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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단일 정부 】 평화

나스티시즘 2023. 9. 20. 04:07

 
오늘날의 세계를 정의하는 세 가지 특성 】

 
■ 거시적 차원의 리셋은 오늘날의 세계를 형성하는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
② 속도(velocity) , ③ 복잡성(complexity)이라는
세 가지 힘의 맥락 속에서 일어날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우리가 누구든 어디에 있든 간에
우리 모두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①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

 
https://www.youtube.com/live/xxyoGFUNSXk?si=FIznAwsU54enonHE

https://youtu.be/iFZmTTXxOpk?si=tKzMkTklpHAP01wa

https://youtu.be/5R55C3ajJYE?si=yzUbbybojAoanVid

https://youtu.be/T5bauBstDwI?si=1ho42AyDKLCsuqpn

https://youtu.be/mGh-CDxhpWY?si=3i6f9Pn8Yesp4Fo7

https://youtu.be/kQVh4FjmzPo?si=eWE7_rz3bxEY43dX

https://youtu.be/NuAEuAQgVhw?si=3VwzL-MP1IDuU0Dq

https://youtu.be/IIC4fEMW644?si=QVD-416vlPzyjCyW

21세기의 본질을 딱 한 단어로 정의해야 한다면 ‘상호의존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화와 기술적 진보의 부산물인 상호의존성은 본래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상호의존적 역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화와 기술 발전이 대규모로 진행되자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세계가 ‘초연결(hyperconnected)’되었다고 선언했다. 초연결이란 한마디로 ‘스테로이드가 투여된 상호의존성의 변종’이다. 실제로 이러한 상호의존성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단순히 세상이 ‘사슬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 즉 다 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을 뜻할까? 2010년대 초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전직 외교관인 키쇼어 마부바니(Kishore Mahbubani) 현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장은 “지구상에 거주하는 70억 명의 사람들은 더 이상 100개가 넘는 배(나라)에 각각 따로 살지 않는다. 대신 모두 같은 배 위의 193개 선실에서 산다”며 이런 현실을 배에 비유해 잘 포착해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변화에 속한다. 2020년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맥락 속에서 다시 이 비유를 들어서 “75억 명의 사람들이 지금 바이러스에 감염된 유람선에 함께 모여 있다면 바이러스가 퍼지는 복도와 공기 통로는 무시한 채 우리의 개인 선실만을 청소하고 문질러 닦아봤자 과연 소용이 있을까? 대답은 분명히 ‘아니오’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다. (중략) 지금처럼 배를 타고 있는 이상 인류는 전 세계를 전체적으로 돌봐야 한다”라고 썼다.
 
상호의존적인 세계는 모든 위험이 복잡한 상호작용망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오한 시스템적 연결성의 세계다. 그러한 조건에서는 경제적 위험이 경제적 영역에 국한된다거나 환경적 위험이 경제나 지정학 같은 다른 성격의 위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더 이상 옹호할 수 없다. 집단적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 급격한 실업자 증가처럼 경제적 위험이 정치적 위험으로 바뀌는 경우 혹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코로나19를 추적하는 문제가 사회적 반발을 유발하는 것처럼 기술적 위험이 사회적 위험으로 변질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위험이 다른 성격의 위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은 경제적이건 지정학적이건 사회적이건 환경적이건 간에 개별 위험을 따로따로 고려해야만 비로소 그러한 위험들을 억제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주게 된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선 시스템의 연결성은 그런 인상이 ‘인공 구조물(artificial construct)’ 같은 것임을 보여준다.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선 위험들끼리 서로를 증폭시키는 ‘연쇄 파급 효과’를 낸다. 고립이나 억제가 상호의존성과 상호연결성과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다음에 수록된,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0〉에서 가져온 차트는 우리가 집단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위험들의 상호연결성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개별 위험은 항상 그것이 속한 거시적 범주에서 생긴 위험뿐만 아니라 다른 거시적 범주에서 나온 개별 위험들과 합쳐진다. 각각의 위험은 이러한 방식으로 다른 위험을 자극함으로써 ‘물수제비 효과(ricochet effect)’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차트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듯, 예를 들어 ‘감염성 질병’ 위험은 ‘전 세계적 지배구조의 실패’, ‘사회 불안’, ‘실업’, ‘재정 위기’, ‘비자발적 이주’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들 각각은 다른 개별 위험에 영향을 미칠 텐데, 이는 연쇄 효과를 일으킨 개별 위험(특별한 경우 ‘감염성 질병’)이 결국에는 그것이 속한 거시적 범주(사회적 위험)뿐만 아니라 다른 네 가지 거시적 범주에서도 다른 많은 위험을 증폭시킨다는 뜻이다. 이것은 시스템적 연결에 의한 전염 현상을 보여준다.
 

WEF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0 - 위기 상호연관성 지도

 
소통과 융통성을 방해하는 칸막이식 사고를 뜻하는 ‘사일로식 사고(silo thinking)’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상호의존성은 중요한 개념적 효과를 낸다. 융합과 체계적 연결성이 궁극적으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이상 다른 문제를 배제한 채 문제를 해결하거나 현안이나 위험을 평가한다는 건 무의미하고 헛된 일이다. 과거에 이런 사일로식 사고는 2008년에 신용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경제학자들이 그토록 많았던 반면, 2011년 ‘아랍의 봄(Arab Spring : 2010년 12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촉발되어 아랍·중동 국가 및 북아프리카 일대로 확산된 반정부 시위 운동)’이 올 거라고 예상했던 정치학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했던 이유를 일부나마 설명해준다. 오늘날, 이런 문제는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전염병학자, 공중보건 전문가, 경제학자, 사회학자 및 향후 도래할 일을 의사결정자가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일을 하는 다양한 과학자와 전문가들은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를 뛰어넘기 어렵다(그리고 때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진행 억제와 경제 재개 사이에서 복잡한 절충안을 찾아내기가 극도로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점점 더 좁은 분야로 분리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그들에겐 의사결정자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보다 완전한 그림을 제공하는 폭넓은 시야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② 속도(Velocity)

 
■ 앞서 기술적 진보와 세계화가 상호의존성 확대의 ‘주범’임을 확실히 지적했다. 더불어 기술적 진보와 세계화는 모든 것이 이전보다 훨씬 빨리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속성(immediacy)을 특징으로 하는 문화’를 창조해냈다. 이 놀라운 속도 증가의 단 한 가지 요인을 꼽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인터넷이다. 20년 전만 해도 온라인에 접속하는 전 세계 인구 비율이 8%도 안 됐지만, 지금은 이 비율이 절반 이상인 52%로 높아졌다. 2019년,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속도의 상징이자 벡터(vector : 방향적 행동을 일으키는 추진력)인 스마트폰은 전 세계적으로 15억 대 이상이 팔렸다. 사물인터넷(IoT)은 이제 자동차부터 병원 침대, 전기 배전, 급수소 펌프, 부엌 오븐과 농용 관개農用灌漑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220억 개 장치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2030년이 되면 이 숫자는 500억 개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속도 상승에 대한 다른 설명은 ‘희소성’의 문제와 연결된다. 즉, 사회가 부유해질수록 시간은 더 가치가 올라가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부유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낭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가난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항상 더 빨리 걷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인과관계가 어떻든지 간에 결과는 뻔하다. 소비자와 생산자, 배우자와 부모, 지도자와 추종자로서 우리 모두 비록 불연속이긴 하더라도 계속해서 빠른 변화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속도를 목격할 수 있다. 위기든, 사회적 불만이든, 기술적 발전과 채택이든, 지정학적 격변이든, 금융시장이든, 그리고 전염병 발현이든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삶의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에 시달리며 실시간 사회 속에서 움직인다. 속도에 집착하는 신속성의 문화는 ‘적기(just-in-time)’ 공급망부터 초단타 매매, 스피드 데이트(독신 남녀들이 애인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을 돌아가며 잠깐씩 만나보게 하는 행사), 패스트푸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이런 현상이 너무 만연한 나머지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긴급성의 독재화(dictatorship of urgency)’라고도 부른다. 이는 실로 극단적인 형태를 띨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과학자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웹사이트의 속도가 4분의 1초, 즉 250밀리 초만 늦어져도 방문자들은 ‘더 빠른’ 경쟁 사이트들로 옮겨 가버린다! 정책이나 제품, 아이디어의 유통기한, 의사결정자나 프로젝트의 수명이 급격하면서도 종종 예측 불가능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게 보편적인 결론이다.
 
2020년 3월, 놀라운 속도로 전파된 코로나19만큼 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불과 한 달도 채 안 돼 코로나19가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를 집어삼키며 촉발된 대혼란으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중국에서 창궐한 코로나19가 기하급수적 속도로 전 세계로 퍼지자 많은 의사결정자들과 대중은 아연실색했다. 폭발적 전염의 의미를 인지하고 파악하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감염자 수가 두 배가 되는 날’이라는 관점에서 다음 사례를 생각해보자. 3월 중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몇몇 국가에서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19 감염자나 사망자 수가 하루에 30%씩 증가한다면 그 수는 이틀이 채 안 돼 두 배가 될 것이다. 20% 늘어난다면 4~5일, 10% 늘어난다면 1주일 정도면 그렇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 건수가 10만 건에 도달하는 데 3개월, 두 배인 20만 건에 도달하는 데 12일, 30만 건에 도달하는 데 4일, 이어 40만 건과 50만 건에 도달하는 데 각각 이틀이 걸렸다. 이 숫자들은 우리를 혼랍스럽게 만든다. 극단적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하급수적인 증가가 우리의 인지 기능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켜서 우리는 종종 그것이 그저 ‘아주 빠른’ 정도일 뿐이라고 간주하는, 기하급수적으로 짧아진 ‘근시안’으로 그것을 판단하곤 한다. 1975년에 행해진 한 유명한 실험에서, 두 심리학자는 우리가 기하급수적 과정을 예측해야 할 때 우리는 종종 그것을 열 배 과소평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증가 동력과 기하급수의 힘을 이해하면 왜 속도가 그토록 중요한 문제이고, 증가 속도를 억제하는 데 개입 속도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이 사실을 이해했다. 그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어떻게 파산했나요?” 빌이 물었다. “두 가지 방법으로요” 마이크가 답한다.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요 일반적으로 큰 시스템적 변화나 붕괴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상황이 서서히 전개되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경향이 있다. 거시적 리셋도 똑같은 경향을 보인다.
 
속도가 극단적인 형태를 띠기도 하지만 ‘조바심’처럼 ‘의도와 다른 효과(perverse effect)’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 효과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행동[매매 속도가 중요한 모멘텀 트레이딩(momentum trading) 때문에 주가가 기본 가치나 ‘적정’ 가격에서 계속해서 벗어나게 된다는 걸 시사해주는 새로운 연구도 나왔다]과 선거 때 유권자들의 행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후자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결정적 관련성을 띠게 될 것이다. 정부는 필요에 따라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 뜸을 들이고 있다. 관료주의적 정부는 이 모든 결정을 행동에 옮기기 전에 많은 유권자 단체와 상충적인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국내 관심사와 대외적 고려 사항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입법적 승인을 확보해야 할 의무를 진다. 반면에 유권자들은 거의 즉각적인 정책적 성과와 개선을 기대하기 때문에 충분히 빨리 그런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곧바로 실망하게 된다. 시계視界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 두 집단(정책 입안자와 일반 대중) 사이의 비동시성(asynchronicity) 문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극심해질 텐데 이를 관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충격의 속도와 그것이 가한 고통의 강도와 관련해 정책적 측면에서 같은 속도로 대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대응할 수도 없을 것이다.
 
