배하고 있지만,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으로 점차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외 다른 지역의 비중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이처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는 교육과 연구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의 격차가 막대하다.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들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리는 이 시기에도 지식 생산과 기술 개발에 심각한 불리함을 안고 있다.
 

출처 UNESCO(2017)

 
개발도상국에서 교육과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다. 더 많은 문화권에서 생산되는 지식과 새로운 전문성이 글로벌 연구 개발 시장에 편입된다면 사상의 다양성이 증폭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2017년 1월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han Zuckerberg Initiative)가 인수한 캐나다 스타트업인 ‘메타(Meta)’의 목표다. 메타는 ‘과학 생태계를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해’ 매일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연구 보고서를 읽고 분석하는 툴을 만든다. 메타는 단순히 과학 저널을 읽거나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메타는 실시간으로 과학 분야의 데이터를 발굴하고 패턴과 통찰력을 찾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지렛대로 삼는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식의 상업화가 요구된다. 지식의 상업화란 사상과 기술이 보호되고 많은 사회와 산업에 확산되어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허를 통해 지식을 상업화하면서 서양은 역사적으로 이 부분을 장악했다. 아시아는 빠른 속도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계속해서 뒤처져 있는 상태다.

특허를 적게 등록하는 지역은 부를 적게 창출한다. 개발도상국은 특허 등록 된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큰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산업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이는 글로벌 불평등에도 영향을 준다. 낮은 수준의 교육과 연구 개발, 그리고 상업화된 신기술 부재로 인해 개발 도상 지역은 발전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된다. 몇몇 개발도상국은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는 물론이고, 새로운 기술과 지식이 국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통제권을 상실한 상태다. 선진국들이 기술 개발과 설계, 활용에 있어 선점자 우위를 확보함에 따라 기술과 사회, 경제의 균형을 맞추는 협상 조정은 서양의 가치와 서양 경제의 이익에 따라 편향될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가 즉각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기술은 우리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우리의 설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미래가 아니라 그냥 우리에게 던져진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모든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나 적절한 제도는 아직 요원하다. 과거 산업화 시대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기술을 확산하고 교육과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지금, 이런 노력들은 우리에게 신기술로 포용성을 확보하고 자유를 확대하며 혜택이 전 세계적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기회를 줄 것이다. 개발도상국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안고 있는 위험을 관리하면서 성공적으로 활용해 경제 개발과 사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더욱 새롭고 포괄적이며 신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개발 전문가, 기술 발명가, 글로벌 비즈니스, 정부, 시민사회, 국제 기구를 포함해 모든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다중 이해관계자 절차(multistakeholder process)가 필요하다. 세계 인구 대다수의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을 어느 한 집단에게 맡길 수는 없다. 편견에 의해 왜곡되고 발전이 방해되거나, 신기술의 혜택이 소수에게만 돌아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광범위하고 전 세계가 함께 헌신하는 UN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목적 달성을 위한 하나의 단계다.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 당사자들과 국제 당사자들의 책임감 있고 소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 환경 】


■ 지난 3세기 동안 산업혁명은 역사상 유례없는 부를 창출했다. 하지만 이렇게 창출된 부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했을뿐더러 자연환경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기후, 물, 공기, 생물 다양성, 삼림, 바다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종들은 자연 수준의 100배 비율로 멸종하고 있다. 1800년에는 10억 명의 세계 인구 가운데 3퍼센트만이 도시 지역에 살았지만 오늘날에는 74억 명의 세계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도시 지역에 산다. 이 중에서 92퍼센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수준 이상의 대기오염에 노출되어 있다. 2050년에는 바다의 모든 물고기의 무게를 합한 것보다 생산한 플라스틱의 무게가 더 클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50년 이후 150배 늘었다. 현재 수준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경우 2100년까지 세계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섭씨 4~6도 정도 상승하여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럴 경우 지난 1만 년 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안정적인 기후 시스템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