속도는 또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계절 독감과 비슷한 질환으로 오판하게 만들었다. 팬데믹 초기 몇 달 동안 계속해서 이어진 이런 비교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고 개념적으로도 틀렸다. 미국을 예로 들어 이 모든 사태에서 속도가 수행한 역할의 핵심을 더 잘 파악해보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에 따르면, 2019~2020년 겨울철에 3,900만~5,600만 명의 미국인이 독감에 감염됐고, 2만 4,000~6만 2,00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반면에 존스홉킨스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에 따르면, 2020년 6월 24일 현재, 230만 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12만 1,000명 가까이가 숨졌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독감과 코로나19를 비교하는 건 더 이상 무의미하다. 첫째, 독감 감염자 수는 독감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전체 수에 해당하는 반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확진된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둘째, 계절 독감은 최대 6개월 동안 일정한 패턴으로 ‘부드러운’ 파도처럼 퍼지는 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소수의 도시와 지역을 중심으로 핫스팟(hotspot), 즉 집중 발병 지역이 발생하는 패턴을 따라 쓰나미처럼 확산함으로써 병원들이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느라 다른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게 된다. 이 두 번째 이유, 즉 코로나19 팬데믹의 속도와 핫스팟이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현상은 계절 독감 때는 일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코로나19를 독감과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 속도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의 근본 원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엄청난 속도로 전파되자 충분한 검사 능력을 확보할 수 없었다. ‘초고속’으로 퍼지는 코로나19가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재발하고, 확산 속도가 다소 느린 계절 독감을 다룰 수 있도록 갖춰진 많은 국가 보건 시스템은 우왕좌왕했다. 의사결정자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더 많은 분석을 할 수 있어도 결정할 시간은 줄어들게 되는 것도 속도가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하고 광범위한 영향이다. 정치인과 재계 지도자들 입장에선 전략적 시각의 필요성이 일상적으로 받는 즉각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압박과 전례 없이 자주 충돌하는데, 이런 충돌은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눈에 띄며, 이제부터 설명할 ‘복잡성’에 의해 더 심해진다.
 

③ 복잡성(Complexity)

 
복잡성은 최대한 간단하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심리학자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복잡한 시스템’을 “간단하지 않은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다수의 부분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복잡한 시스템은 종종 구성 요소들 사이의 가시적인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예측 불가능하다.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시스템이 복잡할수록 무언가가 잘못되어 사고나 착오가 일어나 전파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복잡성은 대략 다음 세 가지 요소로 측정할 수 있다. 첫째는 시스템 내 정보 콘텐츠의 양 내지는 구성 요소의 수다. 둘째는 이러한 ‘정보나 구성 요소들 사이의 상호대응성의 역학’으로 정의되는 상호연결성이다. 그리고 셋째는 비선형성[non-linearity : 비선형적 요소들은 종종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s)’라고도 불린다] 효과다. 비선형성은 복합성의 주요 특징으로, 시스템의 구성 요소 한 가지만 바꿔도 다른 곳에 놀랍고도 불균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팬데믹 모델들이 종종 광범위한 결과를 낳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즉, 모델의 한 요소와 관련된 가정의 차이가 최종 결과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일컫는 ‘블랙 스완(black swan)’(17세기 말 네덜란드 탐험가들이 서호주에서 우리말로 '흑조'로 불리는 블랙 스완을 발견하면서 그동안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던 블랙 스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밝혀진 뒤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앗지만 일어난 현상을 '블랙 스완'으로 표현하게 됐다.), ‘위기가 일어날 것’임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것을 말하는 ‘알려진 무지(known unknowns)’,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나비 효과(butterfly effects)’모두 비선형성이 작용하는 사례를 설명하는 말이다. 따라서 종종 세상의 복잡성을 보고 ‘놀라움, ‘격변’, ‘불확실함’이란 단어를 떠올린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 2008년 미국발 주택담보증권(MBS : mortage-backed securities)이 전 세계 은행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궁극적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갈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2020년 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의료 시스템 중 일부를 마비시키고 세계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리라 예상한 의사결정자는 얼마나 될까?
 
팬데믹은 기업의 역할, 경제정책, 정부 개입, 보건 정치학, 국가 통치와 같은 변수들에 의해 행동이 영향을 받고, 생물학이나 심리학처럼 다양한 구성 요소나 정보로 구성된 복잡 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 : 단순한 구성 요소가 수많은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자발적으로 질서를 창출하는 체계)다. 이러한 이유로 팬데믹은 고정되지 않고 복잡하며 적응성이 있는 상호작용 시스템이자 변화하는 여건에 적응하는 ‘살아 있는 네트워크(living network)’로 볼 수 있고 또 보는 게 마땅하다. 팬데믹 상황은 상호의존성과 그로부터 파생된 상호연결성을 서로 ‘실뜨기(cat’s cradle)’해놓은 것 같아서 복잡하다. 또한 팬데믹의 ‘양상’은 격리 규범에 적응할지, 혹은 대다수가 규칙을 준수할지 말지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혼란에 빠지고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교점들(조직과 우리-바로 국민!)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조정이 가능한 측면도 있다.
 
복잡 적응계를 관리(특별한 경우에는 ‘억제’)하기 위해선 광범위한 지식 분야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이 분야들 내 서로 다른 분야 사이에서도 변화무쌍한 실시간 협업이 계속해서 필요하다. 단순한 예를 들자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억제하기 위해선 바이러스 등장을 곧바로 간파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감시 망, 신종 바이러스 변종을 신속하게 분석한 뒤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전 세계 여러 곳의 연구소, 지역사회가 의사결정을 한 후 대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하고 조율된 정책 메커니즘을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대규모 정보기술(IT)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건 팬데믹에 맞서기 위해선 개별적인 활동도 필요하지만 다른 활동들과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불충분하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이 복잡 적응계는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큰 체계다. 그 효과는 전체로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그 연결고리는 그다지 강하지 못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복잡 적응계가 가진 모든 특성을 보여준다는 단순한 이유로 그것을 블랙 스완류의 사건으로 묘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2007년에 출판된 《블랙 스완(Black Swan)》에서 저자 나심 탈레브(Nassim Taleb)가 분명히 설명한 화이트 스완류(white swan), 즉 과거의 경험에 의해 충분히 예상되는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건이다. (확실한 화이트 스완류의 사건과는 달리 블랙 스완류의 사건은 매우 드물고 발생 확률이 낮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국제조직, 세계경제포럼과 2017년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출범한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 Coal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같은 국제기구, 그리고 빌 게이츠 같은 인사들은 다음 팬데믹 위험을 다년간 경고해왔다. 그들은 심지어 팬데믹이 경제 개발로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인구 밀집 지역에 출현하고, 여행과 교역망을 통해 빠르고 조용히 확산되고, 봉쇄망을 뚫고 결국 여러 나라로 퍼질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경고했다.
 
팬데믹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팬데믹의 특성에 따라 대비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스 사태를 겪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논리적이고 조직적인 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팬데믹의 영향을 줄일 수 있었다. 반면에 많은 서양 국가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더 피해가 컸다. 서양 국가들에서 그런 블랙 스완류의 사건에 대한 잘못된 개념이 가장 많이 유포된 게 우연은 아니다. 그러나 발생 확률이 높고 피해가 큰 화이트 스완류의 사건인 코로나19가 2차·3차·4차 유행 등을 통해 많은 블랙 스완류의 사건을 일으킬 거라는 점은 확실하다. 실업률이 치솟고, 기업이 파산하고, 일부 국가는 붕괴 직전에 이르는 연쇄적인 유행과 그에 따른 여파가 이어지면서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런 일들 자체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위험과 합쳐지면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즉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정리하자면, 코로나19 팬데믹 자체는 블랙 스완류의 사건은 아니지만, 초래하는 결과 중 일부는 블랙 스완류의 사건이 될 것이다.
 
복잡성은 사물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이해에 제약을 가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복잡성이 확대되면 특히 많은 정보를 토대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치인들(통상 의사결정자들)의 능력은 말 그대로 ‘무력화’될 수 있다. 이론 물리학자 출신인 아르멘 사르키샨(Armen Sarkissian)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선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결정론적이었던 아이작 뉴턴(Iaac Newton) 이후 고전 물리학의 세계가 어떻게 해서 고도로 상호연결적이고 불확실하며, 믿기 힘들 만큼 복잡하면서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양자 세계에 의해 밀려났는지를 예로 들며 ‘양자 정치(quantum polit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양자 정치라는 용어는 모든 것의 작동 원리를 설명해주고,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들의 성격과 그들이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힘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최고의 묘사”인 양자물리학을 연상시킨다. 팬데믹은 이런 양자 세계를 드러내줬다.
 

【 지정학적 리셋(Geopolitical Reset) 】

 
■ 지정학과 팬데믹의 연결성은 양방향으로 흐른다. 한편에선 다자주의의 혼란스러운 종말,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백, 다양한 형태의 민족주의의 부상 등으로 인해 팬데믹 발생 시 대처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누구나 무차별적으로 감염시키고 있는 가운데 사회를 쪼개는 지정학적 단층선은 많은 지도자들로 하여금 개별 국가적 대응에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집단적 효과와 팬데믹 근절 역량을 모두 떨어뜨리는 상황을 초래한다. 또한 팬데믹은 위기가 터지기 전부터 이미 뚜렷이 드러나던 지정학적 경향들을 확실히 더 악화시키고 가속화한다. 그들은 무엇이었고,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은 어떠한가?
 
스위스 로잔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경제학자 고故 장-피에르 레만(Jean-Pierre Lehmann)은 “새로운 세계적 질서는 부재하고, 오로지 불확실성으로의 혼란스러운 전환만 존재할 뿐”이란 말로 오늘날의 상황을 통찰력 있게 요약했다. 보다 최근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소장인 케빈 러드(Kevin Rudd) 전 호주 총리가 닥쳐올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무정부주의에 대해 특히 걱정하며 레만과 비슷한 심경을 밝혔다. “다양한 형태의 민족주의가 질서와 협력을 대체하고 있다. 따라서 팬데믹에 대한 혼란스러운 성격의 국가적·세계적 대응은 훨씬 더 광범위한 규모로 도래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 역할을 한다.” 상호교차하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오랫동안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져 왔지만, 그것을 초래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서양에서 동양으로 중심축이 점진적으로 이동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이다. 리밸런싱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도중에 전 세계적 무질서를 유발하는 변화다.
 
이처럼 중국 같은 신흥 강대국이 미국과 같은 지배 세력과 충동할 때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스트레스를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라고도 한다. 이런 식의 대립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혼란과 무질서와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다. 사람들이 미국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간에, 미국의 국제무대에서의 점진적 이탈[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이 말한 ‘지정학적 영향력 축소(geopolitical taper)’에 해당하는]은 국제적인 변동성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갈수록 항로 보안이나 국제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미국의 ‘패권(hegemon)’이 제공해준 글로벌 공공재에 의존하던 나라들은 이제 스스로 뒷마당을 보살펴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어느 누가 가진 힘도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지 않는 절대적 패권이 없는 시대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결과적으로, 권력과 영향력은 무질서하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억지로 재분배될 것이다.
 
점점 더 다원성을 띠면서 영향력 쟁취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이 혼란한 신세계에서 갈등이나 긴장은 - 과격한 이슬람만 부분적·제한적으로 제외하고 - 더 이상 이념에 의해서 조장되기보다는 민족주의와 자원 확보 경쟁에 의해서 촉발될 것이다. 어느 한 세력도 질서를 강제할 수 없다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전 세계적 질서 결핍’에 시달리게 된다. 개별 국가와 국제기구들이 범세계적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갈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긴축, 분열, 분노, 파벌주의가 점점 더 우세해질 것이다. 결국 세계는 더 이해하기 힘들고 더 무질서해져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엔트로피의 시대(age of entrophy)’로 진입할 위험이 크다. 코로나19 위기는 이러한 슬픈 상황을 드러내고 악화시켰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충격의 정도와 결과는 어떤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비교가 안 될 만큼 심각하다. 일부 쇠퇴 국가(falling state)나 산유국의 파멸, EU 해체 가능성, 전쟁으로 이어질 미국과 중국 간 관계의 붕괴 등과 그 외의 많은 일들이 가능성은 적더라도 어쨌든 개연성은 있는 시나리오가 되었다.

【 세계화와 민족주의 】

(Globalization and Nationalism)

 
■ 만능어인 ‘세계화(globalization)’는 국가들 간 상품, 서비스, 사람, 자본 그리고 이제는 심지어 데이터의 국제 교류를 가리키는 광범위하고 모호한 개념이다. 세계화는 수억 명을 가난에서 구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회의론이 제기되면서 심지어 퇴보하기 시작했다. 앞서 강조했듯, 오늘날의 세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상호연결되어 있지만, 10년 이상 세계화 강화를 주장하고 지지했던 경제적·정치적 추진력은 약해지고 있다. 2000년대 초 시작된 세계 무역 협상은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같은 기간 동안 세계화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반발은 강해졌다. 특히 고소득 국가의 제조업 분야 실업 등 세계화의 비대칭 여파로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금융 세계화의 위험은 어느 때보다도 뚜렷해졌다. 따라서 여러 위험이 합쳐져 전 세계, 특히 서양에서 포퓰리즘과 우파 정당이 부상했는데, 이들은 집권하면 종종 민족주의로 회귀하고 고립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모두 세계화에 반하는 개념이다.
 
세계경제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세계화를 종식시키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속도를 늦추고 그것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까지는 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그렇게 해줄 거라고 본다. 이민자 유입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국경 통제 강화와 세계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보호주의 강화 같은 극단적 경향은 코로나19가 맹렬히 확산되고 세계 각국이 국경 봉쇄에 나서면서 더욱 강화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국경 통제 강화는 상당히 타당한 조치이긴 하지만, 민족국가의 부흥이 점진적으로 훨씬 더 큰 민족주의로 이어질 위험 역시 존재한다. 경제적 세계화, 정치적 민주주의, 민족국가 세 가지를 동시에 추구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하버드대학교의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이 말한 ‘세계화의 트릴레마(globalization trilemma)’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세계화가 민감한 정치·사회 이슈가 되고 있던 2010년대 초 로드릭은 민족주의가 대두하면 세계화가 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했다. 트릴레마는 본래 세 가지 정책 목표 간에 상충 관계가 존재하여 이들을 동시에 개선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하는데, 로드릭은 특정 시간에 오직 두 가지만이 효과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하여 경제적 세계화, 정치적 민주주의, 민족국가라는 세 가지 개념은 서로 화해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민주주의와 국권國權은 세계화가 억제되어야만 양립할 수 있다. 반면에 민족국가와 세계화가 번창한다면 민주주의는 지탱할 수 없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세계화가 모두 확대되면 민족국가가 설 자리가 사라진다. 따라서 우리는 세 가지 중에서 두 가지밖에 선택할 수 없는데, 이것이 트릴레마의 본질이다. EU는 종종 트릴레마가 제시하는 개념적 틀을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로 거론되어 왔다. 세계화와 같은 개념인 경제 통합과 민주주의가 합쳐지면 중요한 의사결정은 초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때 어쨌든 민족국가의 주권은 약화된다. 현 환경에서 ‘정치적 트릴레마’란 논리에 따르자면 어느 정도 국권이나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세계화를 억제해야 한다. 따라서 민족주의의 부흥은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세계화의 퇴보를 불가피하게 만드는데, 그렇게 만들려는 충동은 특히 서양에서 눈에 띈다.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하는 브렉시트(Brexit) 투표와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세계화에 대한 서구의 거부감을 보여주는 두 가지 중요한 신호다. 후속 연구들은 로드릭의 트릴레마를 검증해줬을 뿐만 아니라, 경제가 튼튼하고 불평등 정도가 높을 때 세계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가 합리적 대응임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형태의 점진적 탈세계화는 그 정중앙에서 일어날 것이다. 세계화의 상징이 된 전 세계 공급망이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그리고 왜 그럴 수 있을까? 공급망 단축이나 재현지화(relocalization)는, 공급망 붕괴에 대비한 위험 완화 조치들로 보는 기업(복원성 대 효율성사이의 트레이드오프)과 우파와 좌파 모두로부터 받는 정치적 압력에 의해 장려될 것이다. 2008년 이후 나타난 현지화 강화 움직임은 많은 나라들, 특히 서양 국가들에서 정치적 의제로 확고히 자리 잡았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파 쪽에선 코로나19 발발 전부터 이미 세력을 키우고 있던 보호주의자와 국가 안보강경파들에 의해 세계화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추진되고 있다. 이제 그들은 때로는 반세계화 안을 수용함으로써 이익을 보게 될 다른 정치 세력들과 힘을 합칠 것이다. 좌파 쪽에선 항공 여행을 비난하고 세계화에 반대하며 세계화의 역행을 요구해왔던 운동가와 녹색 정당들은 탄소 배출, 대기 오염, 수질 오염이 훨씬 줄어드는 등 코로나19가 우리 환경에 끼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더 대담해질 것이다. 극우파와 녹색 운동가들의 압력이 없어도 일부 무역 의존적인 상황이 더 이상 정치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정부가 늘어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납품되는 항생제의 97%가 중국산이라는 것을 미국 행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세계화를 뒤집는 과정이 하룻밤 사이에 일어날 수는 없다. 공급망 축소는 무척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과의 철저하고 전면적인 탈동조화(decoupling)를 위해서는 그런 움직임을 보이려는 기업들이 새로 마련한 공장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야 하고, 정부 역시 이전된 공급망에 필요한 공항, 연계 교통망, 주택 등의 새로운 기반 시설에 기업에 버금가는 투자를 해야 한다. 탈동조화에 대한 정치적 욕구가 실제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강한 경우도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세적 방향은 분명하다. 일본 정부는 4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 선언과 함께 발표한 긴급 경기부양책 108조 엔 중 2,430억 엔을 편성해 일본 기업들의 중국 사업 철수를 지원하면서 중국과의 탈동조화 방향을 분명히 보여줬다. 미국 행정부도 여러 차례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세계화와 탈세계화 움직임 속에서 가장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결과는 절충안 격인 지역화(regionalization)다. EU가 자유무역 지대로 거둔 성공이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 관세 장벽 철폐를 목표로 체결한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은 지역화가 어떻게 세계화의 새로운 축소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들이다. 북미 3개국조차 지금은 중국이나 유럽보다 서로 간에 더 많은 거래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국제 관계 및 세계 전략 전문가인 파라그 카나(Parag Khanna)의 지적대로 “코로나19가 우리의 장거리 상호의존성의 취약성을 드러내주기 전에 이미 지역주의는 분명히 세계주의를 앞지르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직접 무역 일부만을 제외하고 상품 무역 기준으로 지난 수년 동안 세계화는 이미 ‘지역 간(interregional)’보다는 ‘지역 내(intraregional)’ 교류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1990년대 초 북미 지역은 동아시아 수출의 35%를 흡수했지만, 오늘날 이 비율은 20%로 낮아졌다. 동아시아 내 국가들 간의 수출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이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인 ‘가치 사슬(value chain)’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되면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019년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미국과 캐나다와 멕시코 간 무역은 증가한 반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은 감소했다. 동시에 중국의 아세안과의 교역액이 사상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요컨대 지역화 확대라는 형태의 탈세계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북미, 유럽, 아시아가 과거 세계화의 대표적 사례였던 멀고 복잡한 전 세계 공급망보다는 지역 내 자급자족에 점점 더 관심을 쏟게 되면서 글로벌 분열은 가속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화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앞으로 세계화 초기 시기를 마무리지었던 일련의 사건들과 유사한 사건들이 벌어질 수 있지만, 지역마다 전개 양상은 다를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과 끝난 1918년 전까지도 반세계화 움직임이 강했다가 1920년대에는 약해졌으나, 대공황의 여파로 1930년대에 재점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무너지고 당시 최대 경제국에 많은 고통을 준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확대됐다. 의료와 농업 부문을 넘어 대규모 비전략적 상품 범주까지 리쇼어링에 대한 충동이 강해지면서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극우파와 극좌파 모두 이번 위기를 통해 자본재와 사람의 자유로운 흐름을 차단하도록 장벽을 올리는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2020년 초 몇 달 동안 실시된 여러 조사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들은 무역뿐만 아니라 다국적 인수합병 및 정부 기관이 필요로 하는 물자나 기자재를 민간업자로부터 구입하는 정부조달 등에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른 곳에도 파장을 일으킴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를 자제해달라는 전문가와 국제기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진국 경제들은 무역과 투자 장벽을 더 높일 것이다.
 
이러한 우울한 시나리오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몇 년 동안 우리는 글로벌 기관, 무역, 자본의 흐름이라는 세 가지 중요한 차원에 걸쳐 펼쳐질 개방성과 민족주의 사이에서 커질 갈등을 예상해야 한다. 최근 들어 국제기구와 조직들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나 세계보건기구처럼 권한이 약화됐거나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후자는 특히 본래부터 기구들이 부적절했다기보다는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통제를 받느라” 생긴 문제다.
 