기후변화는 실제로 국가 경제를 파괴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사람들과 사회, 시스템에도 불확실성과 변동성과 관련된 비용을 포함, 과도한 비용이 부과되고 있다. 세계의 많은 지역이 여전히 산업화를 거치고 있으며 향후 15년 동안 세계 인구가 10억 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정학적 불안정과 대규모 이주, 식량 생산 감소, 안전에 대한 위협 증가를 포함해 기후 관련 비용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 2014)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많은 도전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런 도전 과제들 중에는 독성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엄청난 양의 e ―폐기물(폐기된 전자 기기)의 증가를 포함하여, 디지털 기술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포함된다. 더욱이 전력소비율이 높고 잘 분산된 디지털 인프라에 필요한 데이터 센터가 늘어남에 따라 탄소 배출량 역시 증가하고 있다. 기술 개발과 활용의 원칙과 관련된 도전 과제들도 있다. 우리가 이러한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향후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할 일은 미래 세대의 삶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미래까지 결정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글로벌 코먼스(global commons : 인류의 공통 자산으로서의 지구 환경)를 지속가능하게 보호할 수 있는 여정에 착수함으로써 과거 산업혁명에서 파생된 외부효과를 관리할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2030년에는 전 세계 대부분 가정에 최소한 한 대의 3G 핸드폰이 있을 것이다. 모바일 탄소 거래에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하면 모든 개인들에게 지구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 : 지구가 수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인류 행위의 최대치)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에서 동일한 쿼터(quota)를 제공한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수자원을 분배하고, 삼림 파괴를 방지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온두라스 정부는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국가 토지대장과 거래 정보를 관리하는 방안을 실행하기로 했다.

인공위성 영상기술의 발전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15퍼센트를 차지하는 방화를 통한 삼림 벌채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드론은 산불과 작물 수확, 수자원을 감시하고, 작물을 심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농부들은 하루에 손으로 3,000개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반면, 드론으로 씨앗을 공중에서 뿌리는 실험을 해보니 씨앗 3만 개 이상을 하루에 심을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편 인공위성은 해양 관리와 보호에도 기여한다. 인공위성과 교신하는 센서와 데이터 처리기술은 선박들이 바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더 잘 보여준다. 곧 있으면 나노위성 네트워크로 지구 전체를 고해상도 사진으로 매일 촬영할 수 있을 것이다. 드론 십(drone ship : 자동형 무인 선박)은 우리 해양의 상태를 확인하고 해양자원의 수확을 감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술의 등장과 접근성의 확대로 이제 전문가만이 환경 관리를 할 수 있었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환경 관리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수평적이며 민주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환경 관리 시스템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아직은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파괴적 변화의 속도와 규모에 대처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임박한 파괴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제 체제는 자원 소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재구성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할 유인을 만들 수 있도록 현재 숨겨진 환경 비용이 가격으로 환산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이런 구조 변화는 단기적 사고방식에서 장기 계획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며, 동시에 수취 ― 제조 ― 폐기 방식의 선형경제 모형에서 탈피해 산업 시스템이 의도와 설계에 의해 스스로 회복하고 재생하는 순환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재구성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발생할 터지만,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막 전개되기 시작했으며 희망의 조짐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현재 화석연료에 투자되고 있는 액수의 두 배가 재생에너지에 투자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선택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과거 세 차례의 산업혁명 시기에 했던 대로 환경문제를 우선순위 밖에 둘 수도 있고, 아니면 4차 산업혁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모든 당사자들이 신중하게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상업적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포함된다. 우리는 자연을 신기술 개발의 매몰 비용으로 간주한 과거 산업혁명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외부효과를 관리하지 못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소외 계층에 집중되거나, 환경오염이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지난 세 차례의 산업혁명 이후 취약해진 지구의 생물권을 고려해보면, 실패의 비용은 너무나 높다.

【 사회와 시민 ]


■ 지정학적인 영향과 환경에 대한 영향 외에도, 기술 혁명은 성공에 필요한 기술을 통해 사회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3차 산업혁명은 지식 노동자들의 삶을 향상시켰다. 지식 노동자들의 삶은 2차 산업혁명 시대에 삶의 질이 크게 좋아진 공장 노동자들보다 나아졌다.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의 유명한 ‘코끼리 곡선’(도표10)은 1988년과 2008년 사이 글로벌 소득 분배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글로벌 소득 증대의 혜택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비켜 갔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중하위층도 피해 갔다. 이처럼 많은 산업 근로자들은 프레카리아트(precariat : ‘불안정’과 ‘프롤레타리아트’를 합성한 단어)가 되었다. 이들의 삶은 불안정하며 임금은 정체됐다. 이제 점점 확산되는 자동화의 물결은 다시 한 번 사회의 모습을 바꿀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개발된 로봇과 알고리즘 등 새로운 형태의 자동화 물결은 공장 노동자뿐만 아니라 회계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까지 점차 대체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골드만삭스의 뉴욕 사무실에 600명의 트레이더들이 근무했다. 2017년에는 자동화된 트레이딩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으며 일하는 두 명의 트레이더만 남았다. 이와 같은 자동화의 바람은 많은 월스트리트 기업들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로 자본과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부가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과 미국의 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개인에 끼치는 영향이 해소되지 않으면 분노, 두려움, 정치적 반발이 초래될 수 있다.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 과제를 넘어, 개인과 가족, 지역 사회에 의미를 제공하는 노동의 역할 역시 도전받고 있다. 지난 250년 동안 지역 사회, 정체성, 목표 의식은 노동자와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이라는 우리의 역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과 같은 파괴적 시대에는 정치적 리더가 개인과 사회, 그리고 경제활동의 관계를 규정하는 패러다임을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이런 변화하는 패러다임에는 개인과 사회 사이의 사회적 계약을 개정하는 개혁도 포함된다.
 

출처 Milanovic(2016)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대표적인 예 가운데 하나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핀란드에서 케냐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인도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실험되는 급진적인 아이디어다. 이성적임과 공평함에 대한 논의를 넘어, 보편적 기본소득의 가장 주된 정당성은 사회적 정의에 있다. 즉, 토지, 천연자원, 지적재산과 같은 사회의 모든 집단적 부에 소득이 점점 집중되면서 모든 사람들은 조건 없는 기본소득의 형태로 이 집단적 부의 일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만병통치약으로 소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 기본소득의 급진적인 성격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논쟁은 반드시 광범위한 경제·사회적 개혁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혜택을 보도록 경제 시스템을 재고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리더들은 또한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다른 성(性)에 영향을 끼칠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 당시에 여성들은 집 안으로 떠밀렸고 그들의 정치 및 경제적 영향력은 감소되었다. 19세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운 삶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여성들이 공장노동자로 합류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여성의 권리와 함께 보통선거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조직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여성들은 경제 및 사회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 격차는 아직도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더 많은 권한을 누린다.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하는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6>에서 142개의 조사 대상국의 절반 가까운 국가에서 성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불행하게도 소수의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와 기업 소유주를 선호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편향은 이러한 성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과학 연구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은 30퍼센트 미만이며, 특히 STEM 분야에서의 비율은 이보다 적다. IT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비율은 25퍼센트 이하며, 기술 사업가(tech entrepreneurs)의 비중은 이보다 더 적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인터넷 사용률이 50퍼센트나 낮으며, 이 격차는 몇몇 개발도상국에서 확대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거의 모든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의 격차는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크고,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런 격차로 인해 여성은 4차 산업혁명에 참여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이런 격차는 수백만 개의 좋은 아이디어와 재능을 모든 논쟁에서 제외해 필요한 지식 생산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 성 평등을 우선순위로 다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성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 사회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성 격차를 해소할 기회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은 역사적으로 성별이나 인종, 나이, 성적 취향, 장애 등의 이유로 차별받고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을 포함할 가능성도 제공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은 우리가 성, 나이, 신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인간의 신체적 결함을 보완해주는 기술을 활용함으로서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장애라는 개념은 언젠가는 낡은 개념이 될 것이다.
 