기업들이 공급망을 축소하고, 더 이상 중요한 부품 등을 구하기 위해 한 나라나 해외 기업에 의존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무역 위축은 거의 확실시된다. 특히 의약품이나 의료 소재처럼 민감한 산업, 통신이나 에너지처럼 국가 안보상 중요한 분야의 경우 탈통합(de-integration) 과정이 진행될 수도 있다. 미국에는 이미 이런 과정이 요구되고 있으며, 탈통합 움직임이 다른 나라나 분야로 확산되지 않을 리 없다. 지정학도 이른바 ‘무역의 무기화’를 통해 일부 경제적 고통을 가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더 이상 국제법을 통해 무역 갈등을 질서정연하고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 당국과 대중의 반대로 국제 자본 흐름도 분명 제한될 것이다. 호주, 인도, EU 등 이미 많은 나라와 지역에서 나타났듯이 보호무역주의적인 고려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한층 더 강해질 것이다. 정부가 외국 기업이 ‘전략적’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분을 사들이거나 그러한 인수에 다양한 제약을 가하는 방안에서부터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대해 정부 승인을 받게 하는 방안까지 다양하다. 2020년 4월, 미국 행정부가 공적 연기금의 중국 투자를 막기로 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민족주의의 부상과 국제적 분열 확대로 인한 일부 탈세계화 움직임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리 현재 상태의 회복을 꾀해봤자 의미가 없지만[‘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는 이미 정치·사회적 자본을 모두 잃었고, 그것을 옹호하는 행위를 더는 정치적으로 쉽게 방어할 수가 없다] 주요한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고통을 촉발할 수 있는 자유낙하의 부작용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세계화로부터의 성급한 후퇴는 무역과 통화 전쟁을 유발하며 모든 나라의 경제를 해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며, 인종적(ethno) 내지 족벌(clan) 민족주의를 촉발할 것이다.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훨씬 더 포용적이고 공평한 형태의 세계화의 정립은 세계화의 후퇴를 통제하기 위해 실행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 해결책과 효과적인 형태의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환경 협정, 공중 보건, 조세 피난처 등 전통적으로 국제 협력의 혜택을 누려온 분야에서의 진전이 실제로 가능하다. 이런 진전은 보호주의 성향을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완화해주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선함으로써만 가능하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글로벌 거버넌스의 틀이 어떻게 진화할지 아직은 모른다. 현재 글로벌 거버넌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는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 세계적 기관들의 기능과 정당성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세계는 조만간 통제할 수 없고 매우 위험한 곳으로 바뀔 것이다. 글로벌 거버넌스 전략 수립 ‘틀’이 없다면 지속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

 
글로벌 거버넌스는 ‘일반적으로 복수의 국가나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전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초국가적 행위자들 사이의 협력 과정’으로 정의된다. 이것은 민족국가들이 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초국가적 도전에 맞서려고 애쓸 때 의지하는 제도, 정책, 규범, 절차, 이니셔티브를 총망라한다.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어떤 세계적인 문제나 우려에 대한 세계적인 노력도 각국 정부의 협력과 실천적인 행동, 입법 능력 없이는 아무 힘도 없음을 분명히 밝혀준다. 민족국가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전자가 후자를 이끈다), 유엔은 “효과적인 글로벌 거버넌스는 효과적인 국제 협력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거버넌스와 국제 협력이란 두 가지 개념은 서로 얽혀 있어서 재정이 줄고 해체되면서 분열된 세계 속에서 글로벌 거버넌스가 번창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족주의와 고립주의가 전 세계 정치 형태에 스며들수록 글로벌 거버넌스는 타당성을 상실하고 비효율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진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금 결정적 시기에 서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아무도 진정으로 책임지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사실상 세계적인 문제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것이 팬데믹, 기후변화, 테러리즘, 국제 무역 중 어떤 문제이건 간에 모두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세계적인 문제들이며, 그 위험은 오직 힘을 합쳐야만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는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 회장이자 정치학자인 이안 브레머(Ian Bremmer)의 말대로 G0, 즉 무극無極 세계, 혹은 인도 경제학자인 아빈드 수브라마니안(Arvind Subramanian)의 표현대로 더 심각한 ‘G-마이너스 2’의 세계가 되었다. G-마이너스 2는 수브라마니안이 독일,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의 G7이나, G7에 EU 의장국과 신흥시장 12개국 등을 더한 주요 20개국을 회원으로 하는 국제기구인 G20과 반대로 미국과 중국 두 거대국의 리더십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 쓴 표현이다. 우리를 둘러싼 큰 문제들이 심지어 가장 강력한 민족국가들조차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일어나는 일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우리가 직면해야 할 위험과 문제는 점점 더 세계화, 상호의존, 상호연결로 향하고 있는 반면, 정작 그렇게 돼야 할 글로벌 거버넌스 역량은 민족주의의 부활에 의해 위험에 처한 채 무너지고 있다. 그러한 단절은 가장 중요한 세계적 이슈들이 극히 분열된 채로 부적절하게 처리되고 있으며, 이런 이슈들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실제로는 심각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 위험이 일정 하게 유지되기는커녕 더욱 커지면서 결국 구조적 취약성(systemic fragility)이 커진다. 이는 ‘상호의존성’ 부분의 ‘2020 글로벌 위기 상호연관성 지도’를 통해서 확인 가능하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몰락, 기후 행동 실패, 자기 강화적 성격이 있는 국가 정부의 실패, 사회 불안, 그리고 팬데믹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사이에는 강력한 상호연관성이 존재한다. 요약하자면, 글로벌 거버넌스는 이 모든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적절한 글로벌 거버넌스가 없다면 세계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려는 시도가 무용지물이 될까 걱정된다. 단기적으로 반드시 끝내야 할 국내 과제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제적인 과제 사이에 강력한 충돌이 일어날 때 특히 그렇게 될 위험이 있다. 오늘날 ‘세계를 살리기 위한 위원회(committee to save the world : 20여 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가 절정일 당시 처음 쓰였던 표현)’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중대한 걱정거리다. 이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스탠퍼드대학교 교수가 저서 《정치 질서와 정치적 부패(Political Order and Political Decay)》에서 설명한 ‘일반적 제도의 부패’가 글로벌 거버넌스가 없는 세계의 문제를 증폭시킨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것은 민족국가들이 그들을 괴롭히는 주요 난제들을 잘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이 악순환은 국가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부채질하며, 결국 국가는 권위와 자원에 굶주리게 되면서 더 나쁜 성과를 내고, 글로벌 거버넌스 문제를 다루지 못하거나 다루기를 꺼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코로나19 사태는 바로 그렇게 실패한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부터 미·중 관계 경색으로 악화된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백은 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저해했다. 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국제 협력은 부재하거나 제한적이었고, 위기가 절정에 달하면서 협력이 가장 절실했던 2020년 2/4분기 때도 여전히 협력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위기는 세계적 차원에서 조율된 일련의 조치 대신 잇따른 국경 폐쇄, 사전 조율도 없이 시작된 외국 여행과 무역 제한, 의료 기기 보급 중단과 그에 따른 자원 확보 경쟁으로 이어졌다. 특히 맨 마지막 문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의료 기기를 구하려는 몇몇 민족국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드러났다. 심지어 EU 회원국들도 처음에는 독자 해결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후 회원국 간의 실질적인 의료 시스템 지원 등 협력하는 방향으로 EU 예산을 조정하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 기금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통해 독자적 행동 방침을 수정했다. 그리고 여기에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는 상상조차 어려웠을, EU의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야심찬 조치들을 취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EU 집행위원회인 EC가 마련하기로 한 7,500억 유로 규모의 경제 회복 지원금이다.
 
제 기능을 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틀에선 국가들이 팬데믹에 맞서 전 세계적 차원의 협력전을 펼치기 위해 뭉쳤을 것이다. 대신 ‘자국 우선주의’식 대응이 만연하면서, 1차 팬데믹 확산을 저지하려는 시도는 심각한 손상을 받았다. 또 이로 인해 보호 장비와 치료법의 원활한 활용에 제약이 생겨 국가 의료 시스템이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러한 단편적 접근은 세계 경제 엔진의 ‘재가동’을 목표로 하는 출구 정책(exit politics)을 조율하려는 시도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9.11 사태나 2008년의 금융위기처럼 최근 일어난 다른 세계적 위기와는 달리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거버넌스가 부재하거나 기능장애를 겪고 있음이 입증됐다. 미국은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철회했지만,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근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여전히 WHO는 팬데믹에 맞선 전 세계적 대응을 조율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다. 그러니까 비록 완벽하진 않더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훨씬 낫다. 빌 게이츠도 트윗을 통해 “WHO는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추는 일을 하며, 만약 그 작업이 중단된다면 다른 어떤 조직도 WHO를 대체할 수 없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WHO가 필요하다”는 강렬하고 짧은 주장을 펼쳤다.
 
실패가 WHO의 잘못은 아니다. WHO는 글로벌 거버넌스 실패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일 뿐이다. 기부국들을 상대할 때 보여주는 공손한 자세는 WHO가 협력 국가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유엔은 정보 공유를 강요하거나 팬데믹 대비를 강제할 힘이 없다. 예를 들어, 인권이나 기후변화에 관한 다른 유사한 유엔 기구들과 마찬가지로 WHO는 한정적 재원 감소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WHO는 전 세계 어느 나라 보건 예산보다도 적은 42억 달러의 연간 예산을 확보했을 뿐이다. 아울러 WHO는 영원히 회원국들에게 좌지우지되고, 가장 필요한 국가에 재원을 할당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팬데믹 발발을 직접 감시하거나, 팬데믹 대처 계획을 조율하거나, 국가적 차원에서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비책 마련을 보장할 수 있는 도구를 사실상 갖고 있지 않다. 이러한 기능장애는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신호다. 유엔과 WHO 같은 기존의 글로벌 거버넌스를 도모할 기구들이 오늘날의 전 세계적 위험을 해결하도록 바뀔 수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당분간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백에 직면한 민족국가들만이 집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응집력이 강하지만, 이 모델이 전 세계 공동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세계적 위험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다자적 제도(multilateral institution)를 고치지 않는다면 세계는 매우 위험한 곳으로 변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의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지속적인 국제적 협력 없이 ‘재가동’한다는 게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 이상 전 세계적 조율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그런 조율 없이는 우리는 ‘더 가난하고, 더 야비하고, 더 작은 세상’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 커지는 중국과 미국의 경쟁 】

(The Growing Rivalry
between China and the US)
 
https://youtu.be/kKXwuAkZmgY?si=9VOzt-mOy1Xsw1h9

https://youtu.be/VlWsPEg7_m8?si=nsHSmaPZQb3OulYn

https://www.youtube.com/live/HB1NJhNg6kM?si=0Y6gW7gLhKp6Nv2A

코로나19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냉전’을 초래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형태’라는 표현이 상당히 중요하다. 과거 소련과는 달리 중국은 세계에 자국의 이념을 강요하려 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발발 이전부터 이미 무엇보다 무역, 재산권, 남중국해 군사기지, 전략적 산업 분야 기술 및 투자에서 두 강대국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됐었지만, 40여 년 동안 이어진 전략적 개입과 관여 끝에 미국과 중국은 이제 양국을 갈라놓은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격차를 좁힐 수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는 두 지정학적 거인을 통합하기는커녕, 그들의 경쟁심을 조장하고 경쟁을 심화시키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코로나19 위기 동안 두 거인 사이의 정치적·이념적 균열이 더 커졌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중국의 저명한 학자 왕지스王辑思 베이징대학교 국제전략연구원 원장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미·중 관계는 양국의 공식적인 관계가 수립된 1979년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는 양국 경제와 기술의 탈동조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견해를 밝혔다. 왕후이야오王辉耀 중국세계화싱크탱크 센터장은 그런 상태가 “전 세계 시스템이 양분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공인들까지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리셴룽(Lee Hsien Loong) 싱가포르 총리는 2020년 6월 기고문에서 “아시아의 미래와 신흥 국제 질서의 모양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며 미·중 대결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은 여러 강대국 간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곳에 살고 있고, 중간에 끼이거나 부당한 선택에 내몰리는 것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걱정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둘 중 어느 나라가 옳다거나, 다른 나라의 연약하고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해 ‘상대를 밟고’ 올라설지에 대한 의견은 저마다 크게 엇갈린다. 그러나 그런 시각들을 반드시 개념화해볼 필요가 있다. ‘올바른’ 견해나 ‘잘못된’ 견해란 건 없지만, 그런 견해들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출신, 문화, 개인사와 종종 높은 관련성을 갖는, 다양하면서도 엇갈리는 해석들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양자 세계’ 은유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그런 세계는 객관적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양자물리학으로부터 추론할 수 있었다. 우리는 관찰과 평가가 ‘객관적’ 의견을 정의한다고 생각하지만, 지정학의 거시 세계(macro-world)처럼 원자와 미립자로 이루어진 미시 세계(micro-world)는 다른 두 관찰자가 자신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는 양자 역학의 이상한 법칙[물리학에서는 이런 걸 미립자가 동시에 여러 장소나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중첩(superposion)’이라고 한다]에 의해 지배된다. 국제 문제에서 서로 다른 두 명의 관찰자가 각자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면, 그 의견들은 주관적이긴 하나 상당히 실제적이고 유효해진다. 한 관찰자가 다른 특이한 렌즈를 통해서만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객관성에 대한 개념을 재고해볼 수밖에 없다. 현실에 대한 표현은 관찰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게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견해와 ‘미국’의 견해는 연속선상에 있는 여러 다른 견해와 공존할 수 있고, 그들 모두는 진짜다!
 
상당 부분, 그리고 이해할 수 있는 이유로 세계와 그 안에서의 위치에 대한 중국의 견해는 1840년 일어난 제1차 아편전쟁 때 겪은 굴욕과 이후 1900년 열강 8국 연합군이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도시들을 약탈한 뒤 보상을 요구했을 때 겪었던 굴욕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이와 반대로 미국이 세계와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갖는 견해는 건국 이후 미국의 공적 생활에 영향을 미쳐온 가치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가치와 원칙은 250년 동안 많은 이민자들에게 미국의 출중한 세계적 위상과 다른 곳에는 없는 독특한 매력을 모두 결정해왔다. 미국의 견해 역시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를 상대로 누려온 압도적 우위와 절대 패권이 약화된 후 생긴 의심과 불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둘 다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풍부한 역사(중국의 역사는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를 갖고 있다 보니 키쇼어 마부바니가 지적한 대로 자국의 장점을 과대평가하고 타국의 강점을 과소평가하게 되었다. 미국이나 중국 또는 두 나라 모두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모든 분석가와 예측가는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의 정당성을 입증하느라 거의 비슷한 데이터와 정보(지금은 전 세계 상품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에 접근 하고, 거의 비슷한 것을 보고 듣고 읽어도 가끔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한다. 미국을 최종 승자로 보는 사람도 있고, 중국이 이미 이겼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승자가 없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 각각의 주장을 간단히 검토해보겠다.
 

【 승자로서의 중국 】


미국의 약점을 폭로하면서 코로나19 위기가 중국에 득이 됐다는 주장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이번 위기가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적’ 앞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군사력을 가진 미국의 강점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②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적’이란 표현을 처음 쓴 미국 학자의 말에 따르면, ‘무능한 대응’ 때문에 미국은 이번 위기로 연성 권력(soft power : 간접적이고 무형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에 상처를 받았다.(단,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중적 대응이 ‘유능했는지’ 아니면 ‘무능했는지’ 하는 문제는 무수한 의견들을 낳았고, 많은 의견 차이를 유발했다. 그러나 판단을 내리기는 여전히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정책 대응은 주로 주와 심지어 도시가 져야 할 책임이었다. 사실상 미국에선 일반적인 의미의 국가적 차원의 정책 대응 같은 건 없었다. 여기서 논의의 핵심은 대중의 태도에 영향을 준 주관적인 견해다. ③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불평등, 보편적인 의료 보장의 부족,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이 제기한 인종차별 문제 등 일부에서 충격적이라고 여길 수 있는 미국 사회의 여러 측면이 드러났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등을 지게 만든 경쟁의식에 대한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키쇼어 마부바니는 이런 주장들을 바탕으로 “코로나19는 재난에 대처하고 타인을 지원하는 면에서 양국의 역할을 역전시켰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쓰나미가 일어났을 때처럼 과거 미국은 항상 원조가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도착했지만 이제 이 역할은 중국의 몫이 됐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2020년 3월 EU가 제공할 수 없었던 31톤의 의료 장비(인공호흡기, 마스크, 보호복)를 이탈리아에 보냈다. 마부바니의 생각으로는 ‘나머지 세계’를 이루는 191개국에 거주하는 60억 인구가 이미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마부바니는 그들의 선택으로 경쟁의 승자가 결정될 것이며, 그 선택은 “미국과 중국 양국이 제공해야 하는 것에 대한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 : 투자안이나 정책 등의 의사결정을 할 때 비용과 편익을 따져 여러 대안들 중 최적의 대안을 선정하는 기법)을 통한 냉정한 이성적 미적분에 기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중국 중 누가 결국 자국민의 생활 여건을 개선해줄지를 판단해서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심리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지정학적 제로섬 게임에 휘말리기를 원치 않고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싶어 할 것이다. 즉, 미국과 중국 중 한 곳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최대 네트워크·통신 장비 공급업체 화웨이(Huawei)의 사례처럼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조차 미국으로부터 선택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처럼 냉엄한 선택에 직면했을 때 각국이 내리는 결정이 점점 더 심해지는 미·중간 경쟁 속에서 누가 승자로 떠오를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 승자로서의 미국 】


https://youtu.be/DD-4NTx_6T4?si=IqNsNFv9v5ngxJox

https://youtu.be/Zen0SGcRvTg?si=hNsr6fdhjS57befG

■ 미국을 궁극적인 승자로 보는 진영의 주장은 중국이 가진 구조적 약점과 미국이 가진 내재적 강점에 모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승자로서의 미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갑작스럽게 미국 패권의 종식을 요구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을지 몰라도 여전히 절대적으로 가공할 만한 패권국이며, 여전히 상당한 연성 권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의 목적지로서 미국이 가진 매력이 다소 시들고 있을지 모르지만, 해외에서 미국 대학들이 이룬 성공, 미국 문화 산업의 매력을 통해 드러나듯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덧붙여 말하자면, 무역 결제에 쓰이고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는 글로벌 통화로서 달러가 가진 지배적 지위는 현재로선 크게 도전 받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에 상당한 지정학적 힘을 부여해줌으로써 미국 당국이 달러 체계에서 여러 기업뿐 아니라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를 배제할 수 있게 해줬다.
 
미래에 이런 구도가 바뀔 수도 있지만, 향후 몇 년 동안은 달러의 글로벌 패권을 대체할 통화는 없다. 좀 더 근본적으로, 미국의 ‘정복 불능함(irreducibility)’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 모건스탠리 총괄사장과 함께 “미국의 경제 패권은 미국 쇠퇴론자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증명해줬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들은 또 “모든 대안이 소진됐을 때 미국은 항상 옳은 일을 했다”면서 미국은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선천적인 능력을 가졌다고 한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전 영국 총리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민주주의냐 독재냐’처럼 다분히 정치성을 띤 주장을 떠나서 미국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승자’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 지위를 향한 여정 중 역풍을 맞고 있다고 역설한다. 중국이 인구 고령화와 2015년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한 생산 가능 인구로 인구통계학적 불이익을 겪고 있고, 브루나이,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과의 기존 영토 분쟁으로 인해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제약되고 있고,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점 등이 역풍의 이유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 승자는 없다 】

 
https://youtu.be/FhVxF08Npxs?si=UkIO7NFY6LiBnun3

https://youtu.be/IV_rFWR2k-M?si=uywlfypzAPhvv8u-

https://youtu.be/F8EQ6mCqJF0?si=YEAKYI3ATff2DbIq

“코로나19가 미국과 중국 모두의 권력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에 불길한 징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들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 모두 권한과 영향력 확장을 제한하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볼 게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무역 부문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을 넘는 중국은 미국처럼 큰 무역 상대국이 대폭 수입을 줄인다면 지속적인 경제 회복을 이어가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과도한 부채가 조만간 회복 후의 지출을 제약하는 등 현재의 경제위기가 시스템적 금융위기로 전환되는 위험이 상존한다. 회의론자들은 두 나라가 처한 경제적 타격과 국내 정치적 어려움을 근거로 이번 위기에서 벗어난 뒤 크게 위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폐허로부터 새로운 팍스 시니카(Pax Sinica : 중국의 주도하에 세계의 평화 질서가 유지되는 시대를 이르는 말)나 새로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양 강대국은 국내외적으로 모두 약해질 것이다.
 
‘승자가 없을 것’이란 주장을 내세우는 근거는 몇몇 학자들, 특히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이 제기한 흥미진진한 아이디어에 기반한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소국들의 성공을 부각시키고 미국과 중국 같은 초강대국의 실패를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퍼거슨은 “진정한 교훈은 미국이 끝났고 중국은 21세기의 패권국이 되리라는 것이 아니다. 나는 현실적으로 미국, 중국, EU 등 모든 강대국들이 제기능을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크면 ‘규모의 불경제(diseconomies of scale : 모든 생산요소를 똑같은 비율로 변동시킬 때 총생산량이 생산요소의 증가율보다 더 낮은 비율로 증가하는 현상)가’ 생긴다. 국가나 연방이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한국,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같은 소규모 경제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억제하고 그에 대처하는 능력 면에서 미국보다 더 뛰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예측은 바보들이나 하는 추측 게임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 의식이 필연적으로 강해질 것이란 말 빼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는 게 단순한 진실이다. 코로나19는 기존 강국과 신흥 강국 간 경쟁의식을 악화시켰다. 미국은 코로나19 위기로 비틀거렸고 미국의 영향력은 쇠퇴했다. 한편 중국은 해외 영향력 확대를 통해 이번 위기에서 수혜를 누리려고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경쟁은 두 극단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다. 즉, 한쪽 끝에선 영리적 목적 때문에 경쟁이 억제되고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만 악화되고, 반대쪽에선 영구적이고 전면적인 적대감이 유지될 것이다.