점점 흔해지는 로봇 기술은 지금껏 가져왔던 편견을 떨쳐버리게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제대로 불식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때 가치를 중요시해야 한다. 이미 우리가 프로그래밍하고 상호 교류를 하는 기계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성차별과 인종차별 같은 편견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인간형 로봇은 개발 단계에서 인종과 성별을 초월하도록 설계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고객 대응 로봇은 여성의 특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산업용 로봇은 남성의 특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현상은 수세기 동안 지속된 고정관념을 없애고 전통적인 영역에 보다 포용적인 사고방식을 확대, 적용하는 데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신기술이 기존의 고정관념을 영속화할지, 아니면 모든 개인과 공동체의 안녕을 증진시킬지 여부는 개발 과정에서의 의식적 선택에 달려 있다.
 
모든 당사자들을 포용하는 책임과 소통의 리더십 】

■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행동을 하는가, 아니면 경제성장과 환경 및 사회적 도전에 무모하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큰 존재, 즉 진정한 글로벌 문명의 일부임을 자각한다면 우리의 미래 계획에 모든 사람들을 포함해야 한다. 우리는 개발도상국 사람들, 특히 과거 산업혁명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는 젊은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할 책임감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고, 나이, 소득, 인종,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시민들에게 이 기술 시대의 혜택이 골고루 공유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

우리의 공통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사고방식이 요구된다.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 심각한 기후변화, 불평등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대두되는 경제적 불안감은 우리의 사회와 경제의 토대가 되는 모델과 패러다임을 서서히 침식시키고 있다. 모든 국가와 모든 분야의 리더들은 진정으로 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 변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변화를 어떤 혁명적인 방식이나 점진적인 방식으로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 요약 】

 
■ 다중 이해관계자 방식은 4차 산업혁명을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미래로 이끌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다중 이해관계자 원칙은 복잡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기업, 정부, 시민사회 및 학계의 리더들 사이의 협력과, 젊은 세대의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 미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신기술이 지역민들에게 어떤 편익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지역 차원에서 대화

모든 시민들이 신기술의
혜택과 기회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임파워링(empowering)을 위한 혁신,
인프라 및 산업화와 관련된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정책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 단지 폐해를 피하기 위해
신기술을 설계하고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보호하고 개선한다는
예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목표

―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자원 소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사용하고 영향을 끼치도록
경제 체제를 재구성
 
풍요롭고 포용적이며 공정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를 만들고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경제, 환경, 그리고 사회체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기술 개발을 할 때 보다 의식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경제와 정치 패러다임에 도전할 용기가 필요하며, 인종과 나이, 성별과 배경에 무관하게 모든 개인들에게 권한을 줄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문화 르네상스를 향하여 】

 
■ 독일 시인 마리아 릴케(Rainer Maris Rilke)가 시를 통해 말했듯 "미래는 우리 안에서 변화하기 위해 훨씬 전부터 우리 내부에 들어와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는 인류세(Anthropocene) 또는 인류시대(Human Age)로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모든 생명유지 시스템을 형성하려는 제1 세력이 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작점에 있는 우리는 앞날을 생각하며, 제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 영향을 미칠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 번영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이고, 우리는 어떻게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할까?
 
프랑스 계몽시대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볼테르(Voltaire)는 "의심은 불쾌한 일이지만, 확신은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4차 산업혁명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우리가 안다고 확신한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방향일지에 대한 공포와 불확실성으로 얼어붙는다면 이 역시 순진한 행동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그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드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주는 기회가 강렬한 만큼 그것이 불러올 문제점 역시 벅차고 무겁다. 그러므로 모두가 함께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과 효과에 적절히 대비하여, 도전의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초연결사회가 되어 더욱 복잡해지고 분열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절호의 기회다.
 