【 취약 국가와 쇠퇴 국가 】

(Fragile and Failing States)

 
https://youtu.be/b3D7xkViLuM

https://youtu.be/D11UOqIwgkw

https://youtu.be/1VPXldLDDuU

https://www.youtube.com/live/vj4FZX8CETo?feature=share

 
■ 국가의 취약성, 쇠퇴, 실패 사이의 경계는 유동적이고 미미하다. 복잡하고 적응력이 강한 오늘날의 세계에서 비선형성 원칙에 따르면 취약 국가가 갑자기 실패 국가로 돌변할 수 있으며, 반대로 실패 국가는 국제기구의 중재나 심지어 외국 자본의 유입 덕에 마찬가지로 갑자기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힘들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선 앞으로 몇 년 내에 이런 역학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국가들이 오로지 한 길, 즉 나쁜 상태가 더 나빠지는 쪽으로만 가도록 만들 위험이 매우 크다. 간단히 말해서, 취약한 특성을 보이는 많은 국가가 실패 국가가 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글로벌 도전과제에 속하는 국가의 취약성은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 만연해 있는 문제다. 그 원인은 다양하고 여러 원인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경제적 불균형, 사회 문제, 정치적 부패와 비효율성에서부터 외부나 내부의 갈등과 자연재해에 이르기까지 원인이 다양하다. 오늘날 약 18억에서 20억 명이 취약 국가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취약 국가들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에 특히 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취약 국가 수는 확실히 더 늘어날 것이다. 취약성의 본질, 즉 국가 역량 부족으로 인해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와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무능함은 바이러스 대처 능력을 떨어뜨린다. 극심한 빈곤과 폭력 때문에 교육, 안보, 통치와 같은 기본적인 공공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취약 국가와 실패 국가에서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권력 공백 속에서 무기력한 국민들은 경쟁 관계인 파벌과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유엔이나 이웃 국가가 재난을 막기 위해 종종 개입하게 된다. 단, 이런 개입이 모두 선의에 의한 것은 아니다. 이런 국가들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실패에 이르도록 하는 외생적인 충격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코로나19는 부유하고 발전된 국가들보다 취약하고 실패한 국가들에 훨씬 더 심각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피해를 끼칠 것이다. 코로나19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 일부를 황폐화시킬 것이고, 많은 경우 경제적 재앙은 정치적 불안정과 폭력을 유발할 것이다. 이는 세계 최빈국들이 다음 두 가지 곤경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코로나19로 인한 무역과 공급망의 붕괴로 송금이 끊기거나 굶주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즉각적인 황폐화가 야기된다. 둘째, 더 나아가서 장기간 심각한 일자리와 소득 감소를 견뎌야 한다. 코로나19가 세계 최빈국들에 대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최빈국들의 경우 경제적 쇠퇴가 사회에 훨씬 더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넓은 지역과 아시아와 중남미의 일부 지역에서는 수백만 명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아주 적은 일당에 의존한 채 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봉쇄나 건강 위기는 곧바로 광범위한 절박감과 무질서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인 연쇄반응을 일으킬 엄청난 불안에 불을 지필 수 있다. 그로 인해 분쟁 중인 모든 나라들은 특히 더 큰 피해를 받게 되겠지만, 코로나19로 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원조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 또 평화 작전이 방해받고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지연될 것이다.
 
지정학적 충격은 2차, 3차, 그 이상의 결과를 낳는 파급과 연쇄효과를 통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는데, 현재 충격의 위험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은 어디일까? 우선 노르웨이와 몇몇 다른 나라들을 제외한 모든 상품 생산 국가가 위험에 처해 있다. 2020년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문제뿐만 아니라 이와 합쳐진 실업, 인플레이션, 불충분한 의료 시스템, 빈곤 등의 다른 문제들을 악화시키는 에너지와 상품 가격 붕괴로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연방과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부유하고,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에너지 의존적 경제를 가진 국가들에게 유가 붕괴는 ‘오로지’ 상당한 경제적 타격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부족한 예산과 외환보유고가 더 부족해지고 심각한 중장기 위험이 생긴다. 그러나 남수단처럼 석유가 수출의 거의 전부(99%)를 차지하는 저소득 국가들이 받는 타격은 그야말로 치명적일 수 있다. 많은 다른 취약한 원자재 국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부실한 의료 시스템을 신속히 붕괴시켜 버릴 수 있는 에콰도르나 베네수엘라 같은 산유국의 경제가 초토화되는 게 이상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한편 이란에서는 미국의 제재 때문에 코로나19의 높은 감염률과 관련된 문제들이 더 악화되고 있다. 지금 중동과 마그레브(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에 걸친 지방)에 특히 더 위험한 나라들이 많은데, 이 나라들에선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실업률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 심각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경제적 고통이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었다. 일부 지역의 유가 폭락과 고용과 외화벌이에 필수적인 관광 중단이라는, 코로나19 사태가 가한 이중 충격은 2011년 ‘아랍의 봄’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할 수 있다. 2020년 4월 말 봉쇄 와중에 레바논에서 실업 우려와 치솟는 빈곤률에 항의하는 폭동이 일어난 건 실로 불길한 징조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식량 안보가 심각한 문제가 된 탓에 많은 나라에서 인도주의와 식량 위기로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관계자들은 2020년에 심각한 식량 안보로 고통받는 사람이 2억 6,500만 명으로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동과 무역이 제한되고, 실업자가 늘고, 식량 확보가 제한되거나 불가능해지면 심각한 사회 불안에 이어 대규모 이주와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세계 식량 공급망이 무너지면 취약하고 실패한 국가들의 경우 기존의 식량 부족 문제가 더욱 악화된다. 데이비드 비즐리(David Beasley)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2020년 4월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식량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 예멘, 콩고,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에티오피아, 남수단, 시리아, 수단, 나이지리아, 아이티 등을 포함 약 30개 국가에서는 이미 ‘성경에 묘사된 것에 버금가는 복합 기근(multiple famines)’이 일어나게 됐다”고 경고할 정도로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고소득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봉쇄와 경기 침체는 세계 최빈국의 빈곤 노동 계층과 그들에 의존해서 사는 모두에게 중대한 소득 상실을 초래할 것이다. 네팔, 통가, 소말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 GDP의 30%가 넘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송금이 감소한 것이야말로 대표적인 소득 상실 사례에 해당한다. 이는 극적인 사회적 파장과 함께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줄 것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취한 봉쇄와 그에 따른 경제 ‘동면’으로 저 소득과 중소득 국가로 유입되는 송금액이 2019년 5,54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4,450억 달러로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금이 외부 자금 조달의 중요한 출처인 이집트, 인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필리핀처럼 경제 규모가 더 큰 나라들은 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그들의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상황은 더욱 취약해지고, 경제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급증할 것이다. 한편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산업 중 하나인 관광산업은 많은 빈곤 국가들에게는 경제적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관광 수입이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운 47%를 차지하는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에선 그만큼의 소득과 고용 상실이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고통을 가할 것이다. 몰디브와 캄보디아 및 그 외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분쟁 지역에선 많은 무장 단체들이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이슬람 무장 단체인 탈레반(Taliban)이 포로들을 감옥에서 석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나 또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샤바브(Al-Shabaab)가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정권 탈취를 시도하는 소말리아가 대표적 사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2020년 3월 23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 세계에 즉각적인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했지만 무시됐다. 2020년 조직폭력 신고 건수가 최소 50건 이상인 43개국 중 10개국만이 긍정적으로 반응했을 뿐이다. 그들도 대부분 단순지지 성명만 내고 행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다른 31개국은 구테흐스 총장의 요청에 맞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오히려 많은 국가에서 조직폭력 수준이 높아졌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그에 따른 보건 비상사태가 오랜 갈등을 억누르고 평화 협상을 촉진할 것이란 초기의 희망은 날아가 버렸다. 이것은 팬데믹이 골치 아프거나 위험한 추세를 저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속화한다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부유한 나라들은 취약 국가와 실패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내재된 위험을 무시해버린다. 하지만 위험은 어떤 식으로든 더 큰 불안 혹은 심지어 혼란을 일으키며 확산할 것이다. 가장 취약하고 가난한 국가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 불만, 굶주림이 부유한 국가들에 일으킬 가장 분명한 도미노 효과 중 하나는 2016년 유럽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부유한 국가들로의 대규모 이주 물결일 것이다.
 
 


 
 
【 변화하는 전쟁 】

 
https://youtu.be/xffazPtqMh4?si=eV9fl85InEWPy_J4

【 국제안보 문제 】

 
 제4차 산업혁명은 국가 간 관계와 국제안보의 본질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서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특별히 다루고자 하는 이유는 제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모든 중대한 변화들 가운데 안보는 정부 및 방위산업 분야 외에는 공공 영역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초연결사회에서 증가하는 불평등의 중대한 위험은 분열과 분리, 사회불안을 심화시키며 폭력적 극단주의가 발생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권력 이동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안보 위협의 성격까지 바꿀 것이다. 이 두 가지 변화 모두 지리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국가에서 비국가 활동세력의 이동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지정학적 상황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드는 비국가 무장세력의 등장으로 국제안보 위협을 둘러싼 공동의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거이 매우 중요해졌으나, 그만큼 달성하기 어려운 사안이기도 하다.

 
연결성, 분열과 사회적 불안 】

 
■ 우리가 살고 잇는 초연결사회에서는 정보와 아이디어,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또한 불평등이 심화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고, 이러한 불평등 현상은 노동시장의 거대한 변화로 인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이 늘어가고, 현대사회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근거가 사라지며, 단순히 개인의 느낌일 수도 있고 실제일 수도 있는 엘리트 계층 및 구조에 대한 환멸이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을 더욱 자극하고, 기존 시스템에 대항해 폭력적 투쟁을 함께할 조직원들을 모집할 수 있게 되었다. 초연결성이라고 해서 당연히 더 넓은 관용이나 높은 적응성이 수반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2015년, 역사적으로 최대의 난민이 발생했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초연결성 덕분에 차이에 대해 더욱 수용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공동의 의식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동 기반을 통해 여러 공동체가 더 이상 분열되지 않고 함께 공존할 수 잇다. 우리가 만약 초연결성이 주는 순기능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분열은 더욱 심화된 것이다.

 
변화하는 갈등의 본질 】
 

제4차 산업혁명은 갈등의 성격만큼 규모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전쟁과 평화, 전투원과 비전투원(민간인)의 경계는 점점 불편할 정도로 흐려지게 될 것이다. 또한 전장도 국지적이면서 세계적이 된다. 다에시(Da'esh) 또는 아이시스(ISIS)라고도 부르는 단체는 원칙적으로 중동에 한정된 지역에서 활동하지만, 대체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10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전사를 모집하고 있고, 소속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도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였다. 현대사회의 갈등은 전통적 전장기술과 과거에 비국가 무장세력과 주로 연계되던 요소가 결합된 형태로 점점 더 혼합체(hybrid)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융합이 점점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펼쳐지고, 국가와 비국가 무장세력이 서로를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변화의 잠재적 규모와 강도는 아직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신기술은 손에 넣기도, 사용하기도 점차 쉬워지고 있으며,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개인이 타인에게 점차 더 큰 규모로 해를 가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이 사회의 취약성을 더욱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기술에 대한 접근성으로 인해 전쟁에서 더욱 정교한 공격이 가능해졌고, 전투원 역시 최첨단 보홰장비를 착용할 수 있으며, 바로 전장에서 필수 예비품이나 다른 부품을 3D 프린터로 직접 만들어낼 수도 있어 기술이 주는 이점 역시 많다.
 

【 자율 전쟁 】

 
■ https://youtu.be/AFJ-yRZPvAM?si=F6Y2ZO8hHgahyg1K

https://youtu.be/iaLj5s-RQqY?si=OYm4PwQmuNjxPDaX

https://youtu.be/Qx73nWheDx0?si=UuTXrTpAzKURDQMc

https://youtu.be/GLRRx9vcyOI?si=udkk1cLplxZymMLw

■ https://youtu.be/Y0hw5xoEF7c?si=dAgCFfubDanb6LC6

■ https://youtu.be/CUnVY5IBvBA?si=UVQ4bKPxhojGOm7d

■ https://youtu.be/AYpyWJHcA9s?si=xiKoXXzn_cuVMLvd

■ https://youtu.be/2aFywMC9NQY?si=r1JUR51DjJwF4KZW


■ 군사로봇과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무기를 포함한 자율 전쟁은 '로보워(robo-war)'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로보워는 미래에 발생할 전쟁을 완전히 변모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국가 및 상업화된 세력이 광섬유 케이블을 파괴할 수 있고, 통신을 교란시킬 수 있는 위성을 쏘아올리고, 무인잠수정을 동원할 수 있게 되면서 해저와 우주 역시 군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범죄조직은 이미 경쟁상대를 감시하고 공격하기 위해 이제는 대중화된 쿼드로콥터(quadrocopter)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타깃을 찾아 조준하고 공격하는 '자율무기(autonomous weapon)'는 점점 실현 가능해지며 교전 법규에 도전하고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을 활용한 새롭고 다양한 군사무기와 군용품이 이미 쓰이고 있다. 한 예로, 삼성이 개발한 SGR(센트리 가드 로봇)-A1 로봇은 기관총 두대와 고무탄총을 장착하고 한국 비무장지대에서 경계를 서는 업무를 맡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람이 조작하고 있는 단계지만, 로봇에 프로그램이 설치되면 스스로 타깃을 확인하여 조준, 사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영국 국방부와 BAE 시스템즈(British Aerospace Systems : 영국 최대 항공방위산업체)는 랩터(Raptor)라고도 불리는 타라니스(Taranis) 스텔스 전투기의 성공적인 비행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타라니스는 필요하나 상황 외에는 운영자에게 거의 의존하지 않은 채 자동 이착륙을 할 수 있고, 목표 대상을 선정할 수도 있다. 이런 예시들은 얼마든지 많다. 앞으로도 더욱 증가될 추세이며, 이 과정에서 지정학적 관점, 군사적 전략과 전술, 규정과 윤리적 사안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민감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 국제안보의 새로운 경계 】

 
 새로운 기술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에 대해 우리는 굉장히 제한된 인식만 갖고 있다. 국제 및 국가안보 분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혁신 기술은 긍정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반면, 어두운 이면도 있을 수 있다. 현재,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고 잇는 신경보철기술과 같은 신경과학기술은 미래에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뇌 조직을 컴퓨터 시스템과 연결해 마비환자가 로봇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동일한 생체공학기술이 인공 비행조종사와 군인에 적용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용으로 고안된 뇌 기기가 군인의 체내에 삽입되어 기억을 지우거나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조지타운 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의과대학 소속 신경윤리학자인 제임스 지오다노(James Giordano)는 "비국가 세력이 신경과학 기법이나 기술을 활용할지 안 할지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들이 언제, 어떤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뇌는 이제 전장이 될 것입니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러한 수많은 혁신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때로는 이들이 규제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더 중요한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와 매우 수준 높은 조직에만 제한되었던 대규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능력이 이제는 빠르고 거대한 규모로 자유화되고 있다. 이제는 가정에 설치한 연구실에서도 3D 프린터를 활용한 무기 제조부터 유전공학까지 가능해졌고, 다양한 신기술이 구현한 파괴적 도구들이 더욱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과학기술의 융합에서 나오는 예측할 수 없는 힘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기존 법칙, 윤리적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20세기 후반부에 걸쳐 핵전쟁의 공포는 상호확증파괴(MAD :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체재로 전환되며 균형을 찾아 비교적 안정되었고, 핵사용을 금기시하자는 암묵적 약속이 생겨났다. MAD 체제가 지금껏 가능했던 이유는 제한된 독립체만이 서로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녔고, 서로 간 균형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재적 살상무기의 확산은 이러한 균형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1960년 후반, 핵을 보유한 국가들은 그 수를 적게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 :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을 맺었다. 대부분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른 소련과 미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취약한 상태로 남는 것이 최고의 자국 보호책이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때문에 대탄도미사일조약(ABMT : Anti-Ballistic Missile Treaty)을 맺어 미사일로 운반되는 핵무기에 대한 방어 조취를 취할 수 있는 서로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제한했다.
 
파괴적 힘이 대체로 비슷한 자원을 소유하고 있는 소수의 독립체로 제한되지 않고 확산된다면, MAD와 같이 단계적 확대 원칙을 금지하는 전략과 의미가 약화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로 인한 취약성을 안정과 안보로 바꿀 수 있도록 균형 잡힌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관점과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 다양한 참여자들은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 : 의견과 사상이 다른 사람, 조직, 국가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맺는 협정)'와 같은 타협안을 찾아내고 부정적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은 혁신과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잇는 연구능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파괴적일 수도 있는 신기술을 통제할 목적으로 자주적이면서도 다른 나라와 함께 할 수 있는 규범, 윤리 기준, 메커니즘과 구속력 있는 법 체제 마련을 위해 협력해야만 한다. 물론, 국제조약은 필요하지만 이 분야 규제 당국자들이 기술의 발전 속도와 다차원적 효과로 인해 기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뒤처질 수 있다. 따라서 공동의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사회와 문화에 녹아들 수 있도록,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과학기술에 적용도리 윤리 기준에 대한 교육자와 개발자 간의 논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 관련 조직들이 규제 분야에서 뒤처지게 되면 민간 부문과 비국가 세력이 이를 주도하게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전쟁 기술의 발전은 당연히 비교적 고립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유전학을 응용한 의학 및 연구과 같은 다른 분야들이 고도의 전문 분야로 고립된 나머지, 이러한 기술이 가져올 문제점과 기회에 대해 논의하고, 숙지하고, 관리할 집단 능력이 저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
 

【 사이버 전쟁 】

 ■ https://youtu.be/T728jVtQ_y0?si=F9QU9di0laDqoDhn

 

 ■ 사이버 전쟁은 현 시대에 가장 심각한 위협 가운데 하나다. 사이버 공간은 이제 과거의 육지, 바다, 하늘과 같은 전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확실히 단정할 수 있는 것은, 비교적 미래에 일어날 선진 세력 간의 갈등은 실제 세상에서 일어날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갈등이 사이버 공간을 포함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어떤 상대도 적의 센서와 정보통신, 의사결정 능력을 파괴하거나 교란시키거나 혹은 훼손하려는 유횩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문턱이 낮아질 뿐 아니라 전쟁과 평화의 구분 역시 모호해지게 될 것이다. 군사 시스템에서부터 에너지원, 전기 시설망, 보건 또는 교통관리 시설, 상수도 등의 민간기반시설에 해당하는 네트워크와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들이 해킹을 당하거나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싸우고 있는 적이 누군지에 대한 경계 역시 확실하지 않게 된다. 과거와 달리 누가 우리를 해킹하는지, 우리가 해킹을 당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방위, 군사, 그리고 국가안보 전략가들은 과거에 제한도니 적대 국가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해커와 테러리스트, 행동가(activist), 범죄자 그리고 그 외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무한하고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적에 대해서도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사이버 전쟁은 범죄 행위나 스파이 활동과 같은 형태에서 스턱스넷(Stuxnet)과 같은 파괴적인 공격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전쟁 방식이 새롭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유형이기 때문에 과소평가되거나,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이후 특정 국가와 기업을 지목하여 발생한 사이버 공격이 다수 있었지만, 새로운 시대의 전쟁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초기 상태에 머물러 있고, 고도로 기술적인 사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와 사이버 정책을 개발하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핵무기, 생물학 무기 그리고 화학 무기에 관한 공동규범과 비슷한 규범이 생겨날지의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무엇이 공격에 해당하는지, 그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합의할 분류 체계조차 없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도 되는 데이터와 그렇지 않은 데이터를 규정해야 한다. 이런 사례들은, 초연결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결과를 침해하지 않고 국경 간 거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아직 얼마나 갈 길이 먼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사이버 리스크 】

 
■ 10년 전만 해도 회사가 직접 사이버 공격을 당한 게 아니라면 회사 이사회에서 사이버 리스크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일은 드물었다.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사이랩(Cylab : 보안 및 사생활 보호 전문 연구 기관)이 2008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미국 이사회 멤버의 77퍼센트는 개인정보와 보안 위험에 대한 보고서를 받아본 적이 없거나 드물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사내 사이버 보안 방안을 검토할 때, 이사회 멤버의 80퍼센트 이상이 회사 임원진의 역할과 정책에 대해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고위 임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몇몇 주요 대기업이 사이버 공격을 당한 이후 사이버 보안이 이사회의 주요 의제로 자리 잡았다. 응답자의 80퍼센트는 사이버 리스크가 거의 모든 회의에 등장하는 안건이라고 대답하면서 브랜드 훼손, 산업스파이, 사이버 공격이 가장 심각한 우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사이버 범죄와 공격에 매우 민감해졌다. 2009년과 2011년 사이 OECD 여덟 개 국가가 사이버 리스크에 대해 정부 정책을 마련한 뒤 OECD는 사이버 보안 정책이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었다고 2012년 보고했다. 이후 중요 인프라 보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외국의 선거 개입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사이버 리스크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더 예민해졌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양극화된 정치 환경 속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사이버 공격의 노출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이버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많은 조직들은 사이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선진적인 사이버 리스크 대처 방안은 ‘이사회의 능력을 판단하는 표준이 되지도 않았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의 여러 조직까지 인식과 대응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서로 연결된 세 개의 트렌드가 디지털 영역의 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사이버 리스크는 급증하고 있다. 첫째,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는 2000년 이후 약 1,000퍼센트 증가했다. 2018년과 2020년 사이에는 인터넷 사용자가 약 3억 명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의 개수가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2017년 기준 약 200억 대의 핸드폰, 컴퓨터, 센서와 다른 기기들은 글로벌 디지털 네트워크에 연결되었다. IHS 마킷(IHS Markit)은 2020년까지 추가적으로 100억 개의 기기가 연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셋째,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시스템을 더 집중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디지털 형식으로 생산·처리·소통되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는 2017년과 2025년 사이 ‘글로벌 데이터스피어(datasphere : 생산·사용되는 데이터의 양과 범위, 혹은 데이터가 통용되는 환경)’는 30퍼센트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열 배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 많은 사용자, 더 많은 커넥티드 디바이스, 더 많은 데이터는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 실제로 IDC가 예측하듯이 디지털 데이터와 운영은 배경 이슈에서 ‘삶에 중대한 부분 … 우리 사회와 사생활에 필수’가 되었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이 의도한 대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이끄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인 동시에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사이버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네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이 전략들은 도전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자 우리가 투자해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① 목표 재설정 : 사이버 보안에서 회복까지

■ ’사이버 보안’이라는 개념은 IT 시스템의 안전성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에 개인과 조직은 IT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상을 봐야 한다. 사이버 리스크가 발생하고 우리의 사회생활과 사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방법에 대비하기 위해 상호 의존성과 회복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사이버 회복력은 시스템과 조직이 사이버 공격을 견딜 수 있는 능력으로, 사이버 공격에 당하는 시간과 회복에 걸리는 시간의 합으로 측정된다.