가장 중요한 첫 발걸음으로 우리는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인식과 이해를 높여야 한다. 의사결정시 칸막이식(compartmentalized)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점들이 상호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되는 사안들에 대처할 때 요구되는 이해력은 포용적 접근을 통해 생긴다. 다양한 생태계를 통합하고, 각 분야에 정통한 지식인은 물론 공공 분야와 민간 분야를 아울러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는, 협력적이고 유연한 구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공동의 이해를 기반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는 물론 후손까지 생각하여 제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공동의 담론을 발전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미래의 시스템이 반드시 구현해야 하는 가치와 윤리적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시장이 부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동력이듯, 가치와 윤리가 개인과 집단의 행동양식 그리고 시스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음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이런 담론은 관용과 존중에서 배려와 연민이라는 더 높은 수준의 관점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셋째는 향상된 인식과 공동의 담론을 바탕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지금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부가 창출되는 모델은 앞선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통해 만들어지고 점진적으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과 모델은 현재는 물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게 될 다음 세대의 요구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요구하는 것은 소규모 조정이나 별 볼 일 없는 개혁이 아니라 체제적 혁신이다.
 
앞에서 세 가지 단계에 대해 확인한 것처럼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지역적, 국가적, 초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인 협력과 대화가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의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기술적 측면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요소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진화론자이자 하버드 대학교(Havard University)의 수학, 생물학 교수인 마틴 노왁(Martin Nowak) 박사는 협력을 두고,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협력은 40억 년 진화의 주요 설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인간은 협력을 통해 나날이 더해가는 복잡성 속에서도 적응할 수 있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결합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다중이해관계자들의 효율적인 협력과 함께, 제4차 산업혁명의 잠재성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주요 문제들을 다루고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과 문화, 가치의 문제로 좁혀진다. 문화와 국가, 소득계층을 넘어 모두가 제4차 산업혁명과 그것이 가져올 문명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배워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인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인간에게 힘을 실어주는 새로운 과학기술은 결국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도구임을 항상 기억하면서 모두를 위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파괴적 혁신과 과학기술이 인간 중심의 공익을 위한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미래에 대한 공동의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 또한 파괴적 혁신과 과학기술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더 멀리 날아갈 수도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 시대가 민첩하고 책임감 있게 구축된다면, 우리가 훨씬 더 커진 세상의 일부가 되었음을 체감하게 해줄 새로운 문화적 르네상스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는 바로 진정한 글로벌 문명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류를 로봇화하여 일과 공동체, 가족 그리고 정체성과 같은, 우리 삶에 의미를 주는 전통적인 가치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아니면 공동운명체 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의 윤리의식의 세계로 인류의 수준을 높이는 데 제4차 산업혁명을 활용할 수도 있다. 후자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https://www.bbc.com/korean/news-63396008.amp

COP27가 뭐길래...지구에 중요한 이유는? - BBC News 코리아

각국 정상은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www.bbc.com

 ▪️https://www.kintex.com/web/ko/html/company/esg_over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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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intex.com


스마트 원자로 : 인구 10만명 중소 도시에 필요한
전기와 깨끗한 물을 생산하는 다목적 원자로.

https://www.joongang.co.kr/amparticle/25094424

최태원-빌 게이츠 손 잡았다…'620조원' 차세대 원전 뭐길래 | 중앙일보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업체다.

www.joongang.co.kr

https://m.mt.co.kr/renew/view_amp.html?no=2023031208130614928

[단독]빌 게이츠와 손잡은 HD현대, 'SMR 발전선' 디자인 첫 공개 - 머니투데이

HD현대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 발전선의 구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공개했다. SMR이 미래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손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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