도표15에서 볼 수 있듯이 사이버 리스크는 자산과 가치를 위험에 빠뜨린다. 위협 요인과 시스템의 취약점이 교차하면서 생긴 결과다. 따라서 사이버 회복력은 전반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이 마땅히 고려해야 할 전략적 이슈다. 사이버 회복력은 또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사이버 회복력을 확보하려면 조직 내부와 외부의 사람들 모두 사이버 공격 이전, 공격 당시,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행위들에 대해 깊은 사고를 해야 한다. 디지털 오퍼레이션이 아닌 데이터와 관련된 시스템에 주력하는 조직과 개인들은 데이터의 기밀성, 데이터의 무결성(integrity), 비즈니스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지속적인 가용성이라는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사이버 위험에 탄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이 가장 흔한 사이버 리스크이지만, 2017년 5월 영국 보건 시스템의 일부를 마비시킨 워너크라이(WannaCry) 공격에서 볼 수 있듯이 랜섬웨어 공격으로 시스템 접근을 차단하거나 데이터를 삭제하는 유형의 공격도 점점 흔해지고 있다. 사이버 공격의 증가도 주목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데이터나 전체적인 시스템이 손상되거나 변형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다.
 

출처 세계경제포럼

데이터와 디지털 업무의 통합, 그리고 물리적 서비스를 수행하거나 인프라를 관리하는 디지털 시스템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경우 기업들은 2015년 지프 체로키(Jeep Cherokee)의 변속기와 브레이크를 원격으로 제어한 사이버 공격에서 본 바와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요한 시스템적 기능을 제어하는 능력을 잃는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과제는 커넥티드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사이버 공격의 침투경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2013년 미국의 유통 기업인 ‘타깃(Target)’의 결제 시스템이 해킹당한 사례가 있다. 타깃이 난방과 통풍을 관리하는 하청 업체에게 제공한 로그인 정보가 유출되면서 1억 명의 카드 정보가 유출되고 말았다.

② 지피지기 : ‘외로운’ 해커와 범죄 조직
 
https://youtu.be/4FKE--YkdPA?si=j1m1i784lb13UgHj

https://youtu.be/RVnvGHXiS9g?si=MJ2Jf8-6YEUQ4Dv-


■ 대중문화에서 비쳐지는 해커의 모습은 영광을 독차지하거나 복수심에 불타는 외로운 천재들이다. 해커의 이런 이미지는 대부분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는 오늘날 사이버 리스크의 위협을 호도할 뿐이다. 재능 있고 독창적인 해커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일반적인 것은 체계적인 범죄 조직에서 사이버 리스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이런 조직은 지원 부서와 연구 부서를 갖추고 있으며, 그리고 사이버 공격 대상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투입하는 자원을 압도할 만큼의 예산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조직은 데이터를 팔거나 유료로 다른 사람들에게 시스템 접근권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시스템을 사용하여 공격자들에게 이로운 기타 행위를 수행하는 식으로 금전적 보상을 얻게 된다. 따라서 사이버 위협은 재능 있는 해커의 단독 소행이 아니라, 풍부한 재원과 체계를 갖춘 조직에 고용되어 금전적 보상을 받으면서 꾸준하게 사이버 공격을 하는 해커의 활동임을 인지해야 한다.

③ 공격 방식 다시 보기 : 기술이 아닌 인간으로부터

‘단독 해커’의 이미지처럼 시스템 보안을 전문 기술로 뚫는 해커의 이미지는 사실무근이다. 이런 이미지는 사이버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서 IT 부서와 파이어월로 대변되는 기술적 장벽 도입, 그리고 까다로운 패스워드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잘못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안전한 시스템에 접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냥 ‘물어보는 것’이다. 약 97퍼센트의 악성코드 공격은 사용자들이 시스템 접근권을 스스로 줄 때까지 계속 속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이버 공격에서 기술적 결함을 악용하는 방식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84퍼센트가 넘는 해커들은 시스템 접근의 주요 전략으로 사회공학 전략(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속여 보안 절차를 깨트리는 해킹 전략에 의존한다. 대부분의 해킹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공격이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고 넘어간다. 보안업체 누익스(Nuix)의 최고정보보안책임자인 크리스 포그(Chris Pogue)는 데이터 유출이 발견되는 데에는 평균적으로 250 ~ 300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위협과 취약점이 조직 내부와 외부에 모두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이버 리스크 관리는 모든 직원의 업무이자 책임이 된다. 그 일환으로 피싱 공격과 기타 사회공학 공격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직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외부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엔드포인트 보완(endpoint security)을 시행하며 비정상적인 사용자나 네트워크 활동을 감지, 격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도입해야 한다.

④ 함께 해결해야 할 사이버 회복력
: 개인을 넘어, 산업 그리고 조직까지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될수록 사이버 리스크는 더욱 조직화되어 간다. 시스템적인 위험을 야기하는 것은 기업과 국가 간의 전염 가능성뿐만 아니라 세계 무역, 금융, 보안 및 운송을 뒷받침하면서 공유된 핵심적인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세계의 상호 의존도이다. 반대로 더 많은 당사자들이 포함된 커뮤니티 간의 접근 방식에는 사이버 리스크에 대해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 중대한 기회가 있다. 여러 산업과 분야에서, 그리고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일어나는 사이버 활동과 사이버 공격의 중요 정보를 얻기 위한 정기적인 정보 교류는 사이버 공격이 일어났을 때 조기 개입을 가능하게 하며 전염의 위험도 줄여준다. 사이버 회복력을 위한 전략과 운영 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이버 기술에 대한 상호 투자는 전체 산업의 사이버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이버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다양한 당사자들과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예로 제네바에 본사를 둔 ‘글로벌사이버센터(Global Cyber Centre)’가 있다. 글로벌사이버센터는 세계의 사이버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민관 합동 플랫폼이다. 그 외에도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터폴의 ‘글로벌혁신단지(Global Complex for Innovation)’, 유럽폴의 ‘합동사이버범죄수사반(Joint Cybercrime Action Taskforce)’, 국가 조직으로는 기업들에게 사이버 정보와 사이버 위협의 인식을 심어주려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영국의 ‘사이버 보안정보공유파트너십(Cybersecurity Information Sharing Partnership)’이 있다.
 
그러나 여러 산업 부문의 행위자들이나 서로 다른 국가들과 공조하려면 공공 기관과 민간 기관 사이의 불협화음, 그리고 사이버 능력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공유하기를 주저하는 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본질적 의심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들이다. ‘삶에 중대한’ 디지털 시스템에 의존하는 세계에서 사이버 리스크의 위협은 교육에서 새로운 행동 양식까지, 기업 투자에서 기업 중역들의 책임감까지, 국가 간 협력과 국제적 협력 체제의 강화부터 더욱 유연한 거버넌스 모델까지 모든 수준에서 투자와 행동이 필요하다.
 

【 정부의 역할 】

 
■ 제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이 일으키는 변화 떄문에 공공 기관과 조직의 운영 방식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특히 이 파괴적 변화는 정부가 지방, 국가, 그리고 지역적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변모해 시민사회 및 민간 부문과의 새로운 협력 방식을 찾아 적응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파괴적 변화 또한 국가와 정부 간의 관계 설정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사회의 힘이 커지고 인구의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통치는 더 어려워지고 정부의 효율성마저 떨어지는 정치 체제가 나타날 수 있다. 새로운 과학, 기술, 경제 및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데 정부가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하는 시점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 특히 중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이 정부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더 잘 통치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더욱 강력하고 혁신적인 웹 기술의 활용을 통해 행정의 조직과 기능을 현대화한 전자정부(E-governance)의 확대에서부터 투명성 및 책임성 향상 그리고 국민과의 관계 강화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업무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이제 권력이 국가에서 비국가 세력(non-state actors)으로, 저명한 기관에서 느슨한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수용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사회적 집단,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실제로 누구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권력이 점차 한시적인 것이 될수록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정부다. 모이제스 나임(Moises Naim)은 이를 두고 "21세기에는 권력을 얻기는 더 쉬워지고, 발휘하기는 어려워졌으며 잃기는 매우 쉬워졌다"라고 말한다. 오늘날 과거에 비해 통치가 어려워진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정책입안자들이 변화를 주도하기 어려워졌다. 정책입안자들의 역할이 초국가적 단체와 지방 및 지역단체는 물론 심지어 개인까지 포함한 경쟁세력의 등장으로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미시권력(micro-power)은 이제 국가 정부와 같은 거시권력(macro-power)을 제재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에는 공권력을 보호하던 장벽히 약해지고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된 통치의 대상 혹은 국민의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정부의 효율성이 낮아졌다. 국가가 아닌 존재가 거대한 국가에 대항한 위키리크스 사태는 새로운 권력 패러다임의 비대칭성과 흔히 수반되는 신뢰의 약화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병렬적 구조 혹은 개체가 이데올로기의 전파를 가능하게 하고 추종자를 모아 공식적인 정부 시스템에 대항하거나 혹은 거대한 세력을 규합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로 인해 경쟁세력은 성장하고 권력이 재분배 및 분산되면 정책 집행이라는 정부의 중심 역할이 점차 약해지거나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대한 문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대한히 위험한 일이다.

 


 

 
평화(平和)
 
전쟁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또는 그런 상태.

 
https://youtu.be/uyqv7Dps_xc?si=3WYGPb0TA7Exjkdt

https://youtu.be/sJMgtZoKIsk?si=iYmN6bxssMdDOH75

https://youtu.be/01Dac1yWZ2I?si=1xGg06cgO1xX9s5Y

https://youtu.be/yuIZ5xJrkWA?si=i1vJu_Q4VHT6J5An

https://youtu.be/Xnkz-NZSQpM?si=Kn22rMIqIgR3UW9z

https://youtu.be/n18qsSc-8o0?si=7Z9Egn7tx6SkQEOK

https://youtube.com/shorts/RQLydF15EJY?si=X5o5WThO8nK9qZUo

https://youtu.be/nzqVjBm_TSU?si=65ifK9iKO9iL0ZRm

https://youtu.be/y8AIx0kDjJM?si=DV-AthTBU2GvIAGf

https://youtu.be/ptZrzawG4NI?si=qlQcTbhTLSuWBG_9

https://youtu.be/aFct8ly_eEs?si=aeNlbzAtfgHUrvYA

https://youtu.be/R8BXubXr5qQ?si=-rhbH7nLDTdKbH0y

https://youtu.be/YxVOZKlyDCg?si=_KkEvKclkbfsETGI

https://youtu.be/iMUiDiFAwew?si=TAPemG13SDSfYZA5

https://youtu.be/Vrh5syjie5c?si=wuwtBd4w4iwGTuD9

https://youtu.be/s9a8wzC7hnw?si=xi2KQCNlyFptmDZ_

【 세계 단일 정부 】

■ "오, 그대들, 세계 정치가 이루어지는 대도시에 사는 가련한 무리들이여. 그대들, 젊고 유능하고 명예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모든 사건에 대해 그대들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의무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실로 항상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대들은 이런 식으로 먼지와 소음을 만들어내며 자신들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수레라고 믿는다. 그대들은 언제나 귀기울이고 언제나 그대들의 의견을 던져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노리기 때문에 진정한 모든 생산성을 상실해 버린다. 그대들이 위대한 일들을 하려고 열망해도 그러한 일들을 잉태할 수 있는 깊은 침묵은 그대들에게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그대들은 그대들 자신이 사건을 쫓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날이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대들을 지푸라기처럼 그 사건들이 그대들을 지푸라기처럼 그 사건들 앞으로 몰아오는 것이다. 그대들, 가련한 무리들이여! 무대에서 주역을 맡으려면 합창에 끼어들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아니, 어떻게 합창하는지 알아서도 안 된다."

- 니체 -